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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그게 왜 그렇지?” 스스로 답 찾는 게 웹 3.0시대 공부 출발점

중앙일보

입력

블록체인(Blockchain), 메타버스(Metaverse)와 NFT(Non-fungible token)…. 디지털 세계가 우리 눈앞에 와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용어죠. 블록체인은 온라인 거래 기록을 블록으로 묶어 여러 이용자 컴퓨터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에요. 여러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해 위조·변조가 거의 불가능하죠. 대표적인 예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있고, 그밖에 디지털 인증·전자투표 등 신뢰성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요.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란 뜻으로 현실과 사회적·경제적 활동 양상이 닮아있는 디지털 세계죠. NFT는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암호화폐의 일종입니다. 디지털 파일 소유권(토큰)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위조·변조가 어려운 상태로 영구 보존하며 고유의 인식값을 부여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죠.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고 소유권이 명확해 예술품·게임·영상 등을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는 데 쓰여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38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를 만드는 사람들

말만 들어도 난해한 디지털 기술의 세계 안에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미디어기업 창업을 거쳐 블록체인 금융서비스기업에서 4년간 일한 강지원씨, N잡러로 다양한 일을 하다가 예술과 테크를 알려주는 틱톡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이진경씨, 이탈리아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귀국해 친환경 패션스튜디오를 창업한 정주리씨가 바로 그들이죠.

이진경·강지원·정주리(왼쪽부터) 세 사람은 블록체인 커뮤니티이자 코리빙하우스인 '논스'(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함께 거주하며 한다오 설립을 위해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나머지 멤버들과도 온라인 영상회의로 소통한다.

이진경·강지원·정주리(왼쪽부터) 세 사람은 블록체인 커뮤니티이자 코리빙하우스인 '논스'(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함께 거주하며 한다오 설립을 위해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나머지 멤버들과도 온라인 영상회의로 소통한다.

각각 자신만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일구고 있는 세 명의 여성이 ‘블록체인’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만났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블록체인 기반 커뮤니티는 ‘한다오(hanDAO)’라고 해요. 한국을 대표하는 다오(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탈중앙화된 자율조직)라는 뜻이죠. 여기서 탈중앙화란 특정 기업·기관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독점하는 중앙화 현상에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력을 갖고 있지만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에 꽂혀 뜻을 같이한 이들은 “지금의 10대들은 웹 3.0시대*를 살아갈 축복받은 세대인 만큼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Q 각자 자신이 해왔던 일과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지원: 지금은 잡(Job)의 시대가 아닌 워크(Work)의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무슨 직업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당장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지난 10년간 해왔던 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F&B, IT, 금융업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지만 제 일 경험에는 한 가지 일관된 맥락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하나의 콘셉트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는 일이죠.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한 강지원씨.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한 강지원씨.

지원씨는 이탈리아 밀라노공대에서 디자인 석사과정을 공부했고, 현지 요식업 기업의 브랜딩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귀국 후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 창립멤버로 일했고, 2019년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블록크래프터스에 입사해 마케팅·세일즈 등을 맡아 했죠. 디지털 예술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인 NFT 생태계를 알게 된 후 미술작가의 작품을 NFT화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창업하며 동시에 국내 첫 DAO조직인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진경: 수학과 수학교육을 공부했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사업을 하면서 미래 교육, 특히 기술 발전에 따른 교육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2017년 초 비트코인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알던 교육·공부에 대한 고정관념이 180도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예전의 교육(공부)은 이미 정해진 정답과 정보를 학습자들이 습득하고 암기하는 수동적 방식이라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교육의 출발점이 ‘왜 그런데?’라는 질문과 함께 능동적으로 답을 찾는 방식이죠. 그래서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암기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그 정보들이 왜 가치가 있을까를 되물어보는 좋은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한 이진경씨.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한 이진경씨.

진경씨는 2018년 초 아트센터 나비 미래연구소에 입사해 블록체인 기술 관련 포럼이나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이를 통해 예술·테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됐고 이들을 서로 엮어주는 일에도 재미를 느꼈죠. 퇴사 후에도 관련 분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쌓은 통찰로 어려운 기술 분야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커넥터 역할을 해왔어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서 교육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주리: 블록체인은 일종의 금융 시스템으로 ‘탈중앙화’라는 이념을 담고 있어요. 그 생태계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기여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사람들 사이 네트워크 방식과 조직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특히 저 같은 아티스트들에게 보다 자율적인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이런 문제에 블록체인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한 정주리씨.

블록체인 커뮤니티 한다오(HanDAO) 창립에 참여한 정주리씨.

