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 연 4600번 거절한 아시아나…前대표 벌금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2021.04.25 09:00

아시아나항공의 A350편.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A350편.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소속 승무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절한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김 전 사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생리 현상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성립, 기대 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 오해나 이유 모순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사장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여성 승무원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를 “인력이 부족하다”며 138차례 거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 제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 벌금 500만원 이하에 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1ㆍ2심에서 김 전 사장은 “생리휴가를 부여하려면 생리현상이 있었는지 증명돼야 하는데, 원고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는 휴일이나 비번(非番)과 인접한 날에 몰려있거나 휴가 청구 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생리휴가를 모두 받아주려면 항공기에 승무원을 일정 수 이상 탑승시켜야 하는 항공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대기인력을 둬야 한다”며 “이는 회사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항변했다.

1심은 그러나 “근로기준법상의 생리휴가를 부여하면서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 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이는 생리휴가 신청을 어렵게 만들어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이 근로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절한 횟수는 2014년 한 해만 약 4600번”이라며 “회사 전체적으로 생리휴가 비율이 낮은데도 사용자인 피고는 개선 노력 없이 사실상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의 생리현상은 하루 만에 끝나지 않고 몸 상태 따라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고, 주기가 일정치 않은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피고 회사의 객실 승무원은 압도적 다수가 여성인데, 승무원 다수를 여성으로 채용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데다 젊은 여성 객실 승무원에 의한 서비스를 선택한 것 또한 회사의 경영상 선택”이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생리휴가는 여성 근로자에게 반드시 보장해줘야 할 권리”라고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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