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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비행기 타고 싶어" 그 마음 채우러 떠나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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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전투기부터 보잉 747까지 차근차근 살피고 조종까지 해봐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행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체험하기 위해 국립항공박물관을 찾았다. 왼쪽부터 박소율(서울 숙명여중 2)·이채현(서울 언북초 5)·하윤(경기도 불정초 6) 학생기자,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행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체험하기 위해 국립항공박물관을 찾았다. 왼쪽부터 박소율(서울 숙명여중 2)·이채현(서울 언북초 5)·하윤(경기도 불정초 6) 학생기자,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은 꿈만 같은 일이 됐어요. 몇 달 전부터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서 이국적인 풍경을 눈에 담을 생각에 가슴 두근대던 날들이 불과 1년 전이었는데 말이죠.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궁금증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하늘을 날았을까요. 날개도 없는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망망대해를 훨훨 날아 지구 반대편에 발을 딛게 되기까지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항공박물관을 찾아 비행기의 탄생과 역사를 알아보고, 다양한 형태의 비행기를 체험했습니다.

글=성선해 기자(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국립항공박물관, 동행취재=박소율(서울 숙명여중 2)·이채현(서울 언북초 5)·하윤(경기도 불정초 6) 학생기자

최근 한 여행 예약 플랫폼이 전 세계 28개국 약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65%가 '여행 제한 조치로 집에 갇혀있는 느낌'이라고 답했어요. 코로나19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중단되면서 삶의 질이 하락했다고 느끼는 것이죠. 해외여행 중단에 대한 아쉬움은 유사 해외여행 상품 출시로 이어졌는데요. 지난해 말에는 목적지 없이 비행기를 타고 상공을 떠돌다 출발지로 돌아오는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죠.

 항공기 제트엔진의 모양을 따라 디자인한 국립항공박물관의 외관.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있다.

항공기 제트엔진의 모양을 따라 디자인한 국립항공박물관의 외관.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있다.

사실 인간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03년 유인 동력비행기 '플라이어 1호'를 조종해 12초 동안 약 36m를 날아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그 시초로 알려져 있는데요. 플라이어 1호가 탄생하기까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또한 군인이 아닌 일반 승객과 짐을 실은 항공기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자유롭게 횡단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죠.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박소율·이채현·하윤 기자가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을 찾았어요. 항공기 제트 엔진을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는 곳이죠. 국토교통부에서 항공문화와 항공산업의 유산을 수집·연구하고, 이를 전시·교육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건립했어요. 한소윤 연구원과 최승택 도슨트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습니다.

인류, 신의 영역이던 하늘을 꿈꾸다  
소중 기자단은 먼저 최 도슨트와 함께 1층 항공 역사관에서 비행기의 탄생과 발전사를 알아봤어요. "먼 옛날 인간은 하늘은 신이 사는 신성한 곳이며 비행은 신의 특권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인간의 사고가 발달함에 따라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이 소망은 15~16세기에 가시화되죠.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새를 해부해 날갯짓 구조를 파악한 과정이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라는 기록에 남아있어요. 학생기자단은 이 기록의 복제본을 살펴봤죠.

 1903년 1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해변에서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 동력비행에 성공한 ‘플라이어 1호’ 축소 모형.

1903년 1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해변에서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 동력비행에 성공한 ‘플라이어 1호’ 축소 모형.

하늘을 날겠다는 인간의 의지는 1783년 실제로 이뤄집니다. 프랑스 몽골피에 형제는 종이와 천을 붙여 지름 13m의 풍선을 만들고, 그 속에 더운 공기를 가득 채웠어요. 그 아래엔 큰 바구니를 달아 사람을 태웠는데,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유인 비행입니다. 즉, 오늘날 여객기의 먼 조상님인 셈이죠. 그로부터 46년 뒤에는 기구에 엔진을 결합한 형태가 등장했죠. 이를 비행선이라고 부릅니다. 체펠린이 만든 길이 약 128m의 비행선 LZ-1호가 대표적이죠. "체펠린의 비행선은 대부분 두꺼운 천으로 만든 기존 모델과는 달리 금속으로 선체 골격을 잡은 후 알루미늄 합금으로 외관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무거운 엔진도 견딜 수 있었고, 속도도 훨씬 빨라졌어요. 체펠린은 이 비행선을 활용해 '독일 비행선 여행주식회사'라는 최초의 비행선 운송사까지 만들었답니다. 비행선은 근대에 비행기가 개발되기 전 유일한 장거리 유인 비행 수단이었죠."(최)

