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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6%→ 80%로 샹향…美, 여행금지 국가 170개로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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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이번 주 안으로 미국인을 대상으로 170개국에 대해 여행 금지를 지정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2020년 3월 마이애미 앞바다에 떠 있는 크루즈선. [AF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주 안으로 미국인을 대상으로 170개국에 대해 여행 금지를 지정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2020년 3월 마이애미 앞바다에 떠 있는 크루즈선. [AF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 금지' 대상 국가 지정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무부 여행 경보 4단계 '여행 금지' 대상국 #세계 16%→80% 상향 조정 새 안 발표 예정 #美 백신 맞았지만 아시아·유럽 감염 확산에 #적극적 국경 차단 아니지만 이동 제한 의도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경제 재개에 시동을 걸었지만, 백신이 부족한 다른 나라들은 감염자 수가 폭등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집단 면역을 향해 가는 미국이 변종 바이러스 등 해외로부터의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소극적으로 국경을 닫는 상황이 된 셈이다.

국무부는 "이번 여행 경보 갱신은 4단계 '여행 금지' 국가 수를 전 세계 약 80%로 대폭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인은 모든 해외여행 계획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새로운 국무부 여행 경보는 이번 주 후반부에 발표된다.

국무부 여행 경보는 4단계로 나뉜다. 가장 높은 4단계는 '여행 금지(Do Not Travel)'이다. 19일 현재 4단계 발령 국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이란 등 34개국으로 세계의 16%에 해당한다. 이를 80%로 끌어 올리면 약 170개국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게 된다.

국무부는 여행 경보를 조정하는 이유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꼽았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코로나19는 여행자에게 전례 없는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이 모든 해외여행을 재고하고, 가능하면 여행을 연기할 것을 계속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매일 보고되고 있으며, 지난 1월 초의 세계적인 최고점을 능가한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미국과 유럽이 세계 감염자 급등세를 견인했지만, 지금 새로운 감염 확산 주범은 인도 등 아시아로 옮겨갔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대륙별로는 아시아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35만2700명으로, 유럽(18만6800명), 남미(12만 9100명), 북미(8만580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는 현재 상황을 "예측 불가능하고, 위협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도 깔렸다.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행도 그중 하나다. 최근 미국 내 공항 이용객 수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이후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7월부터 미국과 그리스,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를 오가는 새로운 항공 노선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7월부터 미국과 그리스,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를 오가는 새로운 항공 노선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 성인의 절반이 백신을 1회 이상 맞는 등 높은 접종률을 보이자 세계 여러 나라는 미국인 여행객에게 국경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그리스는 코로나19 진단 검사 음성 확인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는 미국인 입국을 허용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7월부터 미국에서 그리스,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를 오가는 새로운 항공 노선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미국인이 올여름 휴가를 유럽에서 보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름 휴가 예약 시즌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전격 여행 제한 조처를 내린 셈이다.

국무부 여행 경보는 구속력 없는 권고 사항이다. 여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미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에 탑승하기 위해 음성 검사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사전 예고해 해외 출국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국무부는 "4단계 발령 지역을 여행하기 전에 권고사항을 충분히 숙지해 코로나19 고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여행 경보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국경을 막는 것은 아니지만, 소극적으로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국무부는 이번 여행 경보 조정이 개별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재평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하는 관련 정보에 좀 더 의존하기 위한 경보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 여행 경보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2단계 '강화된 주의 실행(Exercise Increased Caution)', 중국과 일본은 3단계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 단계로 지정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 살리기와 코로나19 방역 사이에서 고민스러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달 초 CDC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감염이나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낮기 때문에 여행해도 된다고 했지만, 곧이어 변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이유로 여행을 권고하지는 않는다는 다소 상충하는 권고를 내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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