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충격 가시기도 전에…女동료 집앞서 흉기 휘두른 男

중앙일보

입력 2021.04.22 05:00

20대 A씨가 30대 여성 직장동료 집 근처 골목을 오가며 주변을 기웃댄다(왼쪽). 20분 후 나타난 A씨 손은 피범벅이 돼 있었다고 JTBC가 전했다. 사진 JTBC 뉴스룸

20대 A씨가 30대 여성 직장동료 집 근처 골목을 오가며 주변을 기웃댄다(왼쪽). 20분 후 나타난 A씨 손은 피범벅이 돼 있었다고 JTBC가 전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이 있었다면 ‘김태현 스토킹 살인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까. ‘스토킹 범죄의 처벌법’ 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스토킹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교롭게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김태현의 범죄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직장동료 집 앞서 흉기 휘둘러 

피범벅이 된 A씨의 손. 사진 JTBC 뉴스룸

피범벅이 된 A씨의 손. 사진 JTBC 뉴스룸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여성 직장동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A씨(28)에 대한 구속영장을 21일 발부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쯤 직장동료인 30대 여성이 사는 안산시 단원구의 한 다세대 주택 앞에서 동료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흉기에 찔린 여성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피해 여성에게 호감을 보였다는 진술을 확보해 스토킹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 신고, 하루 12건 이상 접수 

 ‘노원구 세 모녀’를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 뉴스1

‘노원구 세 모녀’를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 뉴스1

스토킹 범죄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18년 5월부터 스토킹 관련 코드를 신설해 신고를 받고 있다. 3년 전부터 통계가 잡히기 시작해 2018년 2772건,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 등을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4000여 건의 스토킹 관련 신고가 경찰에 들어온 셈이다. 하루 평균 12건 꼴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법’이 제정된 것은 이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9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에 사각지대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우려다.

“새 법에 2차 가해 여지 있어”

스토킹 관련 일러스트. 장유진 인턴

스토킹 관련 일러스트. 장유진 인턴

새 법에 규정된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가족에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등을 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상대방 의사에 반한다’고 하면 그 의사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입장을 지속해서 물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2차 가해’가 있을 수 있고, (가해자 측이) 합의나 회유를 강요·종용할 수 있는 여지를 법이 남겨놨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없는 점도 지적된다.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면 범죄로 인정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스토킹 행위가 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 승인을 받아 스토킹 상대방이나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긴급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 처벌법을 보면 스토킹을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애정 표현이나 구애로 보는 게 아니라 살인 전조로 인식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수사기관이 바로 범죄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반복적이라는 모호한 규정이 아닌 가해자가 스토킹에 대한 경향성을 띄고 있다면 신병처리도 즉각 검토하는 등 피해자와 스토커를 확실히 강제로 분리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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