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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할때 너흰 뭐했는데?"…요즘 학교 신박한 학폭 예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나만 아니면 돼?' 공연 장면. 사진 문화팩토리 마굿간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나만 아니면 돼?' 공연 장면. 사진 문화팩토리 마굿간

#.“죽고 싶다. 아니 죽을 거다. 누구 때문일까?”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다연이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 그동안 아름이한테 돈을 뺏기고 괴롭힘을 당해온 다연이는 다음 날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다. 다연이가 나쁜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잠시, 반 친구들은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등학교 찾아간 뮤지컬

14일 성남금융고에서 열린 뮤지컬 현장. 성남금융고 학생이 배우로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로 강당에선 1학년 학생 98명만 공연을 지켜봤다. 채혜선 기자

14일 성남금융고에서 열린 뮤지컬 현장. 성남금융고 학생이 배우로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로 강당에선 1학년 학생 98명만 공연을 지켜봤다. 채혜선 기자

지난 14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 성남금융고. 뮤지컬 속 스토리라인에 학생들은 집중했다. 뮤지컬 속 이야기와 제목 ‘나만 아니면 돼?’라는 내용에 공감하는 듯했다. 뮤지컬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을 모른 체하고 지켜만 보는 이들도 가해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경기도교육청의 문화예술 체험 행사 중 하나다. 학교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경기도교육청의 ‘찾아가는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은 배우 중심으로만 꾸려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방관자’가 되는 체험을 한다. 배우가 된 학생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다연이를 모른 척하거나, 괴롭힘을 말리지 않고 못 본 듯 행동한다.

방관자가 돼서 학교폭력 현장을 경험해 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깨우치게 하려는 의도다. 전학생 역할로 뮤지컬에 참여했던 성남금융고 학생 최지원(19)양은 “무대에 올라 공연하려니 떨렸지만,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메시지가 확실히 각인돼 좋았다”고 말했다.

학생도 무대 올라 뮤지컬 체험

14일 성남금융고에서 열린 뮤지컬 현장. 채혜선 기자

14일 성남금융고에서 열린 뮤지컬 현장. 채혜선 기자

학생 참여 방식은 뮤지컬 중간중간에서 이어진다. 배우들은 “우리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관람하던 학생들은 야유를 보내며 학교폭력 방관자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 방관자는 제2의 가해자라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뮤지컬 말미에 학폭 피해자 다연이가 등장하자 배우들은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라며 그를 반긴다. 그러나, 다연이는 “내가 당하고 있을 때 너희들은 뭐 하고 있었는데? 너희들이 더 나빠”라며 오열한다. 선생님에게 폭력을 알리는 등 도움을 줬다면 학교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거란 호소였다. 무대에 오른 학생과 배우들은 다연이의 질타에 진땀을 흘린다.

뮤지컬은 담임 선생님의 조언으로 끝이 난다. “누군가 괴롭히는 걸 보고 있고 무시하는 걸 지나치면 여러분도 똑같은 가해자라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가해자가 있다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꿈은 언젠가는 그 행동들 때문에 짓밟히게 될 거에요.”

“보고 느끼면서 문제 깨달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진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진 경기도교육청

50분 동안 진행된 뮤지컬을 지켜본 성남금융고 1학년 A양(17)은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뮤지컬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으니 공감이 더 잘 된다”며 “직접 괴롭히는 것만큼 모른 척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현숙 성남금융고 학생부장은 “서로 아는 학생들이 무대에 오르니 학생들 표정이 밝아지고 주목도가 높아지는 걸 느꼈다”며 “뮤지컬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12월까지 초‧중‧고 25곳(학생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을 공연할 계획이다. 심한수 경기도교육청 학생생활인권과 과장은 “학생이 머리로만 이해하는 기존 강의식 예방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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