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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를 왜 끌고 나와" 늘봄 언니는 밖이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4 16:00

업데이트 2021.04.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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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늘봄(3)이가 반려인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왕준열 PD

진돗개 늘봄(3)이가 반려인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왕준열 PD

“진돗개 주둥이를 왜 안 틀어 막어. 개 키우는 더러운 x”

진돗개 늘봄(3)이를 키우는 30대 보호자 A씨가 산책에 나서면 종종 듣는 말입니다.

[애니띵] 진돗개는 정말 사나운 개일까

공격성이 강하다. 사납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진돗개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인데요. 과연 진짜 그럴까요? 늘봄이 보호자 A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큰 진돗개 무섭다”며 비난·욕설까지…

실외 배변을 하는 늘봄이 때문에 하루에 두세 번씩 산책한다는 A씨는 집을 나설 때마다 늘 긴장하고는 합니다. 늘봄이와 A씨에게 “크고 사나운 진돗개를 입마개도 하지 않고 데리고 다니느냐”며 다짜고짜 화를 내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한 중년 남성은 “왜 진돗개를 끌고 나왔냐”며 소주병으로 물리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고 해요.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던 진돗개 2마리 '새롬이', '희망이' 〈청와대제공〉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던 진돗개 2마리 '새롬이', '희망이' 〈청와대제공〉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A씨는 늘봄이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참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늘봄이와의 산책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두는 일이 습관이 된 거죠.

이런 습관 덕분에 지난 2019년 5월, A씨는 “개가 사람보다 위에 있냐. 저 개XX부터 데려와. 오늘 내가 죽여버릴테니까”라며 욕설을 한 남성을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었다고 해요. 당시 A씨가 촬영한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2주 동안 약 1300명의 엄벌탄원서 서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진돗개(진도믹스)를 반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죠.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A씨는 2019년 3월 다른 진돗개 반려인들과 함께 진돗개와 진도믹스, 토종견들을 위한 모임 ‘진돌이파워’를 만들었습니다. 견종에 따른 막연한 차별을 개선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에 많은 반려인이 지지와 연대를 보냈습니다.

진돗개를 향한 오해와 편견, 이제 바뀌어야

아기 진돗개. 왕준열 PD

아기 진돗개. 왕준열 PD

진돗개는 입마개 의무 견종이 아닙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12조 2항에 따르면 입마개가 필수인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개 견종이에요.

맹견이 아닌데도 진돗개는 공격적이고 사납다는 편견과 오해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수의사 겸 트레이너인 설채현 놀로 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은 “생후 5개월 이전에 사회화를 잘 시킨다면 진돗개도 문제 없다”고 말합니다. 이어 “확률적으로 진돗개는 사냥 본능이 더 강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자의 교육에 따라 성격이 형성되는 만큼 견종을 보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어요. 반려견의 공격성은 견종이 아니라 성향에 따라, 또 사회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17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새해 안녕을 기원하는 소망탑과 조선개 ‘박견’(왼쪽)과 우리나라 토종 ‘진돗개’를 형상화한 빛 조형물이 설치 돼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보

17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새해 안녕을 기원하는 소망탑과 조선개 ‘박견’(왼쪽)과 우리나라 토종 ‘진돗개’를 형상화한 빛 조형물이 설치 돼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보

과학저널인 ‘동물응용행동과학(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은 지난 2008년 진돗개와 같은 대형견 사이에서 개물림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난다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대형견의 물림 사고가 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통계가 유독 부각됐다는 거죠.

“늘봄이를 반려하기 전에는 제 3자의 시선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걱정 없이 살아왔는데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변했을까’ 싶기도 해요.” -진돗개 늘봄이 반려인 A씨

그렇지만 늘봄이와 함께하면서 좋은 점이 더 많다는 A씨. 한국을 대표하는 진돗개와 그런 진돗개를 반려하는 사람들이 편견에 상처받지 않는 날이 올까요.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영상=왕준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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