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영전에…선전 다짐하는 휠체어 농구

중앙일보

입력 2021.04.20 00:03

업데이트 2021.04.20 05:21

지면보기

경제 07면

고광엽 휠체어 농구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고광엽 휠체어 농구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하늘에서 도와주실 겁니다.”

한사현 전 감독 지난해 간암 별세
각별한 인연, 패럴림픽 의기투합
장애인 운동 통해 더 건강해질 것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만난 고광엽(49) 한국 휠체어 농구 대표팀 감독 목소리는 먹먹했다. 곧바로 마음을 다잡은 그는 도쿄패럴림픽(8월 24일~9월 5일)에서 고(故) 한사현 감독 뜻에 따라 선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휠체어 농구는 2019년 12월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호주에 이어 준우승해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이후 20년 만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1988년 대회까지 합치면 세 번째다.

고 한사현 전 감독은 대표팀 기둥이었다. 6세 때 소아마비를 앓은 한 전 감독은 1984년 종목에 입문한 한국 휠체어 농구 1세대다.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에도 출전했다. 코로나19로 패럴림픽이 1년 연기된 뒤인 지난해 9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 전 감독과 선수 시절부터 함께한 고광엽 무궁화전자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고광엽 감독에게 한사현 전 감독은 휠체어 농구를 가르쳐준 은인이다. 2세 때 소아마비를 앓은 고 감독은 고등학교 때 처음 종목을 접했다. 그러다가 한 전 감독 권유로 1995년 무궁화전자에 입사했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고 감독은 “내게는 좋은 형이자 멘토다. 사현이 형이 우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엽 감독은 “지난달 부임했다. 5년 만의 대표팀 합류다. 국제대회는 처음이라 부담도 있지만, 선수 및 스태프들의 경험이 많아 내가 도움을 받는다”며 웃었다.

고 한사현 휠체어농구 감독. [사진 서울시장애인체육회]

고 한사현 휠체어농구 감독. [사진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코로나19는 체육계에 큰 타격을 안겼다. 대회가 취소되고, 훈련 여건도 나빠졌다. 장애인체육은 비장애인보다 그 여파가 컸다. 이어 “사실 국내대회도 어렵사리 열렸고, 국제대회는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패럴림픽이 코앞인데 선수들 컨디션 조절이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팀의 간판선수인 김동현(34) 마음도 고 감독과 같다. 6세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그는 17세에 국가대표로 뽑힐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2013년에는 이탈리아리그에도 진출했다. 그에게도 한 전 감독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스승이다. 그는 “휠체어 농구만 바라본 분이다. 존경했다. 나도 아주 힘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패럴림픽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셨던 거 같다. 늘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셨다. 훈련이 없어도 일부러 선수들을 모아 챙기시고, 패럴림픽만 바라봤는데…. 감독님을 생각하며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휠체어농구 대표팀 김동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농구 대표팀 김동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김동현은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체육시설이 문을 닫으면 쉽게 접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도 체력이나 근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운동을 좋아하는 나도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을 위해서 즐겁게 했는데 여건이 나빠져 멘털적으로 흔들렸다"고 했다.

20일은 제41회 장애인의 날이다. 운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은 두 사람에게 장애인 체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 감독은 “장애인은 대외활동을 꺼리는데, 운동을 통해 사람을 만나면서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은 “스포츠는 대단한 성취감을 준다. 그래서 ‘장애가 있지만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휠체어 농구가 아니라도 어떤 운동이든 해보면서 재미를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패럴림픽엔 개최국 일본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영국, 스페인, 터키, 호주, 이란, 알제리 등 12개국이 출전한다. 객관적인 한국의 전력은 8강 정도다. 고광엽 감독은 "시드니 때만 해도 세계의 벽이 높았다. 이번 대회는 1승, 그리고 8강, 넘어서 그 이상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김동현은 "예전엔 일본과도 전력 차가 커 20점 차로 졌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우리 전력이 많이 올라갔다. 세계 4강권인 호주도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패럴림픽에서 조편성에 따라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다. 한일전은 200% 에너지가 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휠체어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