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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 이한열 다루더니 끝나자 고구려…KBS '역사저널 그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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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사저널 그날'의 한 장면 [사진 KBS]

KBS '역사저널 그날'의 한 장면 [사진 KBS]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이 고구려로 돌아왔다. '역사저널 그날'은 13일 '고구려 동아시아의 전설이 되다' 시리즈의 1편 광개토대왕편을 시작으로 20일에는 2편 살수대첩을 다룬다.

'역사저널 그날'은 2013년 10월부터 시작된 KBS의 대표적 역사교양물이다. 첫 방송 이래 주로 고려와 조선시대를 오가며 다뤄왔으나 2019년 1월부터 편집 방향이 바뀌어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소개해왔다. 일각에선 근현대사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호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반일기조를 이어가던 2019년 11월에는 '청산되지 못한 역사, 친일파' 특집 3부작을 다뤘고,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막전막후-이승만 정부의 탄생'(2020년 4월 7일), '피의 일주일- 4·19부터 하야까지'(4월 14일) 등 보수야당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내용을 편성했다. 이번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1987 박종철'(3월 23일), '1987 이한열'(4월 6일)을 연이어 방영했다.

4.7 보궐선거 전날인 4월 6일 방영된 KBS '역사저널 그날'의 한 장면 [사진 KBS]

4.7 보궐선거 전날인 4월 6일 방영된 KBS '역사저널 그날'의 한 장면 [사진 KBS]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987년 민주화운동은 역사의 한 장면이지만, 한편으로는 여권 586 정치인들이 내세우고 있는 정치자산이다. 이렇게 특정 정당을 이롭게 할 의향이라면 수신료를 세금으로 올리지 말고 그 정당에서 받아서 대체해야 한다"며 '"KBS는 국민의 세금을 받아 운영하는 공영방송인데 이렇게 선거 전에 특정 정당에 우호적인 내용을 보내다가 선거 후 고구려 시대로 바꾸는 것은 철학도 원칙도 없는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약 2년 만에 근현대사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도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현(40·회사원)씨는 "두 사람의 희생을 다뤘으면 6·29 선언과 1987년 대선 등을 이어서 다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거 후 갑자기 근현대사를 중단하고 고구려로 바꾸겠다고 하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오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KBS 측은 "'역사저널 그날'은 프로그램 특성 상 6개월 전부터 기본 편성을 마친다"며 "근현대사는 3월에 마치기로 지난해부터 결정이 되어 있었다. 다만 예정에 없던 보궐선거 후보토론회 등이 끼어들면서 부득이하게 4월초까지 이어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1987 이한열'은 선거 전날인 4월 6일이 아니라 3월 30일에 방영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KBS 측은 "근현대사를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근대 이전 역사를 다룰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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