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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낸 野 원내대표 후보…중도vs제갈량vs투쟁vs젊음

중앙일보

입력

3000만원.
지난해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자가 당에 냈던 기탁금이다. 당락을 떠나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라 참가비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쓸데없이 많이 걷는다”는 지적에 올해는 좀 줄인다지만, 어쨌든 절대 적지 않은 비용일 것이다. 올해는 4선 권성동·김기현, 3선 김태흠·유의동 의원이 이를 감수하고 출사표를 던졌다. 거대 여당에 맞서 내년 대선까지 제1야당을 이끌 원내 수장은 누가 될까. 오는 30일 선거일을 앞두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후보 뜯어보기’를 해봤다. (※소개는 선수·가나다순)

◇권성동=중도·강원·윤석열

검찰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일하다 2009년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왔다. MB계로 분류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인 2016년 12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선)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갔고 이듬해 헌재 탄핵 심판 때는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다. 권 의원은 “이런 이력이 내 앞길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 사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그의 출마 일성은 중도 포용성이었다. “4·7 재보선 승리는 양 극단 지지층에 의존해 온 진영 논리에서 탈피해 상식과 합리로 가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강릉에서만 내리 4선을 했다. 그는 “인구로 볼 때 가장 비주류인 강원 출신이 당선되면 당의 포용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인 중 ‘윤석열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9일 출마선언을 한 뒤 기자들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친분이 있다. 원내대표가 되면 여러 방법을 동원해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기수(권 17기·윤 23기)는 선배지만, 나이(60년생)가 같다. 광주지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도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권성동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4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권성동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4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기현=전략·영남·반문 연대

판사 출신(연수원 15기·59년생)으로 당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 출마선언에서도 자신을 제갈량에 빗대 “지략형 야전 사령관이 되겠다”고 했다. 중도좌파 세력까지 포용하는 ‘범 반문 연대’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공약했다. 울산시장 출신의 김 의원은 기자에게 “난 문재인 정권에 있어 아킬레스건이다. 내가 앞장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 심판을 완성해 내겠다”고 말했다.

영남 주자로 “PK(부산·경남)가 정권 교체의 요충지”라고 강조하지만, “도로 영남당이 될 것”이란 경쟁자들의 공격은 부담이기도 하다. 계파색이 옅은 편이다.

이번 출마선언문에서도 ‘통합’이란 단어를 9차례나 썼다. 그는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하루빨리 사면하는 게 맞다”고 했다.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 문제에 대해선 ‘선 자강, 후 영입’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이 국민 지지를 확실히 받는다는 전제에서 빅텐트를 치고 당 바깥에 있는 분들을 껴안을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태흠=투쟁·충청·친박계

투쟁력이 키워드다. 김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도 “오직 사생취의(捨生取義·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의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뛰겠다”고 강조했다. 원구성 문제를 비롯한 민주당과의 협상 전반에 대해서도 “강자가 강할 때 약자가 유하게 되면 굴종”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내 문제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소신파로 불린다.

63년생으로 충청(충남 보령·서천) 출신인 김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선 외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당내 충청 주자들의 역할부터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친박계로 분류되는 그는 사면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하면 좋지만, 먼저 사면을 요구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선 “본인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 않았기에 지금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만 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의동=젊음·수도권·유승민계

4인 중 유일한 70년대생(71년생)이다. 출마 일성도 “20·30세대와 소통을 가장 잘할 젊은 사고”였다. 지역구가 수도권(경기 평택을)인 것도 강점이다. 유 의원은 “민주당은 원내대표는 물론 당 대표 후보가 다 수도권 출신인 만큼 우리 당도 수도권 전략을 펴야 한다”고 수도권 맞불론을 제안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4년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로는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게 지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세대·지역·가치 확장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웅 의원을 비롯해 당내 초선 그룹과도 교류가 활발하다. 관련해 유 의원은 “초선을 중심으로 당 외연을 계속 확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사면에 대해선 “조속히 해야 하지만 전적으로 문 대통령 권한”이라고 했고, 윤석열 이슈는 “결국 함께 할 수밖에 없지만 일단 당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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