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기후 위기에 취약한 서울, 도시농업이 돌파구”

중앙일보

입력 2021.04.24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91)

도시 농업은 도시에서 행하는 농업이라고 한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도시 농업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조금씩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도시 농업은 식량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식의 대량 농업이 아닌 도시민이 주도하는 자급자족의 경작이자 생태 농업이다.

지난 3월에 도시농업에 관한 국회토론회가 열린 적이 있다. ‘도시 농업 10년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자리에서 도시 농업의 새로운 의미와 기후 위기 시대의 도시 농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에 참가한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와 그 이후에는 소규모 도시농업 활성화, 비접촉 도시 농업 발달, 생활권 도시 농업 활성화, 치유 도시 농업 등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먹거리의 대량 생산보다는 도시민의 힐링과 여가의 기능이 크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한 온실효과로 온난화가 가속화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접어들기 전에 최대한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한 온실효과로 온난화가 가속화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접어들기 전에 최대한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김상경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장도 여러 가지 도시농업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도시 농업의 치유 효과를 강조하며 앞으로 실버 세대의 건강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백혜숙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도농 상생 차원에서 먹거리와 도시 농업이 추진되어야 하고, 도시농업의 가치사슬은 ‘흙-종자-수확-조리-퇴비-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지적이다. 지금까지 도시의 산업인력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배후의 농업 지역이 먹거리를 생산해 왔고, 도시의 낮은 임금의 노동자에게 식품을 공급하기 위해 낮은 가격의 저품질 농산물을 농촌에 요구한 시스템을 전환해 도시민에게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도시 농업과 도농 상생의 CSA(공동체지원농업)을 강조한 것이다.

이쯤에서 도시 농업의 중요한 역할이 대두된다. 유희정 전환마을 은평 대표는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도시인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 농업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한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접어들기 전에 최대한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서울의 열섬과 미세먼지는 미세 기후로 해결할 수 있다며 도시의 식물 재배로 서울의 열을 식히고 먼지를 잡자고 한다. 도시 농업은 당장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기후 위기와 같은 커다란 문제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역할이 더 클 수 있다.

우리는 도시의 기후 변화와 위기보다는 부동산에 더 관심을 가진다. 지금같이 계속 살다가는 몇십년 후에 온실 효과로 빙하가 녹아 한반도가 잠기든 말든, 지구가 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내 재산이 오르는 게 더 중요하다. 서울 시장 선거 전에는 부동산값 폭등이 큰 문제라더니 시장 선거가 끝나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다.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긍정적인 것이지만 그것은 자산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이다.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많은 사람은 사회의 낙오자처럼 취급되니 집과 땅을 사려고 난리이다. 부익부 빈익빈과 같은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산의 독점과 독과점의 현상이 현재의 문제를 야기한다.

나는 부동산 투자나 투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결국 부동산도 토지의 이용에 관한 문제인데, 한정된 자산인 토지를 모두 아파트와 같은 건물로 이용해 버려 녹지와 농지와 사라져 나타나는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제는 부작용 정도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다가왔다.

아마존의 밀림이 개발돼 엄청난 탄소가 배출되고, 몽골과 중국이 사막화해 모래 먼지가 한반도로 밀려오는 상황인데도 정작 우리의 녹지가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있다. 농지가 사라져 식량 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곡물 자급률도 21%로 떨어졌다. 우리는 매년 1600만t의 곡물을 수입해야만 살 수 있는 나라다. 토지는 농업보다는 공업이나 주택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이 높으니 좀 더 개발하고, 먹거리는 수입해서 먹자는 이야기는 한가한 소리이다. 우리가 주로 식량을 수입하는 나라인 중국이나 미국조차 여차하면 수출 중지를 선언할 판이다.

동네를 산책하는데 웬 텃밭이 하나 보인다. 구청에서 마련한 빈집을 활용한 도시 텃밭이란다. 밭만 보면 허리가 숙여지는 버릇에 가까이 가서 보니 예전 집터 자리에 마련된 30평짜리 채소밭이다. [사진 김성주]

동네를 산책하는데 웬 텃밭이 하나 보인다. 구청에서 마련한 빈집을 활용한 도시 텃밭이란다. 밭만 보면 허리가 숙여지는 버릇에 가까이 가서 보니 예전 집터 자리에 마련된 30평짜리 채소밭이다. [사진 김성주]

2010년 러시아가 기후 변화로 가뭄이 들면서 밀 수출을 중지하자 중동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시리아에 내전이 터져 IS와 같은 테러 조직이 준동한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모른다. 기후 위기와 관련해 북한과 중국을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거기에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를 방류하는 일본과 관망하는 미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2019년 호주 국립기후보건센터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보고서를 내었다. 내용을 보면 지금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생존 불가능한 상황이 되리라는 것이다. 좀 더 살펴보면 기후 위기와 관련해 핵 전쟁급 위기가 오고 대략 10억 명의 난민이 생긴다. 그중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이 매우 위험하고 한국, 일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들 나라의 난민이 호주로 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국제 사회는 대략 이런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도시 농업을 이야기하다가 부동산 문제와 기후 변화에 핵 전쟁급 위기를 생각하니 너무 나갔나 싶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서 점차 늘어나니 다행이다. 도시 농업은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는 생존의 담론이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고민이 많아져 동네를 산책하는데 웬 텃밭이 하나 보인다. 구청에서 마련한 빈집을 활용한 도시 텃밭이란다. 밭만 보면 허리가 숙여지는 버릇에 가까이 가서 보니 예전 집터 자리에 마련된 30평짜리 채소밭이다. 텃밭이 위치한 장소는 예전에 떡을 많이 팔던 떡전교 부근이고 조선 시대 직전인 전농(典農)이 있던 자리라 나름 스토리는 가지고 있어 흥미로웠다.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주민이 여기 말고도 두 군데 더 마련이 되었단다.

이런 텃밭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30평은 건졌으니 다행이다. 누가 알까 이 작은 텃밭이 세상을 바꿀지.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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