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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600% 금리에 대출금의 30% 선이자…불법 추심 나 대신 싸워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5 08:00

업데이트 2021.04.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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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사는 A씨는 2018년말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수차례 대출이 거절되자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다. 한달 뒤 갚는 조건으로 1200만원을 빌려줬지만 그 자리에서 선이자로 400만원을 뗐다. A씨가 손에 쥔 돈은 800만원에 불과했다. 돈을 구하는데만 정신을 팔다 A씨는 자신이 찾은 곳이 불법 대부업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연간으로 환산한 대출금리는 600% 달했다.

#요즘 50대 여성 B씨는 “밀린 돈 갚으라”라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식당에서 일하며 홀로 세 자녀를 키우던 B씨는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전기세, 수도요금 등 공과금이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당일 대출해준다’는 ‘OO대부’업체에 전화했다. 대출업자는 일주일 뒤 7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50만원을 빌려줬다. 일주일 뒤 빚을 못 갚으면 20만원 연장 비용이 붙었다. B씨는 수차례 20만원씩 내고 연장하다 급기야 연장 비용만으로 원금과 법정이자를 초과했다. 하지만 사채업자는 “원금 갚기 전까지는 매주 20만원을 내야 한다”며 문자와 전화로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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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수렁에 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절박한 상황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돈을 빌리고, 돈을 갚지 못해 협박 등에 시달리다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까지 하며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 동안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적 있는 저신용자 1만7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4명 중 3명은 불법인 줄 알면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쓸 만큼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사채업자로부터 협박 등 불법 추심을 받는 채무자가 일시적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사채업자에게 빚을 끌어다 쓰는 '돌려막기'도 적지 않다.

빚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약한 고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말 기준 423만6000명이다. 1년 만에 1만4000명이나 늘었다. 이들의 대출금액만 517조6000억원에 이른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빚의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채무자 지원제도다. 채무자를 대신해 싸워주고, 심하게 받아간 이자까지 받아주기도 한다. 과도한 빚 부담에 삶의 나락에 빠지지 않게 구제해주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제도를 꼼꼼히 파악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채무조정제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채무조정제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①불법 사채 썼다면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법금융대응단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채무자에게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를 연결해준다. 소득에 따라 무료 변호사 선임도 가능하다. 일단 변호사가 선임되면 변호사에게 채권자 대응을 맡길 수 있어 불법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송 대리를 통해 부당 이득(법정 최고 이자 초과분)도 반납받을 수 있다. A씨도 이 제도를 통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 대부업체에 초과변제한 384만원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민간단체인 대부협회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협회는 2009년부터 소비자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을 근절해 합법적으로 등록을 마친 대부업체(회원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업계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대부협회 관계자는 "민·형사 재판을 통한 피해 구제는 긴 시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단점이 있다"며 "대부협회는 채무자가 대출계약서와 이체 내역 등 증빙 자료만 잘 갖추고 있다면 바로 사채업자와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만에 조정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피해자 이모씨도 협회 조정을 통해 대출 계약을 종결하고 초과 이자 192만원도 반환받았다.

②소득 있지만, 빚이 너무 많다면

개인회생을 고려해볼 만하다. 개인회생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이들에게 사법부가 재량으로 빚을 깎아주는 제도다. 3년 동안 소득에서 최소생활비(중위소득의 60%)를 뺀 금액을 매달 성실히 내면 3년 뒤 남은 채무를 탕감해준다. 법원이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사채를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 채무가 탕감되는 게 장점이다.

지난 20일부터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이 시행돼 기존 15억원이었던 개인회생 부채 한도도 25억원으로 늘었다. 15억 이상 빚을 진 사람에게도 개인회생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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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빚만 많고 소득은 없을 때

소득이 없어 매달 빚을 갚을 수 없다면 개인파산을 신청해야 한다. 개인파산은 가진 재산을 한 번에 청산해 빚을 갚고, 그래도 갚지 못한 빚은 탕감해주는 제도다. 다만 파산 선고를 받으면 아이 돌보미나 경비 등 200여개 직종에 취업할 수 없다. 법상으로 복권(채무 면책)이 이뤄지면 취업이 다시 가능하지만, 실제로 일단 파산 선고가 나면 복권 여부와 상관없이 취업이 막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변호사)는“과거 대법원이 파산 선고는 당연 파직 사유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사후 면책 여부와 관계없이 직장에서 잘리는 일이 반복돼왔다”며 “면책 불허가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만 취업을 제한하고 면책 허가가 나오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④소득이 높고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면

개인회생보다 생계비를 더 후하게 인정해주는 워크아웃이 유리하다. 개인회생과 달리 보증인이 있는 경우 보증인까지 보호해준다는 점도 장점이다. 워크아웃은 채무 조정 신청 다음 날 즉시 채권 추심이 중단되는 만큼, 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법원을 통한 채무 조정보다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

워크아웃 주관 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20세 이상 자녀나 근로 능력이 있는 배우자(전업주부)의 생계비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개인회생보다 월 상환 금액 부담이 적고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납입 유예를 할 수 있다”며 “대신 개인회생보다 상환 기간이 더 길고 원금 감면 비율이 낮은 데다 개인 간 채무는 조정해주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채무조정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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