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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틀째 신규확진 5000명···올림픽 91일 앞 '3번째 긴급사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쿄올림픽을 91일 앞두고 일본 정부가 3번째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한다. 이달 말부터 열흘에 걸친 대형 연휴 ‘골든위크’ 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음달 17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일 시점을 앞두고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될 계획이어서, 코로나 확산을 잠재우기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대책보다 올림픽이 우선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바흐 ICO 위원장 방일 전에 해제 예정 #"사태 심각한 데 긴급사태 짧다" 우려 #2번째 긴급사태는 성화봉송 직전 해제

23일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회의를 열고 도쿄, 오사카, 교토, 효고 등 4개 광역지자체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한다. 기간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7일간이다.

이번 긴급사태는 과거 두 차례 발령 때보다 음식점 영업 및 이벤트 제한 등의 조치가 강화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주류를 제공하는 음식점에 대해 휴업을 요청하고, 주류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오후 8시까지 영업시간 단축이 실시된다. 백화점을 포함한 대형상업시설도 휴업 대상에 포함되며, 행사 및 이벤트는 무관객 개최를 요청할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가 23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각의에 임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에서 도쿄 등에 대한 코로나19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결정한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가 23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각의에 임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에서 도쿄 등에 대한 코로나19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결정한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22일 기자단에게 “대형 연휴(골든위크)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대책을 취해, 감염확대 방지를 어떻게 해서든 조치해 억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짧고 강한’ 형태의 긴급사태선언을 내리는 배경엔 예사롭지 않은 코로나19 확산 세가 있다. 일본 전국에서 이틀 연속 5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도쿄의 경우 변이형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도쿄도에 따르면 4월 12~18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변이형(N501) 바이러스 감염자의 비율은 32.8%로, 약 2주 뒤에는 변이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현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약 2주 뒤 도쿄의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2000명, 입원환자 수도 6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도쿄도는 예측하고 있다. 오키나와 무리부시(群星) 임상연구센터의 도쿠타 야스하루(德田安春) 센터장은 도쿄신문에 “의료붕괴가 계속되면, 신규 감염자의 약 1%는, 감염된 지 1개월 뒤엔 사망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 오다이바강에 만들어진 오륜 형상물.[AFP=연합뉴스]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 오다이바강에 만들어진 오륜 형상물.[AFP=연합뉴스]

반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데 반해, 긴급사태선언을 2주간만 지정하는 것은 너무 짧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긴급사태선언 종료 시점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방일 시점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다음달 17~19일 일본을 방문한다.

실제 지난 2차례 긴급사태선언도 올림픽 일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첫 긴급사태 선언은 지난해 3월 24일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직후 확정됐다. 당시 아베 총리는 직전까지 긴급사태선언을 주저하다가, 연기가 결정되자 곧바로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두 번째 긴급사태선언도 확진자가 충분히 줄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 성화봉송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3월 24일 해제됐다. 올림픽이 코로나 대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지난 2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바흐 위원장이 “긴급사태선언은 도쿄올림픽과 관계가 없다. 골든위크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 게 기름을 부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 20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UFEA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 20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UFEA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 의사회 회장은 “긴급사태선언이 ‘큰일’이라고 말하면 대회 취소로 내몰리니까,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발언을 한 것 같다”면서 “정말로 올림픽을 열고 싶다면 ‘이대로는 개최가 어렵다. 감염 확산을 철저히 억제해달라’고 호소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올림픽 조직위의 한 간부는 “중요한 것은 국내 여론인데 (바흐의) 발언은 역효과를 부를 뿐”이라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도쿄올림픽에 해외 관객은 받지 않겠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그렇다 해도 선수들과 감독 등 관계자를 합치면 최소 3만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저널리스트인 이즈미 히로시(泉宏)는 도쿄신문에 “스가 총리는 정권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번 긴급사태선언은 성화봉송 시작 전에, 이번에도 바흐 위원장의 방일 전까지가 되는 것이다. 올림픽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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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문은 코로나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경우 지금까지 강조해온 ‘인류가 코로나와 싸워 이긴 징표’로서의 올림픽은 커녕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17일 미·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인류가 코로나와 싸워 이긴 징표’라는 표현 대신 ‘세계 단결의 상징으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라고 상대적으로 약해진 표현을 사용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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