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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수도권 공시가 급등에 제주지사가 펄쩍 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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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 국민의힘 소속 5개 시·도지사가 마이크 앞에 섰다.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향 정책을 성토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주택 공시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올해 공시가를 전년도 가격으로 동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명의로 된 공동 건의문을 통해서다.

공시가 논란은 지난달 15일 정부의 공시가격(안)이 발표된 후 매일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부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 상승률(안)은 19.08%다. 세종(70.68%), 경기(23.96%), 대전(20.57%), 서울(19.91%), 부산(19.67%) 등이 많이 오른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가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시가가 지난해 상승률(5.98%)보다 3배 이상 높아지자 곳곳에서 반발했다. 1년새 평균 70% 이상 공시가가 뛴 세종시에선 주민들이 집단 이의신청에 나섰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 규모가 70배 늘어난 데 따른 반발이다. 세종시에선 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지난해 25가구에서 올해는 1760가구로 늘어났다.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번엔 지자체장들이 나섰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공시가를 성토하고 나선 것은 원희룡 제주지사다. 그는 정부 발표 이튿날 “정부 공시가격안은 오류투성이”라며 전국 공시가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주장했다.

이어 원 지사는 5개 시·도지사와 건의문을 발표하면서 “제주도 공동주택 14만4166호 중 2만1216호의 공시가 산정이 오류였다”고 주장했다. 주택 공시가의 결정기준인 ‘표준주택’에 폐가나 빈집 등이 포함돼 전체 공시가를 왜곡시켰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시장도 가세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올해 공시가 이의신청 건수는 4년 전보다 30배 많은 4만 건 이상”이라며 공시가 산정 근거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 역시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일부 지자체의 (공시가 관련) 문제 제기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 공시법에 따라 1421만 가구를 전수 조사해 산정한 것”이라며 재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원 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은 또다시 질문을 던지고 나섰다.

“왜, 제주도 등에서 지적한 폐가·빈집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느냐”는 되물음이다. 적어도 올해 공시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산정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다.

“공시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선정과정부터 공개하는 게 옳다”는 여론도 정부로선 외면 못할 대목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는 오는 29일 정부에 의해 확정·공시된다.

최경호 내셔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