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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50원→5만원→1만원…암호화폐 광풍, 정부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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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원 밑으로 하락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코인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원 밑으로 하락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코인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 30분 만에 1000배로 폭등했다. 7시간 뒤엔 최고점의 3분의 1로 급락했다. 가격이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한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ARW) 얘기다.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5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ARW는 같은 날 오후 3시 1분 5만3800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10시에는 1만7010원까지 하락했다. 21일 오후 5시에는 3만1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만일 최고점에서 ARW를 산 투자자라면 하루 만에 투자금의 40% 이상을 잃었다는 얘기다.

상장 30분 만에 1000배 뛰었다 #7시간 뒤엔 최고점 3분의 1로 #이상과열에 특별단속 나섰지만 #투자자산 아니라 처벌 사각지대 #제도권 편입 땐 투기 부추길 우려 #국제적 합의 없이 규제도 어려워

연일 폭등하던 암호화폐 도지코인은 21일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33분 기준 도지코인 가격은 개당 31.54센트에서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 18.31% 하락했다. 최근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도지데이까지 가격을 1달러까지 끌어올리자”며 도지코인 매수에 나섰다. 이들이 도지데이로 지목한 날짜가 지난 20일이다. 그런데 도지데이 당일에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국무조정실 주도로 관계 부처 합동 특별 단속에 나선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대금을 출금하는 과정에서 의심 거래가 있는지 감시를 강화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외환거래법의 위반 사례가 있는지 점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기로 했다. 경찰도 전담 부서를 설치해 불법 행위를 단속한다.

암호화폐 거래금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금융위원회]

암호화폐 거래금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금융위원회]

하지만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불공정 거래를 적발하고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선 허위 사실을 공시하는 기업이나 투자자를 적발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 지난달 25일 시행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거래를 감시·차단하는 데 목적을 뒀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등에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규정을 담으면 자칫 투기 열풍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인정해 제도권으로 편입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암호화폐 거래를 강하게 억누르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공시 기준 등을 만드는 게 과연 투자자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며 “24시간 국경을 넘나들며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데 국제적 합의 없이 우리가 먼저 규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암호화폐를 상품·서비스의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페이팔·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캐나다에선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미국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규제를 맡는다.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법으로 규정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는 “(정부는)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이승호·윤상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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