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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스크 벗은 이스라엘 교민 어린이 … “소원이 이뤄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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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굣길엔 마스크를 안 쓴 친구들이 활짝 웃는 표정이 잘 보여요. 교문 앞에선 이제 발열 체크도 안 하고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점심도 같이 먹고, 쉬는 시간엔 친구들하고 운동장에서 마스크 벗고 신나게 뛰어 놀아요. 더운데 마스크 안 쓰니까 너무 시원해요. 아, 짝꿍도 다시 생겼어요. 이제 옆 자리 안 비워도 되거든요."  

이스라엘 교민 어린이 허윤 군(맨 오른쪽)이 20일 친구들과 하굣길 학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스라엘에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학생들도 이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마스크 벗은 기분을 묻자 아이들은 '시원해서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사진 이스라엘 교민 유현주씨]

이스라엘 교민 어린이 허윤 군(맨 오른쪽)이 20일 친구들과 하굣길 학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스라엘에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학생들도 이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마스크 벗은 기분을 묻자 아이들은 '시원해서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사진 이스라엘 교민 유현주씨]

19일 이스라엘 교민 어린이 허윤(9)군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이 난 목소리로 달라진 학교 생활을 전했다. 허군은 부모님과 함께 2015년부터 이스라엘에서 거주하고 있다. 허군은 국제학교인 예루살렘 아메리칸 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스라엘 거주 허윤 군이 전한 달라진 학교 #백신 고속 접종에 1년 만에 전면 등교 수업 #실외선 마스크 벗고 뛰어 놀아 "시원해 좋아" #허군 "매일 '코로나 끝나게 해 주세요' 기도" #어머니 "이제 마음 놓고 학교 보내게 돼 좋아"

이스라엘은 경제를 재개한 데 이어 일요일인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도 1년 만에 등하굣길과 운동장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허군의 어머니 유현주(41)씨는 "학교로부터 '교실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실외에선 벗어도 된다'는 안내 e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선 이제 학생들도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하굣길에 마스크를 안 쓴 아이들이 눈에 띈다. [사진 이스라엘 교민 유현주씨]

이스라엘에선 이제 학생들도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하굣길에 마스크를 안 쓴 아이들이 눈에 띈다. [사진 이스라엘 교민 유현주씨]

이날부터 이스라엘의 모든 초·중·고교는 1년 만에 전면 등교 수업을 하고 있다. 일부 학년의 요일제 등교 등 거리 두기 조치도 없다. 코로나19 이전의 학교 모습에 가까워진 것이다. 인구의 61.8%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한 결과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지금까지 캡슐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다시 만나게 됐다"고 의미를 전하고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학교의 전면 정상 운영은 이스라엘의 코로나19 (극복) 성공 스토리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일요일이 한국으로 치면 월요일로 한 주의 시작이다. 하지만 허군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월요일에 수업을 시작한다. 19일 일상을 되찾은 학교를 처음 경험한 허군은 "밖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시원해서"라고 했다. 이날 이 지역의 기온은 36도까지 올라갔다.

이스라엘 교민 어린이 허윤 군(맨 오른쪽)이 20일 실외에서 친구들과 마스크를 벗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이스라엘 교민 유현주씨]

이스라엘 교민 어린이 허윤 군(맨 오른쪽)이 20일 실외에서 친구들과 마스크를 벗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이스라엘 교민 유현주씨]

허군은 "이제 밖에선 서로의 표정과 웃는 얼굴을 보며 놀 수 있어서 학교 생활이 더 재밌어졌다"고도 했다. 오랜 만에 친구들과 함께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도 먹었다. 이전까진 학교에 등교를 해도 감염 예방을 위해 운동장에 매트리스를 깔고 흩어져 점심을 해결했다.

허군은 "지난 1년 동안 매일 '코로나 끝나게 해주세요' '마스크 벗게 해주세요'하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고 말했다. 허군의 소원은 백신을 통해 이뤄지는 중이다.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는 지난 17~19일 3일 연속 1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0일 하루 확진자가 1만명대까지 치솟았다가 놀라운 반전을 이룬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1일부터 단계적으로 봉쇄 해제에 들어갔다. 이제 웬만한 상업시설의 문을 다 열고 일상을 회복했는데도 오히려 감염자가 감소 추세다. ‘백신의 힘’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이스라엘 네타니아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가족. [AFP=연합뉴스]

19일 이스라엘 네타니아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가족.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횡단보도 앞에서 18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횡단보도 앞에서 18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렇게 되기 전까지 이스라엘도 지난 1년간 학교 폐쇄와 개방을 반복해 학부모들의 피로도가 높았다. 어머니 유씨는 "아이가 집에서 줌 수업을 들을 땐 학교에서 과제를 많이 내줘 같이 봐주느라 힘들었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기 전에 학교가 문을 열면 감염 걱정으로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떠올렸다. CNN은 지난해 이스라엘 학교가 잠시 문을 열었을 당시 학부모들이 감염 불안을 이유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출석률이 60%에 그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씨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키우는데, 아이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는 이제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돼 좋다고 했다. 유씨와 남편 허휘구(45)씨도 코로나19 백신을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스라엘은 또 교직원을 우선 대상자로 정해 접종 초기 단계에 접종을 완료했다.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이스라엘은 정부의 빠른 백신 확보, 잘 갖춰진 의료 체계 등이 높은 접종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내년에 사용할 화이자 백신 수백만 회분을 벌써 구매 계약했다. 이스라엘 총리실과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 부스터 샷(3차 접종),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비해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무기'가 되는 백신을 비축해 두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2~15세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도 추진하고 있다.

유씨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줬다고 한다. "국가적으로 노력해서 백신 접종을 빨리한 결과 코로나 상황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상황이 다 끝난 건 아니야. 이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손 잘 씻고, 실내에서 마스크 쓰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끝까지 잘 이겨낼 수 있어."

허군은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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