오늘날의 비행기와 비교적 흡사한 형태는 미국의 비행기 제작자 라이트 형제에 의해 탄생했어요.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의 회전과 상승, 하강을 제어할 수 있는 방향타(方向舵·꼬리 날개에 수직으로 달려서 비행기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와 승강타(昇降舵·비행기의 뒷날개에 달린 키)를 개발했어요. 여기에 프로펠러까지 추가해 1903년 12월 17일 세계 최초로 안정적 제어가 가능한 비행기인 플라이어 1호를 내놨어요. 전시실에서 본 라이트 형제 비행기의 축소 모형은 오늘날 경비행기와도 흡사한 생김새 덕분에 제법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위쪽) 한국인 최초로 우리나라 하늘을 날았던 비행사 안창남이 몰았던 금강호 복원품. 1922년 안창남은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이 비행기를 타고 여의도 비행장을 이륙한 뒤 남산과 창덕궁 상공을 거쳐 여의도로 돌아왔다. (아래쪽)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사용했던 2인승 복엽기(2장의 날개를 상하로 배치한 형태) ‘스탠더드 J-1′. K.A.C는 Korean Aviation Corps의 약어로, 한인들의 비행학교를 위한 것임을 명기했다.

(위쪽) 한국인 최초로 우리나라 하늘을 날았던 비행사 안창남이 몰았던 금강호 복원품. 1922년 안창남은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이 비행기를 타고 여의도 비행장을 이륙한 뒤 남산과 창덕궁 상공을 거쳐 여의도로 돌아왔다. (아래쪽)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사용했던 2인승 복엽기(2장의 날개를 상하로 배치한 형태) ‘스탠더드 J-1′. K.A.C는 Korean Aviation Corps의 약어로, 한인들의 비행학교를 위한 것임을 명기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지는 120여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인류는 우주선을 쏘는 경지까지 도달했어요. 항공산업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한 계기가 있나요?" 소율 학생기자가 물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됐어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이전까지 전쟁은 칼과 총, 대포의 싸움이었죠. 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면서 공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전쟁이 본격화된 1915년 후반부터는 공중전·정찰·폭격·적진 공격·지상 부대 엄호 등 역할에 맞춰 여러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개발됐죠."(최)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땐 비행기가 정찰·전투·폭격뿐 아니라, 병력·군수 물자 수송에도 활용되면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2차 대전 중 생산된 전투기는 약 32만 대에 달했죠. 제2차 세계대전은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며 끝났는데요. 이 원자폭탄은 당대 최고의 대형 폭격기 B-29가 투하했죠. 종전 이후 군사적 기밀 가치를 잃은 구식 기술은 민간항공산업에 도입됐어요. 1960~1970년대 민간항공이 급속도로 발전한 이유죠.

항공 강국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도 궁금해요."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각종 비행기를 보던 하윤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대한민국 항공 역사는 항공 독립운동이 그 시초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항공 관련 기술 경쟁이 한창이던 시기 한국은 일제강점기였어요. 1919년 3·1 운동 이후 임시정부가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의 비행학교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를 설립했어요. 해방 후에는 1946년 세워진 대한국제항공사가 국내 민간항공의 시작을 알렸죠. 이후 1970년대 경제성장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실시 이후 민간항공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우리나라에 1973년 첫 도입된 보잉 747 점보제트기 내부. 당시 국내에는 보잉 747 이착륙이 가능한 대형 활주로가 없었기에 해당 기종 도입을 계기로 김포공항을 확장했다.

