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택배가 택배대란 해법?…600원 비용 부담 갈등만 양산

중앙일보

입력 2021.04.21 05:00

16일 오후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택배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을 하고 있다. 뉴스1

16일 오후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택배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을 하고 있다. 뉴스1

‘택배대란’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단지 외에도 이미 ‘지상출입금지령’이 내려진 대단지에서는 대안으로 제시된 '실버택배'가 논란이 되면서다. 택배차량 진입금지가 시행 중인 공원형 대단지 아파트 일부에서 도입됐는데,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생 해법으로 등장한 실버택배

‘실버택배’는 택배대란 와중에 대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시스템이었다. 지상으로 출입이 금지된 택배기사가 단지까지 배송을 완료하면 노년층의 ‘실버택배기사’가 집 앞까지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실버택배의 가장 큰 장점은 보건복지부의 노인지원정책과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로 활용된다는 점이었다. 급여 일부나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지자체에서 노인 일자리 관련 지원사업 예산을 올리면 보건복지부가 지원한다. 그러나, 지원금이 모든 공원형 아파트의 실버택베에 지원되기 어려운 게 함정이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경우엔 택배업체와 아파트와 상생이 가능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SK 스카이뷰 아파트에서는 미추홀구청에서 일부 지원금을 받고 나머지는 아파트 측이 부담하는 형태로 28명의 실버택배기사들이 4년째 집 앞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16일 오후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을 하고 있다. 뉴스1

16일 오후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택배 배송 물품들을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을 하고 있다. 뉴스1

"실버택배 비용, 기사와 대리점주에게 부담"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는 상황이 심각했다. 실버택배 비용 부담이 오롯이 택배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실버택배를 위탁배송을 하는 택배 대리점주 A씨는 “현재 실버택배기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택배비는 건당 660~770원가량이고 택배 본사에서 지급되는 평균 택배기사의 건당 수수료는 820~870원 정도다. 실버 택배기사의 임금을 제외하면 남는 게 건당 150원 정도다. 이렇게 되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벌어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씨는 “본사에서는 지원도 없고 차량 유지비와 직원 월급까지 생각하면 150만원은 턱도 없다. 무료봉사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실버택배 비용 부담 논란은 2018년에도 있었다. 택배대란이 벌어진 다산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실버택배를 도입하려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세금낭비라는 여론 때문이었다. 이에 아파트 측에서 실버택배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일부 입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다산 신도시의 아파트는 택배기사가 직접 손수레 등을 이용해 ‘집앞배송’을 이어가고 있다.

택배를 둘러싸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해 관계에 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실버택배를 이용할 경우, 지역·택배량·거리 등에 따라 실버택배기사와 일반기사가 나누는 택배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간다고 말할 수 없다. 기사와 업체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택배업체 본사는 지하주차장으로 진입이 가능한 저상차량 등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민하지만, 택배기사들이 차량 천장이 낮아 불편한 근무 환경에 대한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기사들과 아파트 측의 원만한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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