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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분석과 달랐다, '이여자'가 말하는 여당 외면 이유[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에게 투표한 A씨. 석예슬 인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에게 투표한 A씨. 석예슬 인턴

#더불어민주당 투표자 이모(25)씨

[밀실]<제67화> #서울시장 선거, 20대 여성이 말하는 표심

"차악을 선택한 거죠."
#국민의힘 투표자 하모(27)씨
"민주당이 더 위선적으로 보였어요." 
#여성의당 투표자 임모(25)씨
"(민주당이) 페미니즘 탓하는 건 염치없는 것 같아요." 

1번(민주당), 2번(국민의힘), 11번(여성의당). 지난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세 20대 여성은 서로 다른 정당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뉘앙스가 묘하게 비슷합니다.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박한 건데요.

이번 선거의 승자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오 시장만큼 주목을 받은 게 바로 20대 유권자입니다. 특히 '이남자(20대 남성)' 또는 '이대남'의 몰표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지상파 방송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가 오 시장에 표를 던졌습니다. 60대 이상 유권자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여자(20대 여성)'는 좀 달랐습니다. 44%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 40.9%가 오 시장으로 팽팽했습니다. 같은 세대인데도 표심은 갈라진 겁니다.

4·7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울 동화면세점 앞과 상계백병원 앞 사거리에서 유세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4·7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울 동화면세점 앞과 상계백병원 앞 사거리에서 유세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선거 후, 이남자의 '분노 투표'에 대한 해석들이 쏟아졌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 부동산 문제 등과 함께 여성 우대에 따른 '역차별'이 꼽혔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페미니즘’과 '성 평등 정책'이 패인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놀란 여야는 앞다퉈 이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컸던 이여자도 할 말은 많습니다. 민주당에 실망한 이가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많다는 건데요. 하지만 남성 역차별 때문에 야당 표가 늘었다는 데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당은 정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분석처럼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참패"한 걸까요. 밀실팀은 오세훈·박영선·제3당 후보에게 각각 투표한 20대 여성 5명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해당 정당에 투표한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하씨(오세훈 후보 지지)🙅: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더 위선적으로 보였어요. 민주당에서도 자녀 비리가 나오고, 믿었던 사람들도 성폭력 같은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기대감이 사라졌어요. 특정한 사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면서 (야당으로)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박씨(무소속 신지예 후보 지지)😇: 애초에 이번 선거는 페미니즘 관련 맥락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선거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 선거가 시작되면 당연히 거대 양당이 앞다퉈 권력형 성범죄를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을 거라 기대했어요. 여성 인권 정책이 중심 의제가 되길 바랐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송씨(신지예 후보 지지)🙋: 민주당 내에서 성폭력이 일어났고 그래서 선거를 치르게 된 거잖아요. 똑같은 당을 지지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해온 거로 봤을 때 별로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임씨(여성의당 김진아 후보 지지)🤔: 여성의당만 동아제약 사건(채용 면접시 성차별적 질문)과 관련해 성명서를 냈더라고요. 여성의 삶을 챙기는 건 여성의당 밖에 없구나. 민주당만 여성 관련 의제를 다뤘던 게 아니고, 오히려 그런 의제를 안 다뤘기 때문에 여성의당에 투표를 한 거죠. 여당은 여성의 삶을 진짜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표가 되고 돈이 될 때만 페미니즘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아제약이 채용 면접 중 발생한 성차별적 질문에 대해 사과하는 글. [유튜브 캡처]

동아제약이 채용 면접 중 발생한 성차별적 질문에 대해 사과하는 글. [유튜브 캡처]

'이여자'들의 생각은 이 전 최고위원 같은 야당 측 분석과도 달랐습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에 올인해서 진 게 아니라, 오히려 성 평등적 인식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남녀평등에 다다르려면 한참 멀었다는 건데요. 민주당을 지지한 이모씨마저도 사실은 제3정당을 뽑고 싶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씨🤷: 제3정당 정책들을 봤을 때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실은 그런 정당을 뽑고 싶었는데, 사표가 될까 봐 차악을 선택했어요.  

이들은 민주당 투표 비율에도 할 말이 많았습니다. 10명 중 4명가량은 여전히 여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당을 찍기 힘들어 마지못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거죠. '민주당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며 집토끼로 여겨졌던 20대 여성마저도 절반 이상 등을 돌렸다는 겁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이여자' 표심은 제3정당 선택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1번과 2번을 뽑지 않은 비율이 15.1%(출구조사 결과)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여자(20대 여자)' 투표율 출구조사 결과. 석예슬 인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여자(20대 여자)' 투표율 출구조사 결과. 석예슬 인턴

이씨🤷: 저도 사실 인터뷰 제의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민주당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박영선 후보를 뽑았더라도 (내가) 뽑았다고 얘기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없어요. 출구조사 결과에선 44%가 뽑았다고 하던데, 주변에선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박씨😇: 이번 선거를 제외하곤 언제나 사표가 될까 봐 민주당을 뽑았어요. 이번에는 박·오 두 후보가 달라 보이지 않았어요. 오세훈이 아니라 박영선이,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 선출돼야 한다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은 거죠.
하씨🙅: 진정한 여성 인권 신장이 아니라, (민주당이) 여성 표를 얻기 위해 과하게 액션을 취하는 부분이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어요. 민주당이 여성 정책을 잘 펼쳐서 무한 신뢰하는 느낌으로 여성들이 지지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20대 남녀 표심이 엇갈린다는 해석도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성별과 상관없이 20대라면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거죠. 다만 자신에게 중요한 의제에 먼저 눈이 갔다는 겁니다.

'이남자' 표심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대다수가 오 후보를 지지했어요.
임씨🤔: 반페미니즘 때문에 국민의힘에 투표를 한 게 아니라 조국 사태처럼 공정성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투표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게 여성 이슈는 곧 공정성 이슈에요. 동아제약 사건에서 보듯이 여성이 능력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거, 그게 공정성에 배신을 당한 느낌이거든요. 남자였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거요.
박씨😇: 20대 남성 중에 페미니즘 이슈를 알고 본인 일상이나 의사 결정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평등이나 공정성에 관한 생각이 오른쪽으로 갔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소셜 미디어에서 20대 남성의 표심을 언급한 글. SNS 캡처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소셜 미디어에서 20대 남성의 표심을 언급한 글. SNS 캡처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지지할 수도 있었던 민주당에게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임씨🤔: '여성들은 여성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정당에는 투표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표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씨😇: 민주당이 염치없다 싶었어요. 자신들로부터 떠나간 20대 남성에게 울면서 매달릴 게 아니었죠. 선거를 지켜보면서 불쾌한 순간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민주당을 지지해준 여성들이 44%나 되는데 거기서 희망을 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만약 민주당이 진심으로 페미니즘 이슈에 귀를 기울이고 올인했다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저는 궁금해요.

여러분은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동의하시나요. 다음주 밀실팀은 '이남자'와 '이여자'를 한자리에 모읍니다. 이들 청년이 선거 결과, 성 평등·부동산 같은 사회적 이슈 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속마음을 들어본 뒤 기사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백희연·박건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영상=석예슬·장유진 인턴, 백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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