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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 돌아선 건 군가산점 때문? 개헌이라도 하겠다는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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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왼쪽),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전용기(왼쪽),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를 진행하겠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 지자체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게 하겠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군 복무 경력을 채용·승진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남자’(20대 남자)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다.

민주당 최연소 초선인 전용기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위헌이라서 다시 도입하지 못한다면, 개헌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공기업 승진평가에 군 경력 반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제대군인지원법’ 발의 사실도 밝혔다. “의무와 권리는 비례해야 하나, (의무복무자가) 병역의무에 준하는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 의원이 밝힌 입법 취지였다.

당내 또 다른 2030 의원인 김남국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군 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공무원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국 지자체에서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적었다.

군가산점제 위해 개헌?…“시대 흐름과 안 맞아”

그러나 ‘이남자’를 겨냥한 이들 법안에 대해선 대체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의원이 꺼내 든 군 가산점제의 경우, 이미 199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국회에선 가산점 비율을 기존 3~5%에서 2~3%로 낮추는 등의 유사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한 번도 통과된 적이 없다.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위헌이라 안 되면 개헌이라도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상희(헌법학)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산점제는 남의 것을 빼앗아서 보상하는 잘못된 제도”라며 “위헌 결정이 난 제도를 개헌해서 도입하겠다는 건 공직자가 농담으로라도 하면 안 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김대환(헌법학)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의 명확한 입장은 군 가산점제 자체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비율을 낮춰도 위헌 가능성이 높다”며 “성평등을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지 않아 개헌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정책에 대해선 “고려해봄 직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군 경력을 공기업·공공기관 승진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전 의원 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한상희 교수), “군대도 경력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승진 조건으로 포함될 순 있다”(김대환 교수)라고 말했다.

당내서도 “어떤 사회 만들려는 것인가”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가운데)이 지난 3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TF 활동성과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가운데)이 지난 3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TF 활동성과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2030 세대가 민주당에 돌아선 근본 원인을 헤아리지 못한 법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은 “20대 남녀 표심이 동시에 민주당을 이탈했다는 점에 집중해 실업 문제 같은 사회경제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며 “그런 문제의식 없이 젠더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면 설익은 대안으로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남자’의 이탈을 둘러싼 논쟁은 당내에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20대 남성 득표율이 현격히 낮았기 때문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만 18세 이상 포함) 남성의 22.2%만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뽑은 반면,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택했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의 오 시장 투표 응답(70.2%)을 웃도는 결과였다.

실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1991년생 정한도 용인시의원은 지난 12일 출마 선언문에서 “사회에서 청년 여성은 당당해지고 있지만, 청년 남성은 당당함을 잃고 있다”며 “(당의) 여성 우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청년 남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돼야 한단 이유로 기계적 평등에 힘을 싣고, 위헌 결정 받은 지 오래인 제도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이 과연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함인지 짚어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전 의원을 겨냥해 “‘20대 남자들은 군 가산점 때문에 저러는 걸 거야’라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분석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가산점 문제를 건드리려면 남인순 (민주당) 의원 입장부터 듣고 오시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를 지낸 남 의원은 그간 군 가산점제 부활에 앞장서 반대해왔다.

남수현 기자·김보담 인턴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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