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맺히고 짱뚱어 뛰놀면, 남도 섬엔 봄빛

중앙일보

입력 2021.04.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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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남 신안 비금도 대동염전. 날이 포근해진 덕에 염전 위에 하얗게 소금꽃이 피었다. 천일염은 적당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필수다. 염전 일은 농사와 같다. 염부는 겨우내 염전을 보수하고 바닷물을 새로 댄 뒤, 4월 15일께 첫 소금을 거둔다.

전남 신안 비금도 대동염전. 날이 포근해진 덕에 염전 위에 하얗게 소금꽃이 피었다. 천일염은 적당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필수다. 염전 일은 농사와 같다. 염부는 겨우내 염전을 보수하고 바닷물을 새로 댄 뒤, 4월 15일께 첫 소금을 거둔다.

남도 섬의 봄은 바쁘다. 멀찍이서 너른 갯벌과 소금꽃 핀 염전을 보면 지극히 느긋하고 평온한 풍경이다. 가까이서 보면 다르다. 꿈틀꿈틀 갯벌을 헤집고 다니는 갯것의 몸놀림도, 소금을 거두는 염부의 놀림도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덕분에 전남 신안의 봄은 유달리 생동감이 넘친다.

분주한 삶의 현장, 전남 신안 갯벌
올해 첫 천일염 거둔 비금도 염전
겨울 잠 깨어난 갯것들의 흙장난
봄의 진미 한창인 지도섬 어판장

소금도 봄꽃이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네모반듯하고 굵은 소금 결정을 맺는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네모반듯하고 굵은 소금 결정을 맺는다.

소금꽃이 맺혀야 봄이다. 염부에겐 오래된 진리다. 염부는 사계절 쉬지 않는다. 겨울이면 염전을 싹 다 뒤엎어 바닷물을 새로 댄다. 소금밭을 일구는 것이다. 첫 소금을 거두는 건 매년 4월 15일께다. 창고에서 2~3년가량 간수를 뺀 소금이 전국으로 팔려가 김치가 되고 젓갈이 된다.

한반도의 염전 규모는 4139만㎡(약 1252만 평)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7%(2556만㎡)가 신안에 몰려 있다(2019년 해양수산부). 비금도가 신안 천일염의 본향이다. 1947년 비금도 주민들이 갯벌에 돌로 제방을 쌓아 소금밭을 개척한 것이 시작이었다.

바닷물을 염전에 가둔 뒤, 결정지에서 소금이 되기까지는 대략 20일이 걸린다. 염부는 이 과정을 ‘소금이 온다’고 부른다. 대파(고무래)로 소금을 거두는 건 사람이지만, 자연의 힘 없이는 소금 결정이 맺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뜻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있어야만 굵고 단단한 소금이 온다.

산지에선 요즘 천일염 한 포대(20㎏)에 2만5000원을 받는다. 도초도 ‘도락염전’의 채염 과정을 엿봤다. 배동출(67) 염부는 “저염식도 좋지만, 좋은 소금을 먹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파질은 점심께 시작해 해가 넘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느릿하고도 정성이 어린 노동이었다. 거울처럼 평평하고 투명한 염전 위로 하얀 소금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짱뚱어 뛰다

화려한 무늬의 비단짱뚱어. 증도 갯벌을 주름잡는 주인공이다.

화려한 무늬의 비단짱뚱어. 증도 갯벌을 주름잡는 주인공이다.

짱뚱어처럼 계절의 변화를 몸부림쳐 보여주는 갯것도 드물다. 짱뚱어는 눈이 툭 튀어나온 독특한 생김새만큼이나 별난 게 많은 어종이다. 아가미가 있지만, 갯벌 위에서 뛰어놀기를 더 좋아한다. 간조가 되면 펄 밖으로 기어 나와 먹이 활동을 한다. 청정갯벌에서만 서식해, 갯벌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통한다.

겨울잠을 자던 짱뚱어는 요즘 같은 봄날에 활동을 시작한다. 짝짓기철인 5월이면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입을 쩍쩍 벌리고 힘 싸움 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갯벌 위를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암놈을 유혹하는 수놈도 흔하다.

지난달 19일 개통한 임자대교.

지난달 19일 개통한 임자대교.

증도 갯벌 위를 지나는 짱뚱어다리, 증도와 화도를 잇는 노두길, 암태도 추포대교 아래 갯벌이 짱뚱어를 관찰하기 좋은 명당이다. 짱뚱어는 보통 예민한 녀석이 아니다. 주변에서 조그마한 소음이나 움직임이 느껴지면 흙장난을 멈추고 펄 속으로 숨어버린다.

신안갯벌센터 오승민 주무관은 “기온이 높은 한낮에 많이 나온다. 작은 망원경을 챙겨 나오면 더 관찰이 쉽다”고 귀띔했다. 짱뚱어다리 옆 제방에서 잠복하기를 10여 분. 검지 손가락만 한 ‘말뚝망둑어’ 무리 사이로, 화려한 무늬의 등지느러미를 지닌 ‘비단짱뚱어’가 보였다. 자잘한 크기의 농게와 칠게도 꾸물꾸물 진군해 왔다. 저마다 몸짓이 분주하고 앙증맞았다.

입맛 돋우는 간재미초무침

신안은 1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산물은 제각각이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쓴 흑산도는 두말할 것 없는 홍어의 섬이다. 임자도는 민어, 지도는 병어, 홍도는 ‘열기’로 불리는 불볼락이 유명하다.

막걸리식초를 곁들인 간재미초무침. 도초도의 대표적인 봄 음식이다.

막걸리식초를 곁들인 간재미초무침. 도초도의 대표적인 봄 음식이다.

요즘은 도초도에서 나는 ‘간재미(정식 이름 : 홍어)’가 제철이다. 흑산도 홍어(정식 이름 : 참홍어)나 가오리와 닮았지만, 엄연히 다른 어종이다. 간재미는 길이가 50㎝ 남짓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둥이가 둥그스름해, 입 주변이 빼죽 튀어나온 흑산도 홍어와 확연히 구분된다. 간재미는 바위와 펄이 섞여 있는 도초도 앞에서 주로 서식한다. 뼈가 연해 통째 썰어서 먹으면 오독오독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막걸리식초로 맛을 내는 간재미초무침도 맛이 각별하다.

갯벌에는 먹을 게 많다. 짱뚱어는 얼큰한 탕으로, 칠게는 그대로 갈아 칠게장으로 만들어 밥상에 올린다. 연포탕·탕탕이·물회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는 일명 ‘뻘낙지’도 빠질 수 없다. 지도 송도항이 신안에서 가장 큰 어판장이 서는 곳이다. 해산물 가게 24개가 줄지어 있다. 갓 구매한 생선을 대신 조리해주는 초장집이 2층에서 손님을 맞는다.

여행정보
신안군 지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안군 지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가 신안의 들머리다. 목포역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신안은 크게 북부권(지도·증도·임자도), 중부권(압해도·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 남부권(비금도·도초도·우이도·하의도·신의도), 흑산권(흑산도·홍도·가거도)으로 나뉜다. 북부·중부권은 섬과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자동차로도 드나들 수 있다. 지난달 19일 임자대교 개통으로 임자도와 지도·증도 역시 도로로 연결됐다. 자동차로 서너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암태도 남강항에서 비금도행 배가 뜬다. 뱃길로 40분 거리다. 차량도 실을 수 있다. 선착장 주변에 식당과 펜션이 모여 있다.

신안=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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