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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도 못잡은 시장…신세계·카카오가 패션 플랫폼 사들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4.18 09:01

업데이트 2021.09.01 16:51

패션 플랫폼별 지난해 거래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패션 플랫폼별 지난해 거래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패션산업이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기업의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전통 유통 강자부터 정보기술(IT) 공룡까지 잇따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사들이고 있다. 쿠팡이 장악하지 못한 패션 시장에서 업계 1위인 무신사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합병한다고 밝혔다. 지그재그는 4000여곳의 온라인 쇼핑몰이 모여 있는 모바일 서비스로, 10~20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앞서 신세계는 롯데·CJ 등과 치열한 경쟁 끝에 20~30대 여성 전용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W컨셉)을 인수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패션 플랫폼 브랜디에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신세계, 오픈마켓 진출 신호탄 울려  

신세계그룹 쓱닷컴은 여성 온라인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을 인수하며 오픈마켓 진출의 신호탄을 울렸다. 사진 신세계

신세계그룹 쓱닷컴은 여성 온라인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을 인수하며 오픈마켓 진출의 신호탄을 울렸다. 사진 신세계

국내 주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연간 거래액은 무신사가 1조2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지그재그(7500억원), 에이블리(3800억원), W컨셉(3000억원), 브랜디(3000억원)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중 대기업과 손을 잡은 지그재그와 W컨셉을 중심으로 올해 패션 플랫폼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패션 플랫폼을 손에 넣은 대기업의 속내는 각기 다르다. 신세계는 식품 및 가전, 가구 판매 중심인 쓱닷컴의 종합몰 변신을 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는 쓱닷컴의 오픈마켓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쓱닷컴이 종합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픈마켓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도 좋지만, 직접 판로를 통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W컨셉 인수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의류 판매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지그재그 '고객 추천' 시너지 예상  

카카오는 AI 기반의 여성 쇼핑몰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사진 지그재그

카카오는 AI 기반의 여성 쇼핑몰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사진 지그재그

반면 카카오는 전략이 다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 내 ‘선물하기’를 중심으로 e커머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쇼핑’을 신설해 카카오톡 화면 아래 ‘쇼핑’ 탭을 넣고 사업 강화에 나섰다. 상품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는 ‘맞춤형 커머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그재그도 비슷한 전략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그재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호 쇼핑몰, 관심 상품, 구매 이력 등에 따른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과 다르게 카카오는 지그재그와 같은 테크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하의 아마존도 '난공불락' 패션 사업  

아마존은 패션 사업에 수차례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사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연합뉴스

아마존은 패션 사업에 수차례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사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연합뉴스

e커머스 업체가 직접 패션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인수를 택한 이유는 종합몰이 패션의 불모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천하의 아마존도 패션 사업에 수차례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최저가 경쟁, 가품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9년 나이키는 아마존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쇼피파이와 협력해 자사몰을 구축했다.

그렇다고 종합몰이 패션 카테고리를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온라인 패션 시장이 23조원 규모로 만만치 않은 데다 주요 소비자층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해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미래의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매 시장 중에서도 의류·신발·가방 등의 패션 카테고리는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e커머스 기업의 사업 방향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 필수적”이라며 “특히 10~20대 소비자를 확보할 경우 이들이 경제력을 갖췄을 때 충성 고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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