이탈리아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주리씨는 현지 패션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15년 자신만의 핸드백 브랜드를 런칭·운영했습니다. 2020년 귀국 후에 ‘디에르바 스튜디오’라는 지속가능한 패션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친환경 소재 개발, 디자인, 제품 제작 및 협업하는 일을 하며 현재는 한다오 브랜딩과 NFT 아트워크 작업도 진행해요.

“패션업계에 종사하면서 아티스트들이 공들여 만든 제품이 정당한 가치로 평가·판매되는지 의문이 있었어요. 이런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전체 공급망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이 수반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탈중앙화 철학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Q ‘한다오’에서 세 분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다오(DAO)는 회사가 아닌 자율적인 조직, 그것도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입니다. 즉, 특정한 중앙집권형 주체의 개입 없이 자율적인 개인들이 모여 제안과 투표를 통해 의사표시하고 투자를 통해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조직이죠. 다오의 조직원들은 투표와 자본투자를 할 수 있는데, 각자 자신이 원하는 행위를 제안하고 찬반투표를 통해 실행까지 할 수 있어요. 한다오는 이들 세 명을 포함, 12명의 보드 멤버가 있습니다. 현재도 한다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조직이 빠르게 커지고 있죠.

지원씨는 2016년 이탈리아 H-FARM 헤드쿼터에서 열린 H-Ack Food 해커톤에 심사역으로 참여했다.

지원씨는 2016년 이탈리아 H-FARM 헤드쿼터에서 열린 H-Ack Food 해커톤에 심사역으로 참여했다.

주리: 한다오를 통해 저는 국내 NFT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그림·음악·영상·패션 등 다양한 예술작품이 NFT 생태계에 뛰어드는 과정에 도움을 주고 투자를 지원하는 일이죠. NFT 생태계는 당연히 메타버스와 연결되며 시작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로 연결됩니다. 예전에는 아티스트들이 에이전시나 디자인 스튜디오에 소속돼 일했다면, NFT 생태계에서는 예술가 개인이 직접 브랜딩을 해야 합니다. 저는 한다오 전체 조직디자인, 그리고 아티스트 구성원들의 브랜딩을 돕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진경: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있지만 기술이 급변하다 보니 갈수록 정보 격차가 심해지고 그에 따른 부의 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저는 한다오에서 예술 및 테크 관련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쉽고 빠르게 풀어내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과 사업적으로는 커넥터로서 관련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원: 미술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NFT화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유통하려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홍보와 프로모션을 위한 채널입니다. 작가 개인이 이런 채널을 뚫는 일은 무척 힘들기 때문에 저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는 다오 조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다오 조직 안에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생태계가 활발해지면 다오의 가치도 지금보다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주리씨는 2017년 열린 밀라노 가방박람회 Mipel에서 유명편집샵 L'Inde le palais의 디자이너로 선정돼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주리씨는 2017년 열린 밀라노 가방박람회 Mipel에서 유명편집샵 L'Inde le palais의 디자이너로 선정돼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Q. 블록체인·메타버스·NFT가 통용될 미래를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지원: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자기 것’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자기 것’을 해본다는 것은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다면 A부터 Z까지 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공감능력도 키워질 거예요. 두 번째는 체력 관리 같은 소프트스킬을 꾸준히 연마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죠. 세 번째는 원래 삶은 불확실한 것인 만큼 불확실성을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주리: “기술이 산업을 이끄는 세계에선 기본적인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툴은 물론 코딩·3D모션 등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기본이 바탕이 된 다음엔 독창적이거나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겠죠. 이 단계에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비판적 시선뿐 아니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와 사유,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진경: “예전에는 안정을 추구하는 삶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내 뒤에 있는 안전한 다리를 끊고 새로운 파도에 적응하는 훈련을 충분히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변화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누구나 변화의 두려움을 감당해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체력과 정신의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합니다. 많이 도전해보고 실패해보고 다시 일어나보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강해져 있을 것입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2018년 12월 아트센터나비에서 블록체인의 개념을 연극으로 풀어 설명하는 교육용 연극 '베짜기 새집의 비밀: 빌리지 코인 기술 상황극'을 기획하고 배우로서도 열연했던 진경씨.

2018년 12월 아트센터나비에서 블록체인의 개념을 연극으로 풀어 설명하는 교육용 연극 '베짜기 새집의 비밀: 빌리지 코인 기술 상황극'을 기획하고 배우로서도 열연했던 진경씨.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웹 3.0시대: 전문가뿐 아니라 사용자 모두가 참여해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며 소비·협력하는 웹 2.0에서 진화한 차세대 웹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기술 혁신을 통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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