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장소 이탈해도 갈곳 없다…'느슨한 철옹성' 이스라엘 [르포]

중앙일보

입력 2021.04.24 09:00

업데이트 2021.04.26 13:37

23일(현지시간) 자가격리 중인 중앙일보 김민욱 기자가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 제브 한 아파트에서 팔레스타인 집단 거주지인 서안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23일(현지시간) 자가격리 중인 중앙일보 김민욱 기자가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 제브 한 아파트에서 팔레스타인 집단 거주지인 서안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본지 김민욱·임현동 기자,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가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외곽 피스갓 제브. 중앙일보 취재진이 일주일째 자가격리 중인 숙소가 있는 지역이다. 모세 샤미르 거리를 따라 4~5층짜리 테라스 아파트가 쭉 들어서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와 지척이다. 가까운 곳은 직선거리로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면, 서안지구를 가르는 긴 장벽 너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으론 이스라엘 국기를 건 아파트가 보인다.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이 히브리어로 재잘대는 말소리도 들린다.

본지 임현동 기자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텔아비브=김민욱 기자

본지 임현동 기자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텔아비브=김민욱 기자

'I-방역' 생생하게 전하려 입국 

취재진은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관문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집단면역에 빠르게 접근하는 ‘I-방역’(이스라엘 방역)의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한때 집 밖 1㎞를 벗어날 수 없는 봉쇄령이 떨어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어 던진 나라가 됐다. 이참에 K 방역의 난맥도 풀어볼 계획이다.

입국 절차는 까다로웠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1995년부터 사증(비자) 면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현지 당국이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을 막으려 하늘길을 꽁꽁 묶어놔 외국인은 입국이 안되는 상태다. 플라이 두바이 항공사 승무원이 취재진에게 “한국인이냐” “어떻게 입국할 수 있게 됐냐”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중앙일보는 I-방역을 소개하겠다는 취지를 이스라엘 당국에 설득해 어렵사리 특별 입국허가를 받았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탄 비행기가 17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텔아비브=임현동 기자

중앙일보 취재진이 탄 비행기가 17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텔아비브=임현동 기자

자가격리 기간 열흘로 줄어들 듯 

입국 준비과정부터 간단치 않았다. 취재진은 출국 72시간 전 국내에서 RT-PCR 검사를 한 뒤 의사의 진단까지 더한 ‘음성 확인서’(영문)를 발급받았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입국 24시간 전 요구하는 ‘자가 검진’ 절차도 밟아야 했다. 발열(38도 이상)·호흡기 질환 유무, 현지 자가격리 숙소 주소 등을 기재해야 한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PCR 검사를 한 번 더 받았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기간은 14일이다. 하지만 입국 9일째 시행하는 PCR 검사에서 한 차례 더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 기간을 10일로 줄여준다.

이스라엘 KRM뉴스에 따르면 백신을 두 번 접종한 이스라엘 시민은 귀국 때 자가격리 조처가 면제된다. 다만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됐을 땐 14일간 집에서 격리해야 한다. 역시 추가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기간을 나흘 줄여준다. 하지만 추가 PCR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격리하는 동안 외출은 일절 금지다. 접촉자는 집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격리 기간이 끝나면 당국으로부터 ‘외출해도 된다’는 연락이 온다. 한국과 달리 격리해제 전 PCR 검사는 없다.

본지 김민욱 기자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자가격리 중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본지 김민욱 기자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자가격리 중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김민욱 기자가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자가격리 중 운동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김민욱 기자가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자가격리 중 운동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현지 교민 쓰던 아파트 단기임차 

취재진의 자가격리 숙소는 교민이 사용하던 아파트다. 방 네 개에 화장실이 세 개 딸린 준대형 아파트다. 현재 JTBC 취재진까지 모두 4명이 함께 쓰고 있다. 호텔에 묵으려면 백신 접종증명서인 ‘그린 패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예약부터 불가능했다. 결국 이 아파트를 단기로 임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역시 이스라엘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아파트는 취재진 입국 전인 3월부터 비워둔 상태였다. 군대를 제대한 딸이 할머니를 보고 싶어 해 가족이 한국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자가격리 닷새째인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 제브의 한 아파트에서 본지 김민욱 기자가 기사작성을 하다 간식을 먹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자가격리 닷새째인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 제브의 한 아파트에서 본지 김민욱 기자가 기사작성을 하다 간식을 먹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한국과는 너무 다른 격리 

