전자랜드 ‘라스트 댄스’ 아직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6 00:03

지면보기

경제 06면

전자랜드 모트리(가운데)가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48점)을 경신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구단의 마지막 경기를 뒤로 미뤘다. [사진 KBL]

전자랜드 모트리(가운데)가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48점)을 경신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구단의 마지막 경기를 뒤로 미뤘다. [사진 KBL]

“1, 2차전을 앞두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오늘은 선수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후회 없이 해보자’고 얘기했다.”

프로농구 4강 PO 2패 뒤 반격 첫승
모트리 48점, KCC에 45점 차 대승
모기업서 구단 매각 절차 진행 중
이 악물고 뛴 선수들 역전 우승 꿈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54) 감독이 25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을 앞두고 밝힌 출사표다. 전자랜드는 1, 2차전을 전주 KCC에 이미 내줬다. 이날 3차전까지 내주면, ‘전자랜드 농구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모기업이 코로나19 상황으로 경영에 집중하는 목적으로 농구단 운영을 접기로 해서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라스트 댄스’는 끝나지 않았다. 이날 KCC를 112-67로 대파하고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들었다.

베테랑 가드 정영삼(37)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이를 악물었다. 2쿼터까지 57-26, 무려 31점을 앞섰다. 조나단 모트리가 전반에만 25점을 몰아쳤다. 김낙현은 3점 슛 3개를 꽂았다. 전자랜드는 2차전에서 KCC 가드진에 어시스트 25개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날 전자랜드는 상대를 앞선부터 틀어막았다. 정효근과 이대헌이 교대로 투입돼 빠른 트랜지션을 했다.

전자랜드는 3쿼터에 88-48로 점수 차를 더 벌렸다. 그리고 4쿼터에는 100점을 넘어섰다.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와 LA 클리퍼스에서 뛴 모트리는 역대 PO 최다인 48점을 뽑았다. 종전 기록은 제이슨 윌리포드(1998년·원주 나래)와 피트 마이클(2007년·대구  오리온스)의 47점이다. 전자랜드는 역대 PO 최다 점수 차(48점) 승리를 거뒀다.

전자랜드 모트리(가운데)가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48점)을 경신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구단의 마지막 경기를 뒤로 미뤘다. [연합뉴스]

전자랜드 모트리(가운데)가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48점)을 경신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구단의 마지막 경기를 뒤로 미뤘다. [연합뉴스]

전자랜드는 올 시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25억원)의 60%(15억원)만 썼다. 강상재가 입대했고, 김지완도 KCC로 떠났다. 연봉도 적고 선수층도 얇지만, 이날 전자랜드는 ‘인생을 걸고’ 뛰었다. “인생을 걸고”는 유도훈 감독의 시즌 출사표다. 전자랜드 홈 코트에는 ‘All of my Life’(내 인생 전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전광판에는 ‘우린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문구가 떴다. 그만큼 비장했다.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5위로 PO에 진출했다. 6강 PO에서 고양 오리온(4위)을 3승 1패로 꺾었다. 그렇게 만난 4강 PO 상대가 정규리그 우승팀 KCC다.

2003년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전자랜드는 ‘개그랜드’라는 조롱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동랜드’로 바뀌었다. 객관적 전력은 뒤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2018~19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도 올랐다. 2002~03시즌 모기업이 재정난을 겪었던 여수 코리아텐더는 당시 4강 PO에 올랐고, 그해 11월 KTF(현 KT)가 구단을 인수했다.

전자랜드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달 2일 공개입찰을 마감했다.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 관계자는 “다수 기업이 매수 의사를 밝혔다. 해당 기업의 요청으로 기업명을 밝힐 수는 없다. 농구단 연간 운영비가 50억원이 넘으니, 탄탄한 재무를 갖춘 기업”이라고만 밝혔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기업이 인수하는 거다. 그 외에 재입찰, 개별 입찰, 프로농구연맹(KBL) 위탁 운영, 네이밍 스폰서제 도입 등의 시나리오가 있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매각이 최우선 과제고, 그다음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딜이 어떻게 클로징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BL 관계자는 “5월 말 전에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KBL에 위임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단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지는 팀보다 이기는 팀이기를 바랄 것이다. 전자랜드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뛴 것도 그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김낙현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임준수는 “전자랜드 이름의 마지막 경기는 승리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긴다는 건 우승을 뜻한다.

KCC는 정규리그 MVP 송교창 공백이 뼈아팠다. 송교창은 발가락에 염증이 생겨 1~3차전을 모두 결장했다. 4차전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