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차이나 한중비전포럼

“미국의 반도체 중국 압박은 한국엔 기회…기술격차 벌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 〈9〉 미·중 전략경쟁과 대만문제

미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인 머스틴함 함장(왼쪽)이 두 발을 난간에 올린 채 필리핀 해역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감시하고 있다. 오른쪽은 머스틴함 부함장. 랴오닝함은 일본 호위함 감시도 받았다. [사진 미 해군]

미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인 머스틴함 함장(왼쪽)이 두 발을 난간에 올린 채 필리핀 해역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감시하고 있다. 오른쪽은 머스틴함 부함장. 랴오닝함은 일본 호위함 감시도 받았다. [사진 미 해군]

전략적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이 열전(熱戰)의 군사적 충돌까지 벌일 수 있는 지역으로 대만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파고가 높아지는 대만해협 긴장은 미·중 관계는 물론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9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9차 모임은 미·중 경쟁의 구체적 사례로 대만문제 점검에 나섰다. 포럼은 현장 및 화상을 이용한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대만 너무 방치했다’ 자성의 미국 #대만과 홍콩·신장 엮어 중국 공격 #양안 충돌 과장된 예측은 자제해야 #한국, 중국의 반도체 추월 허용안돼

이상현

이상현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안보분야 발제)=대만문제는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 사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기반의 국제질서 유지와 중국의 핵심국가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미국은 연초 주미 대만대표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 1979년 대만과 단교한 이후 처음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 배치되는 행보다. 미국은 또 대만에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저지할 자벨린(Javelin) 대전차 미사일 400발 수출도 결정했다. 대만이 중국에 점령당하는 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회의’에 대만 TSMC 회장을 초청했다. 미·중 경쟁이 기술패권전쟁(tech war)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불가능하다. 외교와 경제, 가치 및 규범, 국익의 융합현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외교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정책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가치 및 규범 동맹 네트워크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중국이 이에 대해 보복한다면 미국은 무얼 해줄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호주와 아세안 등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오승렬

오승렬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대학 교수(경제분야 발제)=양안(兩岸, 중국과 대만)관계가 악화일로지만 대만경제의 중국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대만 무역은 전년대비 11.3% 늘었다. 대만의 총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58%나 된다. ‘정치적 긴장’과 ‘코로나19’란 악재가 무색할 정도다. 이는 중국-홍콩-대만 간 실질적 생산요소가 결합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대만에 통일지향의 국민당 혹은 독립지향의 민진당 중 누가 집권하든 중-대만 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중-대만의 정치관계가 경제변동의 주요 요인이란 주장은 편견에 가깝다.

중국-홍콩-대만의 경제관계 심화는 미·중 갈등이나 양안 긴장과는 연관성이 낮으며 오히려 갈등 제어의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한국으로선 중화경제권의 생산요소 결합에 대응할 경제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앞으로 양안관계는 대만에 대한 국제적 지위 인정과 대만-미-일 간의 군사외교관계 조정 협의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론 ‘연방’을 지향하는 방안 모색이 바람직해 보인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통한 중-대만 긴장관계 해소 및 안정적 협력체제 구축은 중국의 한반도 전략과 정책 선회를 가능하게 해 북핵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 역할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미·중 관계에서 대만을 누가 확보하느냐 문제는 서태평양의 패권을 누가 차지하는가와 직결된다. 미국은 반도체 동맹에 대만을 끌어들이고 대만 안보를 강화해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떼어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에 비상한 관심을 가진 중국에선 정말로 반도체 굴기가 안 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만을 침공해 기술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한진 KOTRA 아카데미 원장=업계에선 시장이 어디에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미·중 관계는 지정학적으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지경학적으로는 아직이다. 즉 미국과 중국이 동맹과 이웃을 끌어들이려고 서로 경쟁하는 데 중요한 건 이들에게 줄 경제적 이득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미·중 간 GDP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동맹에 줄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드는 데 반해 중국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시장은 중국에 있다고들 한다.

한중비전포럼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미중 충돌의 열전 지역으로 부상한 대만’을 주제로 열렸다. 장진영 기자

한중비전포럼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미중 충돌의 열전 지역으로 부상한 대만’을 주제로 열렸다. 장진영 기자

▶문흥호 한양대 교수=미국의 대만정책이 변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거란 꿈이 깨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을 너무 방치했다’는 자성을 토대로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늘리고 있다. 무기판매 축소는 ‘중국 하기’에 달렸다고 한다. 우리로선 대만해협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되 양안의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한 과장된 예측은 자제해야 한다. 워싱턴의 대만정책은 중국 견제가 주목적이고, 베이징도 2022 동계올림픽 개최 등 전선을 다방면으로 돌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미국의 대만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대만 관계의 비정치적 또는 민간교류 부문의 업그레이드 추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현재 미국이 대만문제에서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지 판단이 필요한 것 같다. 쿼드(QUAD) 문제도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미국은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미국의 딜레마다. 홍콩문제와 대만문제를 분리하고, 인권문제와 주권문제를 구분하는데 한국의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민주주의 사회를 지켜나가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외교적 선택지를 늘린다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미·중 관계 속 대만문제를 볼 때 이는 신장·티베트 등과도 연관된 문제다. 미국은 인권을 내세워 홍콩·대만·신장·티베트 등을 다 모아 중국을 공격한다. 중국은 여기서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는 강화될 것이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도 언급한다. 인권뿐 아니라 종교문제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과거 홍콩과 신장·대만 문제는 서로 떨어진 것이었는데 이제는 연결되는 추세다. 만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권과 영토, 통일 문제 등에서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수교 이후 한중 관계의 지난 30년을 보면 양적 증가에만 집착해 질적 성장은 적었다. 한국은 한중 관계에서의 국익을 무역과 투자·관광 등으로 본다. 사드(THAAD) 사태를 겪은 뒤에도 이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중국시장이 크기 때문에 이 패러다임의 적용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봐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한데 미국도 한국에 몽니를 부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이 제재를 한다면 사드 사태 때 중국의 제재와 비교할 수 있을지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대만과 홍콩·신장·티베트·남중국해 등 여러 문제가 마치 아이들 공놀이처럼 수시로 튀어 오르는데 큰 흐름에서 보면 기존 세력과 부상하는 세력 간의 갈등에서 나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문제라 생각된다. 갈등의 구조를 보면 결국 군사 패권이다. 얼마 전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의 회담 때 스가 총리는 나름대로 상당히 놀라운 포지셔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 문제에서 수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눌러주는 게 한국에는 기회이자 이득이 되고 있다. 한국으로선 이때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늘려야 한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까지 따라 잡히면 중국으로부터 나라 대접이나 제대로 받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우위 확보를 위해선 지옥까지 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 문제에서 너무 우리 입장만 내세워선 안 된다.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묻어둘 건 묻어두고, 세울 것은 세워야 한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양안관계는 정치적 긴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안 안정이 미·중 모두에게 더 이득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도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해선 두 사항이 부각된다. 하나는 반도체 문제로 미국의 대중 압박이 우리에겐 기회가 되고 있으므로 이 기회를 잘 살려 기술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쿼드 문제로 이를 참여와 불참의 시각으로만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쿼드의 여러 추진 방향과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중비전포럼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정승 전 주중대사(동서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리=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