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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간암 아들 친자 아니었다, 병원 실수로 삶 바뀐 이 부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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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이허병원에서 29년 전 부모가 뒤바뀐 야오처(오른쪽)와 궈웨이 두 청년의 모습. [웨이보 캡처]

중국 화이허병원에서 29년 전 부모가 뒤바뀐 야오처(오른쪽)와 궈웨이 두 청년의 모습. [웨이보 캡처]

태어난 병원 측 실수로 부모가 뒤바뀐 29세 중국 청년이 지병인 간암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간암 치료 중 28년 만에 친부모를 만났지만, 결국 이별해야 했다.

간 이식 사전 검사서 친자 관계 없다 확인 #병원 신생아실서 관리 부실로 뒤바뀌어 #뒤늦게 친부모 찾았지만 건강 악화로 사망

2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신이 태어난 병원 측 실수로 부모가 뒤바뀐 중국 청년 야오처(姚策)의 사연을 보도했다.

야오처는 지난해 초 간암을 선고받았다. 야오처의 부모인 쉬민 부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간이식 수술을 결정했다. 그런데 간 이식 적합성 검사 결과 야오처의 부모는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쉬민 부부는 야오처를 출산했던 화이허 병원을 찾아 자신의 친아들이었던 궈웨이(郭威)와 야오처가 뒤바뀐 사실을 알아냈다. 쉬민 부부는 이어 야오처를 살리기 위해 공안의 도움을 받아 야오처의 친부모인 두신지 부부를 찾아냈다. 30년 가까이 뒤바뀐 아들을 길러온 두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간암 판정을 받은 야오처는 이식 수술을 준비하기 위한 검사에서 부모와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친부모를 찾아냈지만 결국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웨이보 캡처]

지난해 간암 판정을 받은 야오처는 이식 수술을 준비하기 위한 검사에서 부모와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친부모를 찾아냈지만 결국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웨이보 캡처]

쉬민 부부는 간 질환을 앓고 있었던 야오처의 친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의로 아이를 바꿨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결국 그들은 지난달 병원뿐 아니라 두신지 부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중국 공안은 1992년 당시 경영과 관리가 부실했던 병원의 실수라고 발표했다. 조사결과 당시 병원은 모든 신생아에게 같은 옷을 입혔으며, 손목밴드 대신 옷에 산모의 침대 번호가 적힌 라벨을 붙여 아기를 식별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오처와 그의 친부모는 화이허 병원을 상대로 과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병원과 협상이 결렬된 뒤 이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다.

허난성 카이펑시 구러우 인민법원은 지난해 12월 화이허 병원에 76만 위안(약 1억3000만원)을 야오처와 친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구러우 중급 인민법원은 의료비와 부대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항소심 진행 당시 병세가 위중해진 야오처는 결국 지난 3월 23일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微博)에는 병원의 중대한 과실로 두 가정이 망가졌다며 야오처를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중국 매체인 베이징 완바오에 따르면 두신지 부부는 28년 간 키워온 아들 궈웨이를 친부모인 쉬민 부부에게 보냈다. 두 가족은 만나 가족 사진도 남겼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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