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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방어 위해 내각은 ‘수비형’ 청와대는 ‘쇄신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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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04면

16일 청와대 인사 관련 브리핑에서 신임·전임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태한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 이철희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 윤창렬 신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신임 청와대 대변인에는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임명됐다. [연합뉴스]

16일 청와대 인사 관련 브리핑에서 신임·전임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태한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 이철희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 윤창렬 신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신임 청와대 대변인에는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임명됐다. [연합뉴스]

여권을 지탱하는 당·정·청 3개의 축이 16일 일제히 재편되면서 인사의 함의와 정치권 전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쇄신’ 이미지를 내세운 청와대가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이철희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문 대통령은 ‘복심’으로 불리던 최재성 전임 정무수석을 8개월 만에 경질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 수석을 전격 임명했다.

당·정·청 ‘원샷 재편’ #지지율 30% 취임 후 최저치 기록 #“민심 수용과 야당 달래기 성격” #남은 임기 정책 마무리 위한 포진 #국민의힘 “돌려막기 인사” 비판

이 수석은 여권 내에서 ‘비문’ 인사로 통한다. 비록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케이스지만 패스트트랙 정국과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친문 그룹과는 일정한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날 이 수석의 일성도 “아닌 것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였다. 그러면서 “조금 다른 생각과 여러 옵션을 대통령께 전달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수석비서관 중 선임으로, 청와대 내부 논의 과정에서도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요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도 박경미 교육비서관으로 교체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정무와 홍보 라인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청와대 전체의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가다. 신설된 방역기획관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한 것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코로나 방역과 백신 수급 논란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습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도 62%로 취임 후 최고치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선 재·보선 참패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커다란 국정 목표를 추가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인선이 과거와 같은 ‘돌파형’ 포진이 아니라 남은 임기 동안 큰 실점 없이 국정 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수비형’ 포진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장관 후보자 프로필

장관 후보자 프로필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수용한 측면과 함께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한 야당 달래기의 성격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역점 과제 마무리를 위한 동력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개각”이라고 강조했다. 소통과 통합이란 표현도 수차례 반복했다.

그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민주당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친문 진영에는 2007년의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집권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선 아파트값 급등 문제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의원들의 동요가 극심해졌다. 결국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주도로 집단 탈당 사태가 벌어졌고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날 윤 의원이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은 2007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친문 진영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친문 원내대표가 당선된다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날 개각을 함께 발표한 것은 쇄신과 통합을 앞세운 기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당에 대한 장악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레임덕 방지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친문이 계속 민주당을 장악하는 상황이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총리 후보자나 이 정무수석이 민주당 내 강성 친문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만큼 여권 내부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앞으로 점점 더 차기 대선주자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계속 구심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규모 인적 쇄신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한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인재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음을 드러낸 돌려막기 인사”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미달 후보를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비판했다.

강태화·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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