지금까지 격리 기간 현지 당국의 확인은 없었다. 혹시나 격리 장소를 이탈하지 않았는지 전화로 확인하는 절차도 없다. 입국할 때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연락하라는 당부했던 것이 다였다. 휴대전화에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는 등의 능동감시를 하는 한국과 대조된다. 한국의 경우 입국자가 자가격리 중인 집 밖 30m를 벗어나면 휴대전화 화면에 즉시 ‘이탈’ 경고 팝업창이, 뜨고 보건소 담당자에 연락이 가게 된다.

이처럼 이스라엘 당국의 감시는 느슨하지만, 외출은 언감생심이다. 적발되면 바로 출국 조처되고, 이스라엘 입국이 영구히 거절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외출한다 해도 그린 패스가 없는 취재진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백신 그린패스. 교민에게 캡처 화면을 전달 받았다. 임현동 기자

이스라엘 코로나19 백신 그린패스. 교민에게 캡처 화면을 전달 받았다. 임현동 기자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피스갓 제브의 한 주택가에서 반려견이 나른한 오후 낮잠을 즐기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피스갓 제브의 한 주택가에서 반려견이 나른한 오후 낮잠을 즐기고 있다. 임현동 기자

6시간 늦은 시차 고려해 활동 

취재진의 일과는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해 움직인다. 이스라엘이 6시간 늦다. 오전 6시에 일어나도 한국은 이미 해가 중천이다. 하루 일과는 현지 언론을 통해 새 기사를 확인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의 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취재·기사작성에 쓴다. 격리 기간 발이 묶여 있다 보니 취재가 제한적이다. 현지 통신원에게서 필요한 자료를 그때그때 받고 있다. 전화 취재 역시 필수다.

자가격리 동안 배달된 음식. 임현동 기자

자가격리 동안 배달된 음식. 임현동 기자

자가격리 기간 동안 취재진에 제공된 식사. 메뉴가 다채롭고 맛도 일품이다. 컵라면은 취재진이 한국에서 갖고 온 것이다. 임현동 기자

자가격리 기간 동안 취재진에 제공된 식사. 메뉴가 다채롭고 맛도 일품이다. 컵라면은 취재진이 한국에서 갖고 온 것이다. 임현동 기자

확성기 예배 방송 고역, 음식은 입맛에 맞는 편  

격리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장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예배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하는 게 고역이다. 한국에서 남북 양측이 서로 군사분계선 너머로 확성기 방송을 했듯, 팔레스타인 측도 확성기로 이슬람 예배를 크게 틀어놓는다. 장벽과 가깝다 보니 소음 수준이라 견디기 힘들다.

식사는 하루 세 번 현지 교민이 배달해 주는 음식을 먹는다. 출국 전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뒀다. 현지 교민이 700여명에 불과해 한식 식재료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가끔 한국에서 성지순례를 온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시락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는데, 훌륭한 한국 가정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도착한 날 저녁 받은 첫 식사 메뉴는 보쌈이었다. 이어 묵은지 김치찜·불고기·떡갈비·닭볶음탕·연어회·치킨·김치볶음밥 등이 나오는 등 메뉴도 다양한 편이다.
음식을 배달해주는 교민은 이미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도 음식을 문 앞에 놓고 갈 때도 있고, 마스크를 단단히 쓴 채 취재진에 직접 건네기도 한다. 도착 후 취재진 모두 체중이 한때 1~2.5㎏씩 불었다. 숙소에 헬스 자전거·아령 등 운동기구가 구비돼 있지만 아무래도 움직임이 제한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본지 김민욱 기자가 자가격리 엿새째인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 제브의 한 아파트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한 테라스 아파트가 보인다. 임현동 기자

본지 김민욱 기자가 자가격리 엿새째인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 제브의 한 아파트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한 테라스 아파트가 보인다. 임현동 기자

27일부터 현장 취재 가능할 듯 

추가 PCR 검사를 통과하면, 27일부터 본격적인 이스라엘 현지 취재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취재진 모두 코로나19 의심증상 없이 건강한 상태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