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영국이 부럽다니 말인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17 00:30

업데이트 2021.04.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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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31면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영국은 지난 12일 코로나로 인한 전면적 봉쇄령을 해제했다. 석 달하고도 일주일 만이다. 닫았던 일반 상점과 미용실, 실내 체육 시설, 놀이공원, 동물원, 도서관 등등이 문을 열었다. 여전히 식당이나 펍 등의 내부에서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실 수는 없지만 야외 좌석 운영은 할 수 있다. 봉쇄 해제 직전 며칠간 동네 산책을 하면서 보니 다들 들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식당들은 치워놨던 야외 테이블을 꺼내놓고. 물건을 진열하기도 하고. 실제 부활절은 며칠 지났지만 사회가 부활하는 날을 맞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기념할 일이라며 해제 당일 근처에 사는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식당이고 펍이고 예약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꽤 추운 날씨인데도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꽉 차서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50세 이상 백신 1차 접종 완료
영국, 전면봉쇄령 해제했지만
확진자·사망자 수 여전히 많아
부러워말고 예방수칙 철저해야

봉쇄 기간 동안에는 필수품을 파는 가게들, 즉 대소형 식료품점이나 약국 등 소수의 상점을 제외하고는 문을 열 수 없었다. 코로나 전에는 영국에서 피자 등 한정된 종류를 제외하고는 음식 배달을 시킨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는데 차츰 배달앱이 자리 잡게 되었다. 미용실을 가지 못하니 대개들 엉망인 머리 매무새로 다녔다. 영국의 50대 남자의 50%가 대머리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탈모가 심했거나 자기 머리를 스스로 손질해 왔었다면 오히려 이 기간 동안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려웠으니까 큰 의미는 없겠다.

사람이란 정말로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봉쇄 중 새삼 실감했다. 처음에는 가구 구성원 이외의 사람과는 아예 만날 수 없었다가, 실외에서 운동 목적으로 한 명을 만나는 것은 허용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영국에서 골프는 한국에 비해 대중적 스포츠다. 이건 실외 운동이니까 허용해달라는 열화와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금지되었다. 같이 달리기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없었다. 만난다고는 해도 같이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시는 건 허용도 안 되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으나 바로 헤어지지를 못하고 엉거주춤 길가에 서서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 멀찍이 떨어져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봐도 가구원처럼 보이지는 않는 사람들이 서너 명 강변에 모여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기도 했다.

선데이 칼럼 4/17

선데이 칼럼 4/17

영국의 코로나 상황은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심각했다. 영국 인구가 약 6600만 명으로 한국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영국은 약 12만 7000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심할 때는 하루 사망자가 1700명이 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민간인 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확진된 사람의 수는 120만 명이 넘는다. 이에 비해 한국의 총사망자 수는 2000명이 채 되지 않고 여태 확진자 수가 영국의 사망자 수에 못 미친다. 그러니 영국이 전면적 봉쇄를 하는 동안 한국은 제한을 가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영국과 같은 방식의 봉쇄 조처가 내려진 적이 없다. 술집이나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나 다수 모임 금지, 특정 업종의 영업 금지 같은 부분적 통제가 있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코로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전면적 봉쇄라는 것이 얼마나 기이하고 불편한지, 가게가 거의 다 문을 닫은 거리란 얼마나 스산한지, 쇼핑하러 나가는 것도 식당에서 가볍게 한 끼를 때우는 것도 차를 마시는 것도 불가능한 일상이 얼마나 우울한지, 심지어 가족조차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잘 모르는 듯하다.

다행히 상황이 호전되어 봉쇄가 해제되었다. 일일 확진자가 2000명 선이고 사망자가 20~3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일부는 그 원인을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데서 찾는 듯하다. 영국의 50세 이상 모든 인구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막상 영국 총리는 이는 백신이 아니라 봉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계속하여 사회적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결국 저 결과는 백신과 봉쇄가 결합되어 나온 것이 아닐까.

봉쇄 해제에 심하게 기뻐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을 한국에서도 접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저런 생활을 석 달이 넘게 한 거니까. 이제 영국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는데, 사실은 확진자 수도 사망자 수도 여전히 영국이 훨씬 많다. 일상생활로 돌아갔다지만 만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여섯 명이나 두 가구까지다.  그것도 실외에서만 가능하다. 결혼식은 15명, 장례식은 30명, 인원 제한이 있다. 공공장소 안이나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니 펍의 야외좌석에서 마스크 없이 있다가도 내부의 화장실에 갈 때는 마스크를 쓴다. 지금 한국에서 누리는 일상과 그리 다른 모습이 아닐 것이다. 더 험한 꼴을 겪다가 이 정도의 일상을 이제 간신히 되찾았을 뿐이다. 그러니, 지치겠으나,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잘하고 사회적 거리를 둘 일이다. 그리고, 백신 차례가 오면 맞고, 맞으라 권하고.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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