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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부터 문·이과 통합수능…수학 1등급 50명인 학교, 문과는 3명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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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수학에 문·이과 구분이 사라진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문·이과로 나뉘어 있어 실제 수능에선 이과생이 더욱 유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어려운 과목 선택자 표준점수 높아 #미적분 주로 선택하는 이과가 유리 #문과, 수시 최저학력 못맞출 수도

바뀐 수능에선 수학 30문제 중 22문제가 공통문제다. 나머지 8문제는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 푼다. 주로 문과는 확률과통계를, 이과는 미적분을 선택한다. 18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3월 학력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니 이과생들이 수학 고득점에 유리한 것으로 나왔다.

수학 선택과목별 응시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학 선택과목별 응시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원점수 기준으로 등급컷을 추정해보니 확률과통계 선택 학생 중 1등급은 88점, 2등급은 76점이었다. 미적분 선택 학생 중에선 1등급 80점, 2등급 69점이었다. 그러나 실제 입시에선 원점수를 변환한 표준점수가 반영된다. 표준점수 만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이번 3월 학력평가에서 똑같이 수학 만점을 받았다 해도 확률과통계 선택자는 150점, 미적분 선택자는 157점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문과 학생들은 작년과 비교해 0.5~1등급 정도 밀려나 불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어·수학·영어 원점수 평균 및 표준편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어·수학·영어 원점수 평균 및 표준편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익명을 요청한 한 현직 고교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수학 1등급 받은 학생 50명 중 3명만 문과”라면서 “이과의 경우 예전 3등급 받던 학생이 1등급이 됐다”고 말했다. 대체로 수학을 잘하면 이과를 선택하는데, 올해 수능부터는 이과와 문과가 같은 수학과목 내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입시에서도 문과생이 불리할까. 먼저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울수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최저학력 기준이 높다. 예를 들어 올해 고려대 학생부종합전형(인문계)는 ‘국·수·영·탐(2과목) 합계 7등급’이 조건이다. 만약 수학 3등급을 받으면 나머지 과목 모두 1등급이어야 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선택과목을 지정하지 않아 교차지원이 가능한 학과는 문과생이 불리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강대 등 계열 구분 없이 선발하는 대학은 이과생들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석용 서라벌고 교사도 “원래 공대에 가려고 했는데 경영대도 괜찮겠다 싶은 경우나 문·이과 구분 없는 교대에 지원할 경우 이과가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 교사는 “문과로 교차지원하려는 이과생은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

전민희·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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