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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모란에게 향기가 없다는 건 사실일까

중앙일보

입력

4월 하면 벚꽃이 대표적인 식물로 떠오르기 마련이죠. 2021년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봄이 2주 정도 일찍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4월 초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미 벚꽃이 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 보통 복사꽃이나 귀룽나무꽃이 피기 시작하는데요. 봄이 빨리 와서 그런지 올해는 많은 봄꽃들이 동시에 핀 거 같아요. 여러 꽃들이 시간차가 거의 없이 대부분 줄줄이 피어나더니 한꺼번에 지게 되어 참 아쉽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13 모란

그렇다고 해도 식물은 온도와 일조시간에 맞춰서 꽃을 피우게 되어 있으니 조금 나중에 피는 꽃들에게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에 걸쳐 피는 대표적인 꽃 중에 ‘모란’이 있습니다. 모란은 숲속 같은 곳보다는 궁궐이나 도심 공원, 화단 등에 심는 편이라 소중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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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라는 식물의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아하~ 그 꽃 알아요. 향기가 없지요?’ 하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꽃은 향기가 있습니다만 향기가 적거나 없는 꽃도 종종 있긴 합니다. 꽃가루받이를 해줄 매개자가 곤충일 경우 곤충이 좋아할 만한 것을 주며 유혹해야 하니 꿀이 많거나 향이 강하거나 무엇인가 매력적인 어떤 선물을 하나 준비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바람이 매개자인 경우엔 굳이 향기를 강하게 피우거나 꿀을 만들어둘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모란을 만나게 되거든 반드시 향을 맡아 보세요. 아마도 꽃에 코를 가까이 대지 않고 근처만 가도 풍겨오는 강한 향기에 놀랄 겁니다.

그렇다면 모란이 향기가 없는 꽃이란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아마도 학교 수업시간이나 혹은 동화책으로 모란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책 중에 『삼국사기』라는 책이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의 역사를 다룬 『삼국유사』라는 책도 있습니다. 같은 시대를 다룬 두 책에 모두 신라의 선덕여왕과 모란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선덕여왕이 어린 시절 모란 그림을 보고 한 말이라고 나오고, 『삼국유사』에는 선덕여왕이 즉위하여 모란 그림을 보고 말한 것이라고 조금 다르게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그 내용은 비슷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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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서 ‘모란도’를 보내왔는데 선덕여왕이 모란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그 꽃은 향기가 없겠군요’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꽃에 벌·나비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지요. 그리고 함께 보내온 씨를 심어 꽃이 피고 나니 그 말과 같았다는 내용이에요. 선덕여왕은 실제 사물을 보지 않고 그림만 보고도 그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뛰어난 관찰력과 유추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모란의 향기는 진한 편입니다. 그리고 모란도는 벌·나비·새 등을 함께 그리는 화충도나 화조도와 달리 모란만 그리거나 괴석과 모란을 함께 그리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 이 이야기에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일단 선덕여왕의 지혜로움을 나타내려는 의도인 것은 분명하지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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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속 모란은 몰라도, 현실에 피어나는 모란은 분명히 향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재미있게 듣고, 자연에 대한 것은 과학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알아야 합니다. 내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진짜 지식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혼자 관찰기록지만 갖고 밖에 나다닌다고 연구가 되지는 않겠지요. 책도 읽으면서 체험도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란 같은 봄꽃을 관찰하려면 지금이 아니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밖에 나가서 많은 자연을 관찰해보길 바랍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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