우리나라에 1973년 첫 도입된 보잉 747 점보제트기 내부. 당시 국내에는 보잉 747 이착륙이 가능한 대형 활주로가 없었기에 해당 기종 도입을 계기로 김포공항을 확장했다.

항공기 제조업도 1982년 생산한 'KF-5 제공호'를 기점으로 빠르게 발전합니다. 이때 미국이 개발한 'F-5 프리덤 파이더' 부품을 수입해 조립했는데요. 1998년에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항공기가 산업화까지 연결됩니다. 공군에서 85대의 훈련기 제작을 의뢰받아 개발된 'KT-1 웅비'는 뛰어난 성능으로 해외에도 92대를 수출했죠. 또 2005년 'T-50B 골든이글'를 개발하며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 초음속제트기 개발국이 됐어요. 2012년 개발된 국산 헬리콥터 'KUH 수리온'은 소방·산림·경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죠.

 2005년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한 초음속 제트기 ‘T-50’의 파생형 ‘T-50B(골든이글)’ 제트기 앞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T-50B(골든이글)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곡예비행에서 사용한 기종이기도 하다.

2005년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한 초음속 제트기 ‘T-50’의 파생형 ‘T-50B(골든이글)’ 제트기 앞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T-50B(골든이글)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곡예비행에서 사용한 기종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으로 미래 모델이 예상되는데, 비행기는 어떤 형태로 더 발전하게 될까요?" 채현 학생기자가 질문했습니다. "미래 항공기 모델 중 현재 가장 활발히 연구 중인 분야는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드론 택시 등으로 불리는 UAM(Urban air mobility)입니다.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긴 활주로가 필요 없고, 전기모터로 작동해 소음과 환경오염도 적어요. 국토교통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K-UAM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 본격 상용화에 들어간다고 해요."(한) 3층 항공생활관에선 UAM을 비롯한 미래 항공기 모델을 만날 수 있어요.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비행의 원리  
국내외 비행기의 역사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3층 항공 레포츠 체험관으로 향했어요. 이곳에선 각종 항공 레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죠. 일단 최소한의 장치와 함께 바람에 몸을 맡겨볼까요. 먼 옛날 날개를 달아 하늘을 날고 싶어했던 사람들처럼 말이죠. 행글라이더·패러글라이더 시뮬레이터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행글라이딩을 VR과 시뮬레이터로 체험 중인 하윤 학생기자

행글라이딩을 VR과 시뮬레이터로 체험 중인 하윤 학생기자

행글라이더는 알루미늄이나 두랄루민으로 된 틀에 천을 입혀서 날 수 있게 만든 스포츠 기구예요. 사람이 여기에 매달려 기류(氣流)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것을 행글라이딩이라고 합니다. VR 고글을 낀 채현 학생기자가 안전요원의 도움을 받아 검은색 시트에 의지해 슈퍼맨처럼 몸을 허공에 띄우고, 앞에 있는 철봉을 어깨너비로 양손에 쥐었어요.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상체와 하체를 같이 움직이세요. 하강하고 싶으면 발을 몸 안쪽으로 쭉 끌어당기면 돼요." 안전요원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뒤트는 채현 학생기자. 어느새 시뮬레이터상에서 고도 336m 허공으로 몸이 붕 떠올랐어요. 철봉 양옆에 있는 선풍기에서 바람이 나와 하늘을 활강하는 느낌이 더욱 생생합니다. 행글라이딩 VR 체험에서는 높은 산과 넓고 깊은 호수로 이뤄진 코스 곳곳에 설치된 총 6개의 링을 통과해야 해요. 채현 학생기자는 총 2개의 링을 통과하고 땅에 상륙했습니다. "방향을 잡는 게 마음대로 안 되네요. 정말 어려웠어요."

 패러글라이딩을 VR과 시뮬레이터로 체험 중인 이채현 학생기자.

패러글라이딩을 VR과 시뮬레이터로 체험 중인 이채현 학생기자.

