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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천주는 한울 아닌 하느님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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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21면

동경대전(전2권)

동경대전(전2권)

동경대전(전2권)
김용옥 지음
통나무

동학(東學)의 창시자로 알려진 수운 최제우(1824~1864)가 한문으로 쓴 『동경대전』을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현대 우리말로 번역하고 해설했다. 1860년대에 쓰여 최초의 ‘최제우 전기’로 평가받는 발굴자료 ‘대선생주문집’도 함께 번역해 실었다.

‘동학의 경전’으로 통하는 『동경대전』의 번역은 김용옥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가 80년대부터 출간해온 80여 권의 저서가 모두 이번 『동경대전』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김용옥은 그간 논어·맹자·대학·중용 등 유교 경전, 노자 도덕경과 불교 금강경, 그리고 다량의 기독교 성경 관련서를 펴냈다. 그가 탐구해온 유불도(儒佛道)와 기독교의 어휘가 그대로 『동경대전』 속에 등장한다. 19세기 중반 최제우의 문제의식과 21세기 초반 김용옥의 철학적 주제가 겹쳐 보인다.

아편전쟁 때 서양의 대포 앞에 무너지는 중국을 보면서 최제우는 서양이 가진 힘의 근원과 한계를 추적하며 『동경대전』을 서술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기독교였다. 나라를 개혁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하자는 최제우의 ‘다시 개벽’ 정신을 오늘에 되새겨보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김용옥은 고려대 철학과 다닐 때 신일철·최동희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동학과 최제우를 접했다. 1919년 3·1운동을 주도한 천도교(동학)가 일제의 탄압으로 세가 위축되면서 고려대 철학과에 동학의 뜻을 이어가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오늘날 『동경대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제우는 유불도의 언어로 기독교를 해석했는데, 우리는 기독교의 언어로 유불도를 곡해하고 있다고 김용옥은 지적한다.

현재 천도교에서 쓰는 ‘한울’이란 표현을 ‘하느님’으로 바꾸자고 김용옥은 제안했다. 『동경대전』에 나오는 ‘천주(天主)’는 우리 민족이 기독교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써온 보편적 용어인 ‘하느님’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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