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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이재명 실용론 꺼냈다 "티끌만이라도 계속 민생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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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만이라도, 작은 성과” 강조한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ㆍ7 재보선 참패 이후 잠행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실용적 민생 개혁”을 화두로 꺼내며 활동을 개시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청소ㆍ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대한 개혁담론도 중요하지만 일상적 삶을 개선하는 실천적 민생 개혁이 정말 중요하다. 경기도 안에서라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권의 여론조사 선호도 1위 대선주자인 이 지사는 재보선 이튿날(8일) “준엄한 결과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한 뒤엔 침묵을 지켜왔다.

재보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쇄신 방향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국민들 삶 속에, 현장에 천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개혁과제는 거대한 반발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이 지사는 토론회 참석에 앞서 쓴 페이스북에서도 “정치는 실용적 민생 개혁의 실천이어야 한다. 조선 광해군 1년 대동법의 초석을 놓은 이원익 선생도 ‘백성이 오직 국가의 근본, 그 밖의 일들은 전부 군더더기일 뿐’이라며 민생 문제 해결을 정치의 첫째 임무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제시한 방법론은 ‘미시 입법’이다. “국민 삶이 티끌 만이라도 나아질수 있게 작은 성과를 끊임없이 만드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의 이날 메시지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은 시도일지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절실한 민생 문제” “작지만 국민 삶이 담겨있는 일”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건 정당의 매우 중요한 가치” 등 작은 성과를 강조한 말이 곳곳에 담겼다.

현직 지사, 비문 주자라는 존재론적 고민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뉴스1

미시적 성과를 강조한 이날 이 지사의 발언엔 존재론적 고민이 녹아있단 분석이다. 이 지사측 관계자는 “현직지사 신분으로 중앙정치 이슈에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당 쇄신과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주류의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현역 지사이자 비문(非文) 대선주자인 이 지사에게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의미다.

구체적 사례로는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보호종료 아동 주거ㆍ자립지원금 증액 ▶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의 방안 등을 열거했다. 이어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 민생을 해결하는 정치의 효용성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 벽이 아무리 높다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들 가운데는 연일 ‘민생 입법’을 강조하는 우원식 의원과 유사한 입장이라는 평가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주자로 확정될 경우, 9월 정기국회 때부턴 본격 승부수를 띄울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제출된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기본법(노웅래 의원) ▶공공주택 특별법(이규민 의원)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특별법(박상혁 의원) 등 기본주택 관련법 드라이브에 더해, ‘이재명표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 거란 관측이다.

문자폭탄…“1000개쯤 차단하면 안온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강성당원 문자폭탄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지사는 몇몇 의원들을 향한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과 관련 “의견이 다양할 수 있지만 표현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상례를 벗어난다면 옳지 않다”며 “그들이 과잉대표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 안 쓰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전화번호를) 1000개쯤 차단하면 (문자폭탄이) 안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일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들 중에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도 계시고 정당 자체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다”는 이유다. 이 지사는 다만 “(당심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소수의 격한 표현방식에 대해 과도하게 영향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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