소율 학생기자는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어요. 행글라이더의 원리에 낙하산을 결합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나는 항공 스포츠죠. "행어(의자)에 착석한 뒤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줄을 잡아당기세요. 양쪽을 동시에 당기면 하강합니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줄을 움직이는 소율 학생기자.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코스 중간중간에 있는 8개의 링을 통과해야 해요. 시뮬레이터 화면에 보이는 높은 산과 강한 바람 때문에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물에 있는 링 1개를 제외하고 총 7개의 링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죠. "진짜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이채현 학생기자가 시뮬레이터와 VR로 경량 항공기를 조종했다.

이채현 학생기자가 시뮬레이터와 VR로 경량 항공기를 조종했다.

이제 경량 항공기(경비행기)에 몸을 실어볼 겁니다. 경량 항공기 조종석은 핸들(조종간)에 해당하는 요크(Yoke), 액셀 역할을 하는 스로틀(Throttle), 페달에 해당하는 러더(Rudder)로 구분돼요.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면 러더에 발을 올리고, 요크를 조종사의 몸쪽으로 당겨야 하죠. 설명에 따라 조작해보는 소율 학생기자. 하지만 경비행기가 활주로 중앙을 벗어나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휘청이자 어쩔 줄 모릅니다. "아이고, 이걸 어떻게 하죠?" 이럴 때는 계기판 화면 속 십자가의 정중앙에 화살표를 일치시켜야 수평을 유지할 수 있어요. 요크를 슬쩍 당기고 스로틀을 살짝 밀자 다시 하늘을 향해 솟아오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도 회색빛 활주로에서 푸른 들판과 완만한 경사의 산으로 변했어요. 구름 위를 날아오르니 진짜 경비행기를 탄 기분이에요. 다시 스로틀을 당겨서 엔진 출력을 적당한 수치로 내려준 뒤, 요크를 앞쪽으로 밀자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죠. 무사히 활주로로 내려오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조금 어지러워요."(박)

 VR과 컨트롤러로 드론 레이싱에 도전한 소중 학생기자단.

VR과 컨트롤러로 드론 레이싱에 도전한 소중 학생기자단.

이제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비행 장치를 두 손으로 조작해볼 겁니다. 바로 드론 레이싱이죠. VR 고글을 쓴 소중 학생기자단이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각자 모니터 앞에 앉았어요. 화면에 보이는 화살표의 방향대로 드론을 움직여 목표지점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평소 드론 조작이 취미라는 하윤 학생기자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드론을 움직이네요. 하지만 소율·채현 학생기자는 사방에 보이는 벽과 구조물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이걸 어쩌지?" "드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간 것 같아요." 결국 드론 레이싱은 하윤 학생기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항공기와 제트기는 어떻게 조종할까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 경량 항공기 조종과 드론 레이싱 등 각종 항공 레포츠로 비행기와 친해진 소중 학생기자단. 이제 스케일을 좀 더 키워볼까요. 수백 명의 승객을 운송하는 보잉 747-400를 조종하고, 관제탑에서 이착륙해 볼 거예요. 보잉 747-400은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4발 장거리용 제트 항공기로 길이 70.66m, 높이 19.41m, 날개 64.44m에 달해요. 전 세계에서 1000기 이상이 취항한 초대형 민간 여객기로 장거리 국제선의 표준 기종인 보잉 747 계열입니다. 국립항공박물관 2층 조종·관제체험관에선 보잉 747-400의 조종석을 그대로 구현한 시뮬레이터로 직접 운행해볼 수 있고, 관제체험실에서 관제사가 되어볼 수 있죠. 총 2만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진 노련한 파일럿 승동호 강사가 소중 학생기자단과 함께 조종석에 탑승했습니다.

 하윤 학생기자가 일일 부기장이 되어 보잉 747-400의 이륙과 착륙을 시뮬레이터로 체험했다.

하윤 학생기자가 일일 부기장이 되어 보잉 747-400의 이륙과 착륙을 시뮬레이터로 체험했다.

