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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못해도 급식 준다더니…서울 학교 절반은 제공 안해

중앙일보

입력 2021.04.20 18:32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오른쪽)이 지난 2월 25일 올해 개교하는 북구 연경초등학교 급식실을 찾아 가림막 설치, 지정좌석 운영, 방역소독 등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오른쪽)이 지난 2월 25일 올해 개교하는 북구 연경초등학교 급식실을 찾아 가림막 설치, 지정좌석 운영, 방역소독 등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초등 4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38‧서울 송파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후 재택근무를 하다 최근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정상근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원격수업하는 날 아이의 식사였다. 그는 학기 초에 ‘원격수업 들어도 급식을 제공한다’는 기사를 본 게 기억나 학교에 문의했지만 “감염 우려 때문에 안 한다”는 답을 들었다. 김씨는 “당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 같은데, 정부와 학교 정책이 따로 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초·중·고 47.9% 탄력급식 미실시

새 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탄력급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에서는 절반 정도 학교에서만 실시하고 있었고, 현황 파악조차 안 된 시‧도가 대부분이었다.

앞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하는 학생도 희망하면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있는 '탄력급식'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라면 형제 사건’처럼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사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대책이었다.

서울 희망급식 실시 학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희망급식 실시 학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실제 운영은 학교에 맡겨져 있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탄력급식 현황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초‧중‧고 1349곳 중 절반에 가까운 47.9%가 탄력급식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17.3%는 앞으로도 탄력급식을 운영할 계획이 없었고, 29.7%는 4월 중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운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장길자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 교육행정사무관은 “초등학교의 경우 맞벌이 가정에서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학교에서 원격수업 듣고 급식까지 먹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어 탄력급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4월 이후에는 실시학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기도 양명고등학교를 찾아 방역 관리와 학사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기도 양명고등학교를 찾아 방역 관리와 학사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17개 시·도 중 10곳 현황 파악조차 안 해 

17개 시‧도 중 경기‧부산‧대전‧대구‧충남 등 10개 지역은 전체 학교 중 탄력급식 운영 학교가 몇 곳인지 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세종‧대구는 확진자 발생 이외 학교에서는 전체 등교수업을 해 탄력급식을 하지 않고 있고, 강원은 인력‧안전 등을 이유로 탄력급식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원미란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협력과장은 “코로나19 방역으로 학교가 힘든 상황에서 급식 관련 조사까지 하는 건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것 같아 파악하지 않았다”며 “학교에서 학기 초에 수요조사를 통해 원하는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4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방역대원들이 새학기 맞이 특별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4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방역대원들이 새학기 맞이 특별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생 수요 조사도 하지 않고 탄력급식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도 자체를 모르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초3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9‧서울 은평구)씨는 “학교에서 급식실시 여부에 대해 가정통신문을 통해 조사한 적이 없다”며 “학생‧학부모 의견도 묻지 않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안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초3 아들을 키우는 박모(37‧경기 광명)씨도 “원격수업 듣는 학생에게 학교에서 밥을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직장맘들에게 필요한 것 같은데, 왜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는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탄력급식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학교에서 밥을 먹으면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어야 해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상윤 서울 봉은초 교장(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은 “등하교 시 학생 안전, 방역‧배식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 탄력급식을 하기 쉽지 않다”며 “인력 충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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