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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지갑이 열리는 곳,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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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30대 회사원 김성민(33)씨는 지난 주말 백화점을 찾아 봄 옷을 장만했다. 프랑스의 캐주얼 브랜드 메종키츠네에서 티셔츠와 셔츠 등 몇 벌을 사니 50만원이 훌쩍 넘었다. 김씨는 “바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2~3만원짜리를 사 입지만, 사람들 시선이 많이 가는 상의와 겉옷은 백화점에서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주요 고객 된 2030 남성 #3~4월 명품 구매, 작년의 두 배 #패션에 밝고 꾸미는 데 적극적 #롯데·신세계·현대, 전용관 확대

남성 고객 매출 신장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남성 고객 매출 신장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남성들이 여성 못지않은 백화점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서 지갑을 여는 20~30대 남성이 부쩍 늘었다. 20일 신세계백화점 측은  “3~4월 남성의 명품 의류·잡화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배가량(106%) 올랐다”며 “여성의 명품 매출 신장률(86.5%)보다 20%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롯데·현대백화점도 봄 쇼핑에 나선 남성 고객이 증가해 3~4월 남성 명품·의류 신장률이 전년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백화점 전체 매출로 보면 아직 여성 고객의 매출이 남성보다 많지만 해마다 남성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자신을 꾸미는 남성이 많아지며 명품과 패션군 매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남성 고객 비중은 2010년 28.1%였지만, 2017년 34.1%, 2019년 35.8%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남성 고객 매출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남성 고객 매출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백화점의 남성 고객이 증가하는 중심엔 20~30대가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1~3월 명품을 구매한 남성 고객 매출 중 2030세대 비중(43.2%)이 절반 가까이 된다. 여병희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는 “요즘 20~30대 남성들은 나를 꾸미는 경향이 강하다. 명품도 구두, 넥타이 같은 품목에 한정하지 않고 운동화, 팔찌, 반지 등 다양한 품목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3사에 따르면 20대는 메종키츠네, 아미, 우영미 등 국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많이 구입하는 편이고, 30대는 구찌, 버버리 등 전통 명품 브랜드의 의류·잡화를 많이 산다. 또 여성 고객이 명품 가방에 대한 선호가 높다면 남성 고객은 명품 브랜드의 운동화나 스니커즈에 지갑을 열고 있다.

2030세대 남성이 자신을 꾸미는데 적극적인 것은 늦어지는 결혼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추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세대는 학창시절부터 패션 브랜드에 민감하고 나를 위한 소비에 관심이 많다”며 “결혼도 서두르지 않다 보니 자신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본부장은 “2030세대 남성은 명품도 정장보다 캐주얼·잡화를 많이 구매한다”며 “정장 구두나 서류가방을 주로 사던 40~50대의 구매 패턴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도 남성 전문관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오는 6월 명동 본점에 버버리 남성 매장을 새로 연다. 부산 센텀시티점엔 5월 네덜란드 프리미엄 수트 브랜드 ‘수트 서플라이’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4층에 운영 중인 남성 명품 전문관 ‘맨즈 럭셔리관’에 루이비통 남성 매장을 6월에 새로 개장한다.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 5~6층을 아예 남성 명품관으로 바꾸는 리뉴얼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총 30여개의 남성 해외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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