보잉 747-400의 조종석을 보자 똑같은 조종장치가 두 개씩 있네요. 이는 민간 여객기의 특징으로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만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기장·부기장용 조종장치를 각각 둔 겁니다. 핸들 역할을 하는 요크, 페달 역할을 하는 러더, 액셀 역할을 하는 스로틀은 경비행기와 동일해요. 조종석 앞 전자 계기 화면은 비행기의 속도·고도·방향을 나타내는 PFD(Primary Flight Display)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ND(Navigation Display)로 나뉘는데, 이것도 기장과 부기장 좌석에 각각 있습니다. ND 화면의 빨간 선은 비행기가 따라가야 할 항로를 뜻해요.

자, 이제 보잉 747-400을 하늘에 띄워봅시다. 하윤 학생기자가 승 강사 옆자리에 앉아 일일 부기장이 됐습니다. "AM01 Request Taxi(알파마이크 제로원, 지상 활주를 요청합니다)" 승 강사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AM01 Taxi to Holding point Runway 33Left Via A and A4(알파마이크 제로원, 사용 활주로는 33번 좌측이고 유도로는 A와 A4를 경유하세요)"라는 말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옵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관제체험실에서 지상관제석을 담당한 채현 학생기자예요. 실제 관제탑은 크게 활주로를 담당하는 지상관제석과 뜨고 내리는 과정을 통제하는 국지관제석, 레이더스코프(radar scope·항공용 공항 감시 레이더) 상의 항공기 위치를 확인하고 착륙 공항까지 비행로와 고도강하를 지시하는 레이더 접근 관제석으로 나뉩니다. 활주로에 있던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상관제석의 도움을 받는 거죠.

 국립항공박물관 관제체험실에서 일일 관제사가 된 박소율(왼쪽)·이채현 학생기자.

국립항공박물관 관제체험실에서 일일 관제사가 된 박소율(왼쪽)·이채현 학생기자.

일일 지상관제사가 된 채현 학생기자의 지시를 받고 이륙을 준비하는 승 강사와 하윤 부기장. 요크를 쭉 잡아당기고 스로틀을 끝까지 밀면 최대 출력이 나오면서 활주로를 달리던 기체가 천천히 떠오릅니다. 이후 조종석 중앙에 있는 랜딩기어 레버를 UP에 놓자 보잉 747-400에 달린 바퀴 18개가 동시에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죠.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하는 겁니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250m 이상이 되면 자동비행이 가능해요. 오른쪽 까만 스위치 3개를 누르면 '오토 파일럿' 모드가 실행됩니다. 미리 세팅한 속도·방향·고도를 유지한 채 계속 날아가는 거죠. 수동 비행을 계속할 경우 요크로 끊임없이 비행기를 흔들리지 않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도 많이 들어요. 쉴 틈도 없죠."(승) 하늘 높이 날아오른 비행기 아래로 하얀 구름바다가 펼쳐집니다.

항공기를 무사히 하늘에 띄웠으니 이제 착륙해 볼까요. "AM01 Direct to Sumin Cleared ILS Runway 33 Left approach(알파마이크 제로원, 수민 포인트를 거쳐서 활주로 33번 좌측 ILS(전파로 착륙을 돕는 장치) 접근을 허가합니다)." 관제체험실에서 레이더 접근 관제석을 담당한 소율 학생기자로부터 교신이 왔어요. 비행기 고도를 내리면서 소율 학생기자가 말한 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공항이 가까워지면 천천히 선회하면서 활주로가 보이는 곳까지 갑니다. 조종석 중앙에 있는 랜딩기어 레버를 Down으로 놓으면 18개의 바퀴가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활주로에 내려앉을 준비가 된 거죠.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퀴가 활주로에 '탁' 닿으면 조종사가 스로틀로 속력을 줄이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해요. 그래야 비행기가 빨리 서요."(승) 활주로와 비행기가 일직선이 되게 만든 뒤 속력을 줄여 멈추면 무사히 착륙이 끝납니다. "어렵기는 했는데 경비행기를 먼저 체험해서인지 재미있었어요." 조종석을 나온 하윤 학생기자가 씩씩하게 웃네요.

