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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NYT도 "韓 백신 느림보"라는데···"믿으라"면 불신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위)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아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위)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아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좋은 백신을, 빨리 맞고 싶다’는 바람이 요즘처럼 간절한 때가 있을까. 19~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야당의 ‘늦장 접종’ 지적을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고성도 오갔다.


“백신 1차 접종률이 세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민이 정부의 이야기를 안 믿는다.”(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정부는 4월까지 300만 명, 상반기까지 1200만 명,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믿으셔야 한다.”(홍 직무대행)

국민이 못 믿는다는 얘기는 왜 나왔을까. 당장 4월까지 300만명이 접종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라서다. 20일 0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163만9490명이다. 접종률은 3.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곳 중 35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를 두고 ‘느림보(laggard)’라고 지적했다. 이날 야당의 지적이 ‘뒷다리 잡기’보다 합당한 우려에 가깝게 들린 이유다.

최근엔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를 중심으로 일상으로 회복이 현실화하자 불신이 가중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영국은 구인 건수, 식당 예약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은 실업률이 급감하고 소비는 폭증하는 추세다. 최근 확진자가 늘자 방역 강화를 검토하는 한국과 대비됐다.

변수도 속출하고 있다. 상반기 국내 도입 확정분(904만4000명분)의 절반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데 최근 혈전 논란이 불거져 30세 미만 접종을 금지했다. 여기에 백신 자국 우선주의 강화,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3차 접종(부스터 샷) 계획까지 나오면서 백신 확보전이 가열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저력과 성숙한 시민의식, 선진적 방역 체계와 적극적 재정 정책 등이 어우러져 방역 모범 국가이자 경제위기 극복 선도그룹으로 평가받는 나라가 됐다”며 성과만 부각했다. 백신 수급 불안에 대한 언급은 빠뜨렸다.

그동안 왜, 어디서 백신 도입에 차질을 빚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반성 없이 방역 성과만 강조한 게 지금의 불신을 키웠다. 정부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란 설명을 반복하는 대신 백신 도입과 관련한 모든 정보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양해ㆍ협조를 구해야 한다. 백신 수급은 ‘종교’처럼 믿고 안 믿고 할 게 아니라 오로지 ‘성과’로 보여줘야 할 문제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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