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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덕, 백신 2번 맞았다"…지옥 벗어난 '이스라엘의 명동' [르포 4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 거리의 한 야외 카페에서 시민들이 카메라를 보고 인사하고 있다. 12명이 모였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 거리의 한 야외 카페에서 시민들이 카메라를 보고 인사하고 있다. 12명이 모였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19일 낮 12시 20분쯤(현지 시각)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벤 예후다 거리. 교민들이 ‘예루살렘의 명동’으로 부르는 번화가다. 이날 낮 기온은 35도를 넘었다. 현지 언론이 아침 일찍부터 폭염 소식을 전했다. 거리에 나온 이스라엘 시민들은 파라솔이 쳐진 식당·카페의 야외 자리에 앉아 무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대부분 반소매·민소매 차림이다. 이스라엘 입국 뒤 사흘째 자가격리 중인 취재진을 대신해 이강근 전 이스라엘 한인회장이 벤 예후다 등의 도심을 다녀왔다.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야포거리 야외카페에서 시민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야포거리 야외카페에서 시민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테이블 4개 붙여 앉은 일행

한 카페에서는 12명의 일행이 야외 테이블 4개를 붙여서 케일 주스를 마시고 있다. 근처 다른 카페에서도 노인 8명이 담소를 나눈다. 이들은 “백신을 2번 맞았다”고 자랑한다. 노천 카페 곳곳에서 단체 손님들이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적용하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김민욱·임현동 기자 국내 언론 최초 #'팬데믹 탈출' 이스라엘을 가다 [4보]

한 노인은 자신을 “여당 지지자”라고 소개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자유롭다. 이게 다 ‘비비’(BB) 덕분이다”라며 웃었다. 비비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동원해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앞당겨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관광객들이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거리에서 여행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관광객들이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거리에서 여행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셧다운 풀리면서 20명 이상 모임가능 

이날 거리에서는 이스라엘 내국인 단체 관광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20명 넘게 빙 둘러 앉아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2월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그달 27일부터 2주간의 3차 전면 봉쇄(락다운)에 들어갔다. 거주지 밖 1㎞ 이내만 오갈 수 있고 실외에서는 20명 이상 모일 수 없었다. 그런데도 환자가 줄지 않자 결국 2월 5일까지 연장했고, 이후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다.

이강근 전 회장은 20일 “봉쇄조치가 풀린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3차례의 셧다운 이후 ‘골목 경제’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면서 상인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모습이다. 인근 야포 거리 내 슈니젤(빵가루를 묻힌 육류를 기름에 튀긴 요리) 음식점 사장 벤은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백신 접종 전에는) 정말 힘들었다. 쑥대밭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한달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거리의 문 닫은 상가.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거리의 문 닫은 상가.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폐업 가게 즐비한 거리 

이스라엘 경제 역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벤 예후다·야포 거리에서는 폐업한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슈니젤 주변 가게 여러 곳이 문 닫았다. 가게 쇼윈도 등에는 ‘레하스카라’(세 놓음), 부동산 중개업소 연락처, 가게 면적 정보가 담긴 전단이 나붙었다. 자물쇠가 단단히 채워져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눈에 띄었다. 마밀라 쇼핑센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팬더믹 속 모두 세 차례의 봉쇄 조처를 실시했다. 이스라엘 재무부에 따르면 3차 셧다운으로 인한 일주일치 경제적 손실만 30억 세켈(한화 1조233억 원)로 추산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차 셧다운 당시 이스라엘 자영업자들은 “두 번은 (겨우) 견뎌 냈지만 이번에는 우리를 (말려) 죽이고 말 것”이라고 반발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 거리의 문 닫은 상가.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벤 예후다 거리의 문 닫은 상가.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백신 접종 느린 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신 접종 느린 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스라엘 올 성장 6.5%이상 전망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이 4.5~5%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연말 기준 실업률은 12% 달했다. 하지만 백신 덕분에 집단면역이 가까워지면서 올해는 확 달라진다. 6.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71명이다(월드오미터). 누적 확진자는 83만7218명으로 집계됐다. 백신 1차 접종률은 61.72%이다(아워월드인데이터).

마밀라 쇼핑센터의 화장품 가게 직원 마요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가 됐다. 희망이 있다. 관광객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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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다음달 23일부터 백신을 맞은 해외 관광객에게 ‘하늘길’을 열 방침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3차 봉쇄 때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는데, 다섯달 만에 여는 것이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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