 VR 영상 및 360˚ 회전 장비를 통해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부조종석 탑승 체험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VR 영상 및 360˚ 회전 장비를 통해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부조종석 탑승 체험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민간 항공기를 조종하고 관제까지 해봤으니 군용 제트기도 타봐야죠. 조종·관제체험관 옆에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을 VR 영상과 360도 회전 장비로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VR 고글을 쓰고 의자에 앉자 "이륙 준비를 시작한다"는 음성 메시지와 함께 전투기 특유의 굉음이 들렸어요. 그리고 의자가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죠. "으아악!" 소중 학생기자단이 지르는 괴성이 체험장을 가득 채웠어요. 그도 그럴 것이 블랙이글스의 제트기 T-50B의 곡예비행시 속도는 대략 7~800km에 달해요. 게다가 전투기가 곡예비행 시 360도 도는 것까지 똑같이 재현했으니 얼마나 어지럽겠어요. 중력의 가속도가 없다는 점 외에는 블랙이글과 거의 흡사한 환경입니다. "제 몸이 제 몸 같지 않았어요. 근데 정말 재미있어요." 체험이 끝난 뒤 땅에 발을 디딘 소중 학생기자단이 상기된 얼굴로 재잘댑니다. 비행기의 탄생과 역사부터 바람에 몸을 맡기는 행글라이더·패러글라이더, 항공기의 조상님 격인 경량 항공기, 수백 명을 운송하는 민간 항공기와 군용 제트기까지. 국립항공박물관에서 4시간 동안 비행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체험했네요. 코로나19로 짙어진 비행기에 대한 향수를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공항을 찾을 날이 조만간 다시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기와 여객기

 캐나다에서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기 ‘건국기'(위 사진)와 미군의 경비행기를 개조한 최초의 여객기 ‘스테이션 왜건’.

캐나다에서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기 ‘건국기'(위 사진)와 미군의 경비행기를 개조한 최초의 여객기 ‘스테이션 왜건’.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기는 미국 노스 아메리칸 항공사가 1935년 개발한 훈련기 'T-6 텍산'이에요. 1949년 공군이 창군됐지만 해방 직후라 정부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전투기를 구입할 수 없었죠. 이에 정부는 전투기 구매를 위한 국민방위 성금을 걷어 캐나다에서 'T-6 텍산'을 중고로 10대 도입했고,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기'라는 명칭을 부여했어요. 건국기는 한국전쟁에도 투입됐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객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이 정찰·관측용으로 사용하던 '스테이션 왜건'이에요. 본래 2인승 경비행기였으나 종전 후 5인승 민간항공기로 개조됐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항공사인 대한국민항공사(KNA)가 승객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행했습니다. 건국기와 스테이션 왜건 실물은 항공박물관에서 볼 수 있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항공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전투기 등 다양한 항공기 모형을 살펴봤어요.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드론 레이싱, 보잉 747-400 등 여러 체험을 통해 항공레포츠 장비와 항공기의 조종법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직접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구조부터 각 장비의 역할을 알 수 있었고, 비행기 조종은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여러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취재였습니다.
박소율(서울 숙명여중 2) 학생기자

국립항공박물관은 비행기에 대해 알아보고 여러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시관에서는 비행기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었는데요. 비행기 기장 출신인 도슨트님의 친절한 안내로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체험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블랙이글스 탑승 체험이에요. 왜냐하면 VR을 쓰고, 의자가 360˚ 돌아가서 스릴 있고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에 대해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국립항공박물관 방문을 추천합니다. 저도 친구와 함께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어요.
이채현(서울 언북초 5) 학생기자

소년중앙 기자단 첫 취재라서 떨리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었어요.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항공의 역사, 이론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셔서 이해가 더 빨랐던 것 같아요. 비행기 조종 체험과 블랙이글스 VR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비행기 조종 체험을 해보니, 실제 부기장이 된 것 같아서 흥미로웠어요. 또, 블랙이글스 VR 체험을 할 때 360˚를 움직여서 실제로 전투기에 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하윤(경기도 불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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