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민석의 Mr.밀리터리

핵 전쟁에도 대비한 실질적 대비 전략 짜야

중앙일보

입력 2021.04.23 00:31

업데이트 2021.04.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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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북한 국가 목표의 변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북한 국가 목표의 변화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도전에 미국 등 자유세계가 더 결속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복속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안보 위기는 1800년대 말 한반도 상황에 못지않다. 당시 조선보다 지금 한국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은 훨씬 막강하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거대한 군사력을 갖춘 중국과 북한의 야심은 또 다른 차원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면 한반도는 중국 영향력에 들어간다. 북한이 2027년쯤 200개의 핵무기에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용 탄도미사일(SLBM)까지 확보하면 한국을 삼키려 들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무지개를 찾아 헤매고 있다.
곧 닥쳐올 거대한 위기에 대처할 시간도 별로 없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 상공에 핵무기를 터뜨릴 수도 있는 북한에 대해선 대화에 목을 매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GP(전방초소) 총격 사건을 “사소한 위반”이라고 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도 제때 발표하지 않았다. 외교안보 부처엔 위기감이 있겠지만,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해당 부처에서 대처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수도 없다. 정부가 북핵 위기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린 적도 없다. 동맹인 미국이 이를 두고 보지만은 않겠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소지도 있다.

아산-랜드연 '2027년 북핵 완성'
미 조야 '북핵 단계적 군축론' 거론
핵전쟁 대비, 연합작전ㆍ훈련 필요
미군 전술핵 안되면 핵무장도 검토

정부, 위기의 안보 현실 외면
역사는 반복된다. 한반도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구한말과 지금 무엇이 다른가. 안타깝지만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엄중한 국제 질서와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문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로 대남적화 통일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와 수량을 늘리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맹신하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북한과 대화하고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이한 상황 판단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밀쳐내고, 우리의 생명줄인 해상수송로를 장악하려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한ㆍ중은 공동운명체”라고 했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중국 공산당과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어찌 공동운명체인가.
김정은의 전략에 한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였다. 지난 9일 미 정보국(DNI)은『2021년 세계 군사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김정은 정권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며, 핵무기를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지난 13일 발표한『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더 적나라하다. 북한이 가진 플루토늄과 4곳의 우라늄 농축시설로부터 2027년쯤 핵무기 151∼242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간값이 대략 200개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 추정치는 67∼116개다. 나아가 2027년이면 북한이 미 전역에 닿는 ICBM과 SLBM도 배치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도 건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전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불과 6년 남았다. 한ㆍ미는 북한의 커진 자만심과 핵무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위기의 전조는 그보다 앞서 시작될 것이다.

북, 핵무기로 한ㆍ미 동맹 와해 노려
실제 북한의 핵 전략은 확대일로다. 북한은 처음엔 미군에 대응하고 중국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려 핵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핵무기가 많아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목표가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아산연-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단계) 핵 개발을 통해 ‘1차 핵 벼랑끝 외교’로 국제사회에서 존중받기를 추진했고 ▶(2단계) ‘2차 핵 벼랑끝 외교’로 미국과 평화회담을 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하노이 회담(2019년 2월)에서 실패했지만, 북한은 핵능력을 키울 시간을 벌었다. ▶(3단계)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북한은 핵무장국을 선언하고,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이 전략이 조만간 본격화하면 한국에 제공하는 미국의 확장억제전략(핵우산)과 한ㆍ미 동맹은 와해 위기에 처한다. 한ㆍ미의 비상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
마지막으로 ▶(4단계) 북한이 200개의 핵무기와 미국을 직접 공격할 ICBM 및 SLBM을 갖추는 시기다. 북한이 지역 (핵)강국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때쯤 북한은 핵무기를 배경으로 미국과 평화ㆍ군축협정 체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막강한 핵무기를 배경으로 미국의 제재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한ㆍ중ㆍ일에 특혜투자를 강요해 경제적 이익을 갈취할 수도 있다. 만약 북한의 도박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더는 받지 못하고, 북한의 보호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에 공산당 합법화도 강요할 수도 있다. 섬뜩한 우리의 미래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랜드 측이 처음엔 이런 시나리오에 부담스러워 했지만, 토의 과정에서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핵을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군축론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이런 핵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핵 교리도 발전시켰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2013년 채택한 법령에서 “적대적 핵보유국(미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북한)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한국ㆍ일본)에 대해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다시말해 한ㆍ일이 미국과 연합해 북한에 대응하면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북한 외무성이 “결정적인 (핵)선제공격은 북한이 미국의 갑작스런 기습공격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 등 전략적 도발 때 미국이 북한에 군사행동을 벌일 수 있는데, 그러면 북한은 핵무기로 선제공격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엄포만은 아니다.

정부, 북핵ㆍ중국에 적극 전략 짜야
북한이 시도할 수 있는 핵 공격 또는 위협은 다양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배경으로 백령도 등 서북도서를 강제 점령할 수도 있고, 서울을 위협해 한국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이 경제와 내부 불안으로 정권이 위험할 땐 국면 전환용으로 전쟁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북한은 미국의 지원군이 한반도에 도착하기 전에 핵무기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ㆍ군산 미 공군기지 등 한국 내 군사시설은 물론, 일본 요코스카 7함대사령부, 이와쿠니 미 공군기지 등 유엔사 후방기지도 타격 대상이다. 7일 이내에 한국 전역을 점령한다는 김정은의 전략이다.(태영호 의원, 2020년 12월) 주일ㆍ주한미군과 미 본토 국민이 북핵에 대규모로 희생되는 상황이면 미ㆍ일은 한국 지원을 주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물론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북한 의도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ㆍ미ㆍ일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경우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의 대비수준이라면 북한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는 실질적인 핵전략을 짜야 한다. 북한에 대해선 핵전쟁을 전제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ㆍ미 연합작전과 훈련도 핵전쟁 가정이 필수다.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려면 이젠 한국에 핵무기가 있어야 말이 먹힌다. 미군 전술핵을 활용하든, 한국이 핵무장을 하든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동ㆍ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려는 중국에도 국제규범에 맞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의 도전에 대응한 미국 중심의 4개국 협력(QUAD)에 참여 검토는 당연하다. 그래야 미국을 한반도에 적극 끌어들여 북핵을 막을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한국의 생존이 최우선이다.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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