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김치 시장 연평균 5.2%씩 성장…해외 곳곳에 생산 거점, 중국 견제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17 00:25

업데이트 2021.04.1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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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07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김치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컬쳐 열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김치가 글로벌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산 김치 완제품은 물론 순자스(Sunja’s)·최스김치(Choi’s Kimchi) 등 현지에 진출한 한인 기업의 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덕에 한국산 김치 완제품의 수출이 늘고는 있지만, 국내 김치산업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정부 규제로 대기업의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고, 해외에선 절임배추 등을 앞세운 중국이 김치 중간재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산 수출 1614억 최고치
‘소상공인 업종’에 포함된 건 문제

중국은 절임배추 등 중간재 공략
한국 고유의 가치사슬 만들어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산 김치 완제품의 수출액은 지난해 1억4451만 달러(약 1614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7109만 달러로 절반에 육박했고, 미국(2305만 달러)·홍콩(775만 달러)·대만(587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100만 달러 이상 수출한 국가도 14개국에 달한다. 김치 수요는 당분간 더 늘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마켓워치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세계 김치시장은 2018년 30억 달러(약 3조2520억원)에서 연평균 5.2%씩 증가해 2025년 42억8000만 달러(약 4조783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브릿지도 2028년까지 연평균 4.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보고서에서 “건강을 고려한 식물성 식단 증가 등이 김치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시장이 커지면서 대상·CJ제일제당·동원F&B·풀무원 등 국내 주요 김치 완제품 제조사는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치 완제품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은 미국에 김치 공장을 짓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상반기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이 문을 열면 미주지역 판매량을 확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대상은 기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전북 익산 공장을 수출전용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케팅과 판매망 확충에도 나섰다. 국내 업체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 대상그룹의 ‘종가집 김치’,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산’을 내세워 해외 한인 식료품점과 미국 주류 마켓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중국 기업이 진출한 개발도상국보다는 미주·유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징푸공·메이린다·논규·동셴다 등 중국의 김치 완제품 제조사는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개발도상국을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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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요 증가로 수출이 증가세지만, 국내 김치산업 생태계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김치를 담가 먹는 ‘김장 문화’로 국내 기업-개인 간 거래(B2C)는 성장이 더디고, 기업 간 거래(B2B)는 국내산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중국산 김치가 점령하고 있다. 대상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B2B 시장은 중국 제품이 장악했다”며 “이 때문에 일찌감치 수출 시장을 개척한 것인데 해외에서도 중국의 공급이 만만찮다”고 전했다. 정부가 2018년 6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김치를 포함한 것도 국내 김치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대기업은 5년간 설비 투자를 할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B2B는 중소기업이, B2C는 대기업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며 “시장이 겹치지도 않는데 잇단 규제로 중국 업체만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행인 건 그나마 아직은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 김치 완제품의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선진국 시장에선 맛이나 위생 등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중국산 김치 보급이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은 김치 완제품은 물론 절임배추·고춧가루 등 김치 주재료를 앞세워 ‘중간재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얼리지 않은 절임배추의 미국 수입액은 중국산이 5769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2019년까지 1위를 지키던 칠레를 꺾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578만 달러로 9위에 그쳤다. 중국은 201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2억3180만 달러어치의 절임배추를 수출했다.

해외의 많은 김치 제조업체, 특히 미국 등지에 한국인이 세운 기업마저도 중국산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팔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생산·수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중간재시장 진출 등 고유의 가치사슬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창호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중간재시장을 통한 중국의 시장 잠식을 견제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도 적극적으로 해외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고급 식재료 쓰는 ‘손김치’ 미 쇼핑몰 아마존 진출
손김치

손김치

브랜드 컨설팅 회사 더 손(THE SO-HN)의 서지희 대표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김치로 미국 시장을 노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 다년간의 해외 거주 및 외식업 경험을 통해 발효 음식의 잠재력에 눈을 뜬 서 대표는 레드오션인 국내 김치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 제대로 된 한국 김치를 선보여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 현지에서 김치를 먹어보았는데, 너무 시더라고요. 김치의 산도(pH)는 4.3~4.5 정도라야 맛있는데, 그 이하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3.9 짜리도 팔더라고요. 김치가 이런 맛으로 알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죠.”

전남 해남의 노지 배추, 강원도 평창 고랭지 배추, 지리산 자락의 배추를 계절별로 계약 재배했다. 여기에 60년 전통의 전남 신안 태평염전에서 나오는 3년 숙성 천일염, 125가지 산야초로 만든 효소액, 그리고 자체개발한 육수를 버무려 해썹과 FDA 승인을 받은 충북 공장에서 프리미엄 배추김치·총각김치·돌산갓김치·묵은지 4종을 위탁 생산한다(사진). 설탕은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미국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침 국내에서 아마존글로벌셀링이 개최한 수출 세미나가 기회가 됐다. 유통을 담당한 의식주색의 이혜원 대표는 “UPS의 항공배달망을 활용해 알래스카를 거쳐 미국 전역으로 나간다. 한국에서 만든 김치를 4~5일 만에 미국 식탁에서 먹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격은 2박스에 40달러 수준(배달료 별도)으로 다른 김치 가격의 두 배 쯤 되지만 “한 번 드신 분은 계속 드신다”는 서 대표는 “오는 6월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성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별취재팀=정형모·서정민·유주현·김유경 기자
오유진·원동욱·윤혜인·정준희 인턴기자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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