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압수땐 3억 안됐는데…檢에 123억 안겨준 비트코인

중앙일보

입력 2021.04.24 05:00

업데이트 2021.04.24 07:26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원대 까지 내려간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5일 수원지검이 처분한 191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122억 9400만원. 검찰이 ‘제2의 소라넷’이라고 불린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안모씨에게서 몰수한 비트코인을 개당 6426만원에 처분한 결과다. 경찰이 지난 2017년 4월 안씨로부터 비트코인을 압수했을 때 개당 가격은 약 140만원(총 2억7000여만원)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가격이 자그마치 약 45배가량 뛴 것이다.

첫 ‘비트코인’ 몰수 판결 의미는?

검찰 환수의 근거가 된 것은 3년 전 2018년 사법 사상 처음으로 내려진 대법원의 몰수 판결 덕이다. 당시 대법원은 안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검찰이 압수한 216비트코인 중 191비트코인에 대한 몰수 결정을 내렸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비트코인이 현실 세계에서 갖는 ‘경제적 가치’가 법적으로 처음 인정된 것이다.

이는 수원지검이 ‘비트코인 환수팀’까지 만들면서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와 함께 비트코인이 범죄 수익이란 점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수사에 나선 성과이기도 하다. 수사팀은 비트코인에서 생성되는 비트코인 주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안씨가 갖고 있던 비트코인이 음란 사이트 운영 수익임을 입증해냈다고 한다.

또 ‘물리적 실체’가 없어 몰수하기 적절치 않다는 원심 판단을 뒤집기 위해 미국, 호주, 프랑스 등 해외 비트코인 몰수 판결 사례도 추가로 제출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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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비트코인’ 파는 시대 왔나

당시 이 판결은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한 첫 사례이자 ‘코인 투자 광풍’ 한가운데에서 나온 판결이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비트코인은 전자지갑에 보관돼왔다. 처분 대상인 가상화폐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고, 어떤 절차를 거쳐 국고에 귀속할지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3월 25일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정을 담은 새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면서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가상자산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법률 정비가 완료된 셈이다. 이 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특금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5일 비트코인을 팔았다. 며칠 뒤에는 개당 7000만원 이상 가격이 치솟기도 했지만, 시세 변동 폭을 예측하기 어려운 암호화폐의 특성 등을 고려해 법률 시행 첫날을 매각 기일로 잡았다고 한다.

‘n번방’의 전신, ‘제2의 소라넷’ 악명…

에이브이스눕 화면 캡처.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에이브이스눕 화면 캡처.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검찰이 보유했던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에이브이스눕(AVSNOOP)이라는 불법 성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안씨로부터 압수한 것이다. 안씨가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비트코인은 압수 당시에 비하면 이른바 ‘떡상’(급격히 상승)했다. 실제로 그는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재판부에 14차례의 반성문도 제출하는 등 형량 감형과 함께 비트코인 몰수를 막아보려 했다고 한다.

에이브이스눕은 소라넷이 폐쇄된 뒤 주목을 받은 곳이다. 기존 소라넷 회원들에 의해 ‘제2의 소라넷’이라고 불렸다. 2017년 당시 회원 수가 121만명에 달했다. 약 100만 명이었던 소라넷 회원 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사이트의 이름은 성인비디오(Adult Video·AV)에 염탐꾼이라는 뜻을 가진 ‘snoop’의 합성어다. 이 사이트에는 2017년 4월 사라지기 전까지 46만개가 넘는 음란물이 올라왔다. 헤어진 전 이성 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복수 차원에서 영상으로 찍은 ‘리벤지 포르노’가 유포돼기도 했고,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도 다수였다.

안씨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회원에게 사이트 이용등급(총 9개 등급)을 높여주고, 더 많은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유행한 텔레그램 성 착취 채팅방은 이 사이트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따라 한 경우가 많아 ‘n번방’의 전신(前身)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수민‧이수정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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