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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리는 공매도…전환사채 발행 잔액 많은 기업 조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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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18면

실전 공시의 세계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주식시장 충격으로 지난 1년여 동안 금지됐던 공매도가 예정대로 다음 달 3일 재개됩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벌써 리포트에서 공매도 타깃이 될만한 기업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전환사채(CB) 발행 잔액이 큰 기업 중 일부에 공매도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대동공업 등 50개사 최근 CB 발행 #대차잔고 따져 신중히 투자해야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으로 유상증자 못지않게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전환사채 발행 공시입니다. 최근 한 달만 해도 대동공업, CJ CGV, 오성첨단소재 등 50여 개 상장기업이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 잔액이 많은 기업이 왜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걸까요?

전환사채는 투자자가 주식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는 회사채입니다. 예를 들어 A사가 사모(私募) 방식으로 전환사채 100만원을 발행했고, 이를 B펀드가 인수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주식전환가격은 1만원입니다. 그렇다면 B펀드는 A사에게 원금 100만원 대신 신주 100주(투자원금 100만원)를 발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A사 주가가 1만5000만원이 되었을 때 B펀드가 전환사채 투자금을 주당 1만원에 주식전환해 매각한다면 주당 5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환사채도 회사채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자가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대개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합니다. B펀드는 이자를 받아가며 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다 적절한 시점에 주식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투자자가 전환청구한다고 해서 곧바로 신주가 발행되고 상장거래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15일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막상 신주 상장 시점에 주가가 1만2000원으로 떨어진다면 매각차익은 2000원으로 줄어듭니다.

아디다스·리복·나이키 등 글로벌 신발 브랜드 주문생산업체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3월 사모 전환사채 15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전환가격은 1만7542원이고, 올해 3월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합니다. 현재 주가는 1만8000원~1만9000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다음 달 공매도 재개 시점에 주가가 2만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환사채 투자자는 어떻게 하면 2458원의 차익(주가-전환가격)을 확정 지을 수 있을까요?

공매도를 활용하면 됩니다. 주식을 빌려 지금 주가(2만원)에 매도한 다음, 전환사채를 주식전환(1만7542원)해서 갚으면 됩니다. 공매도를 하지 않고 전환청구해 매각한다면, 매각 가능 시점까지 15일 이상 동안 주가변동 리스크를 져야 합니다. 따라서 주가와 전환가격 간 차이가 클수록 공매도로 수익을 확정하려는 유인이 커집니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래에 주가가 꾸준히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금 굳이 공매도를 해 수익을 고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달 들어 주식 대차잔고(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있는 물량)가 꽤 증가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주식 대차가 모두 공매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기간 대차잔고가 급증한 경우는 공매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판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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