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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은 피아노" 지휘자 아닌 피아니스트로 무대 서는 정명훈

중앙일보

입력

2014년 이후 7년 만, 음악계 데뷔 이후 두번째로 피아노 독주 무대에 서는 정명훈. [연합뉴스]

2014년 이후 7년 만, 음악계 데뷔 이후 두번째로 피아노 독주 무대에 서는 정명훈. [연합뉴스]

“피아니스트로 활동 안 한 지 30년이 넘는다. 하지만 첫 사랑이 피아노였다.”
지휘자 정명훈(68)이 피아노 독주로 돌아오며 “그동안 연주는 안 했지만 피아노를 늘 좋아했다”고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아주 어릴 때는 사랑하는 게 이 세상에 두가지였다. 피아노하고 초콜릿”이라고도 했다. 그는 23일 대구에서 시작해 28, 30일 서울까지 총 여섯 번 피아노 독주 무대에 선다.

23일부터 여섯 차례 독주회

정명훈은 1981년 LA필 부지휘자로 시작해 84~90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 87~92년 피렌체 시립극장 수석 객원, 89~94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 97~2005년 산타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했다. 2006~2015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았다. 올해와 내년에도 암스텔담, 뮌헨, 도쿄, 밀라노 등에서 지휘 무대를 앞두고 있다.

시작은 피아노였다. 7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하이든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고, 이듬해에 미국 시애틀로 가족과 이민했다. 이전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애틀에서 부모님이 운영한 한식당 한 켠에 피아노가 있어 손님이 없을 때는 실컷 칠 수 있었다”고 했다. 피아노로 음악에 흥미를 느낀 정명훈은 지휘자 주빈 메타를 찾아가 오디션을 본 후 14세에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21세이던 1974년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입상한 부문도 피아노였다.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의 1악장을 들려준 정명훈. [연합뉴스]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의 1악장을 들려준 정명훈. [연합뉴스]

손위 누이 정명화(첼로)ㆍ경화(바이올린)와 피아노 트리오로 세계 무대에서 연주한 일은 많았지만, 피아노 독주는 없었다. 2013년 “손주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 등을 녹음한 것이 첫 피아노 독집 앨범이다. 두번째 피아노 음반은 22일 나온 하이든ㆍ베토벤ㆍ브람스 녹음이다. 이날 정명훈은 “옛날에 피아니스트일 때는 말을 거의 안 했다. 대신 피아노하고만 계속 싸웠다. 연주가 끝나면 너무 실망해서 방에서 나오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피아노 대신 지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말 안하고 우울한 지휘자는 있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밝게 했다. 굉장히 나아졌다. 또 가족과의 삶을 위해서는 지휘자가 훨씬 좋다. 적어도 한 도시에 일주일은 있으니까.” 정명훈은 “초콜릿과 피아노에서 가족과 음악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며 오랫동안 피아노 대신 지휘대에 올랐던 과정을 설명했다.

음반에 수록된 곡은 작곡가들이 말년에 쓴 작품들이다. 베토벤 소나타 30번은 50세, 하이든 소나타 60번은 62세, 브람스의 간주곡과 피아노소품은 59, 60세에 작곡됐다. 정명훈은 “이해가 안 되던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알게되는 일이 많다. 나이가 많아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후기 작품들을 선택한 까닭을 이야기했다.

서울시향을 떠난 후 한국 교향악단을 다시 맡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제는 내 자신을 프로페셔널한 음악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는 정도만 한다. 한 오케스트라를 맡아 발전시킬 자신과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자리를 맡게 될 일은 없다.” 대신 그는 이번 연주 투어 후 다시 피아노 작품을 다룰 뜻을 내비쳤다. “아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있다. 슈만의 판타지를 연주하고 싶다.” 19세기의 작곡가 슈만이 연인인 클라라를 그리며 쓴 작품이다. 정명훈의 피아노 독주는 28,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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