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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의 말은 왜 믿음을 못 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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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신장(新疆)은 서역(西域)이라 불렸다. 실크로드의 주요 통로로 위구르족은 이곳에 고차(高車)국 등 8차례에 걸쳐 민족국가를 세웠다. 서역이 중국 판도로 등장한 건 한(漢)이 도호부를 설치하면서다. 이름이 신장으로 바뀐 건 1759년 청(淸) 건륭제 때다. 중국은 “옛 땅을 도로 찾았다(故土新歸)”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방은 “새로운 강역”의 의미라 말한다. 그 전엔 “중국이 아니었다”는 함의가 깔렸다.

신장 경제는 ‘일흑일백(一黑一白)’이 지탱한다. 일흑은 석유, 일백은 면화다. 석유 매장량은 중국의 30%, 면화 생산량은 85%나 차지한다. 자원은 많지만 삶은 척박해 “금사발을 들고 굶주린다(守着金飯碗受窮)”는 말도 있다. 신장 면화가 미·중 싸움의 또 다른 전선이 되고 있다. 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당겼다. “베이징이 위구르족을 강제노역에 동원해 면화를 재배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했다. 퇴임 직전인 1월엔 신장 면화 수입 중지 조처를 내렸다.

중국읽기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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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때리기에 앞서 군불 때기로 전문가 분석이 선행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와 호주 전략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신장 면화와 강제 노동, 외국 유명 브랜드가 어떻게 산업 사슬을 형성하는지 따졌다. 비영리단체 ‘더 나은 면화계획(BCI, Better Cotton Initiative)’은 회원사에 신장 면화와의 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면화재배, 강제노동, 종교탄압, 집단학살 등을 키워드로 한 서방의 서사(敍事)는 미 개척시대 흑인노예와 강제노역, 면화를 떠올리게 하며 주효했다.

유럽연합이 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인권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이 발끈한 건 불문가지. “면화는 새하얀데 일부 사람의 마음이 시커멓다”며 서방의 제재는 “거짓말에 기초한다”고 반박한다. 또 신장 면화를 빌미로 서방과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끊게 만드는 건 “적을 800명 죽였지만, 아군은 1000명 전사하는 것(殺敵八百 自損一千)”과 같은 우매한 짓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중국의 말이 먹히질 않는다는 거다. 그러자 중국에선 “이건 진실이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란 탄식이 나온다. 또 “사회주의 모자를 씌우면 면화도 죄가 되나”라 반문한다.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해서 벌어진 일이란 자책도 있다. 과연 그런가. 중국의 말은 왜 믿음을 못 사나. 언제부터인가 중국발(發) 주장은 천편일률적이다. 거의 모두 ‘선전’이다. 선전은 일방적이다. 사실을 따지지 않는다. 세상인심을 얻으려는 건 욕심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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