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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기만 해도 한 달 입원? …'나이롱 환자' 이제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교통사고로 단순 염좌 등 경미한 부상을 입고 3주 이상 진료를 받으려면 보험사에 진단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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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은 22일 ‘합리적인 치료 관행 정립을 위한 자동차보험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진료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과잉진료로 인한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가 선량한 대다수 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된다”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합리적인 치료관행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상환자 진료비만 1조원…이 중 5400억원이 과잉진료

경상환자는 타박과 염좌 등 경미한 부상을 입은 상해 등급 12~14등급의 환자를 말한다. 경상환자에게 지급한 진료비는 2014년 3455억에서 2020년 1조원 가량으로 증가했다. 환자 1인당 진료비도 2014년 33만원에서 2019년 65만원으로 두 배로 늘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렇게 나간 진료비 중 5400억원을 과잉 진료비로 보고 있다.

경상환자 중 5%가량은 경추ㆍ요추 염좌 등 경미한 부상에도 한방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을 찾고 있다. 이들은 최소 세 가지 이상의 종별 의료기관에서 평균 29.5일의 진료를 받았다. 이들의 평균 진료비는 192만원이다. 나머지 95%의 환자의 진료일수는 평균 8.1일, 평균 진료비는 58만원 수준이다.

교통사고 부상자 수 증가율보다 부상환자에게 지급한 진료비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상환자에게 지급된 진료비는 2014년 3455억원에서 2020년 1조원으로 증가했다. 보험연구원

교통사고 부상자 수 증가율보다 부상환자에게 지급한 진료비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상환자에게 지급된 진료비는 2014년 3455억원에서 2020년 1조원으로 증가했다. 보험연구원

3주 넘게 진료받으려면 진단서 제출 의무화 추진

보험업계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경상환자가 3주를 초과해 진료받기를 원할 경우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주 이상의 진료를 받는 경상환자는 전체 경상환자의 5% 내외다. 현재는 상해 입증이나 회복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주관적 통증 여부에 따라 제한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방안은 대인배상Ⅰ의 보험금 한도(상해등급 12급 120만원, 14급 50만원)을 초과하는 진료비를 사고 과실비율에 따라 본인의 보험(대인배상Ⅱ)에서 부담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과실비율과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에서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준다. 이 때문에 과실비율이 높은 경상환자들의 보상성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통상 진료비가 클수록 합의금도 커져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과실비율 90% 피해자의 진료비가 과실비율 10% 피해자의 진료비보다 19%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료비를 과실에 따라 부담하면 일부 경상환자에게 건강보험의 자기부담금 같은 역할을 해 과잉진료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상환자 95%의 평균 진료비는 58만원으로 대인배상Ⅰ의 한도 내에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경상환자의 진료권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제도개선을 통해 연간 5200억원의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 계약자 1인당 2만3000원꼴로, 보험료 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일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로 인한 선량한 운전자의 비용분담을 줄이기 위해서 경상환자에 대한 합리적인 치료비 보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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