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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르물로 큰 호평 ‘괴물’ PD “‘시그널’ ‘비밀의 숲’ 보며 공부”

중앙일보

입력

드라마 ‘괴물’ 16회 타이틀. 경찰청장 한기환(최진호)과 JL건설 이창진 회장(허성태)의 얼굴이 겹쳐져 있다. [사진 JTBC]

드라마 ‘괴물’ 16회 타이틀. 경찰청장 한기환(최진호)과 JL건설 이창진 회장(허성태)의 얼굴이 겹쳐져 있다. [사진 JTBC]

1회 이동식 경사(신하균) 얼굴 위로 나타난 타이틀. 매회 다른 인물을 가리킨다. [사진 JTBC]

1회 이동식 경사(신하균) 얼굴 위로 나타난 타이틀. 매회 다른 인물을 가리킨다. [사진 JTBC]

“괴물 같은 드라마가 나타났다.”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을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한 얘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룬 tvN 드라마 ‘시그널’(2016)이 장르물의 대중화를 이끌고, 검찰과 경찰을 중심으로 권력형 비리를 파헤친 ‘비밀의 숲’ 시즌 1, 2(2017, 2020)가 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괴물’은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는 심리 추적 스릴러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다음 달 13일 열리는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는 작품상ㆍ연출상(심나연 PD)ㆍ극본상(김수진 작가)ㆍ예술상(장종경 촬영)을 비롯해 남자 최우수연기상(신하균), 남자 조연상(최대훈), 여자 신인상(최성은) 등 TV 드라마 7개 부문 모두 후보에 올랐다.

백상예술대상 후보 오른 심나연 PD #“모든 캐릭터 전사 드러난 극본에 끌려 #만양 느낌 살리고자 연극배우 캐스팅 #‘살인의 추억’처럼 오래도록 기억되길”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심나연 PD다. 심 PD는 JTBC ‘열여덟의 순간’(2019)으로 장편 데뷔한 이후 이번이 불과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은 학원물로 ‘괴물’과는 결이 전혀 다르다. 15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괴물’의 대본을 읽었을 때 글이 워낙 재밌었다. 장르물은 자신이 없었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져 욕심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시그널’과 ‘비밀의 숲’을 계속 돌려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점을 좋아할까’ ‘단서는 어떻게 던지고 회수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그림으로 보다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등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인물별 서사 대하드라마처럼 이어져”

‘괴물’ 촬영 현장의 심나연 PD. 심 PD는 “조연출 시절 길해연 배우의 연기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이후 TV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JTBC]

‘괴물’ 촬영 현장의 심나연 PD. 심 PD는 “조연출 시절 길해연 배우의 연기를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이후 TV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JTBC]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전사가 충분히 녹아 있는 김수진 작가의 대본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드라마에서 모든 캐릭터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극을 이끌어가는 이동식 경사(신하균)나 한주원 경위(여진구) 외에도 오지화 강력계 팀장(김신록), 남상배 파출소장(천호진) 등 주변 인물도 다 촘촘히 서사가 짜여 있어서 작가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대하 드라마같이 인물별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고요.” 그는 “시즌 2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인물별 에피소드만 모아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연도 고루 돋보일 수 있는 드라마인 만큼,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만양슈퍼 사장이자 극 전반부까지 벌어진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강진묵 역할을 중심으로 연극계에서 숨은 고수들을 찾아 나섰다. “신하균ㆍ여진구 배우는 모두가 아는 배우니까 그들과 붙는 신이 많은 역이라면 굳이 TV에 나왔던 분들이 아니어도 괜찮겠다 생각했어요. 이규회 배우가 강진묵 역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 미팅한 분들 중에 황광영 경위(백성광), 조길구 경사(손경구) 역할에 어울릴 것 같은 분들께 제안을 드렸죠. 김신록 배우는 학교에서 연기를 오랫동안 가르치셔서 그런지 현장에서 배웠다고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심리전 표현 위해 배우들 많이 괴롭혀”

‘괴물’로 백상예술대상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심나연 PD는 “제가 후보에 올라도 되는지 쑥스럽다”며 “고생한 배우분들과 작가, 촬영감독과 함께 오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진 JTBC]

‘괴물’로 백상예술대상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심나연 PD는 “제가 후보에 올라도 되는지 쑥스럽다”며 “고생한 배우분들과 작가, 촬영감독과 함께 오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진 JTBC]

'괴물'의 인물들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벌인다. 인물들의 이런 모습을 담기 위해 드라마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는 클로즈 바스트 샷도 적극 활용했다. “사실 배우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되지만 ‘괴물’은 스펙터클한 액션이 아닌 캐릭터 플레이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제가 많이 괴롭혔어요. 눈빛 하나, 손짓 하나가 중요한데 타이트하게 잡을수록 전달은 잘 되지만 연기는 더 힘들잖아요. 신하균 배우 얼굴은 정말 독특해요. 그림 같기도 하고. 이규회 배우 표정은 너무 섬뜩해서 촬영하면서 저희도 많이 놀랐어요.”

클로즈업된 얼굴 위로 ‘괴물’ 글자를 써넣은 타이틀도 눈길을 끌었다. 매회 괴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바뀌면서 시청자들과 심리전도 나날이 치열해졌다. 심 PD는 “편집감독이 1회에서 만양의 모습 위로 타이틀을 앉히고 소제목 ‘나타나다’를 이어 붙인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나타나다’와 ‘사라지다’, ‘웃다’와 ‘울다’ 등 매회 대구를 이루는 소제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처음엔 그냥 했는데 뒤로 갈수록 더 큰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욕심이 나더라고요. 장르물 매니어들은 정말 꼼꼼히 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단 사실도 깨달았고요. 준비한다고 했는데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여자 PD 고충 없어…시선 차이 중요”

‘괴물’에서 만양슈퍼 사장 강진묵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이규회. [사진 JTBC]

‘괴물’에서 만양슈퍼 사장 강진묵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이규회. [사진 JTBC]

극 중 만양 사람들이 경찰서보다 자주 모인 만양정육점. [사진 JTBC]

극 중 만양 사람들이 경찰서보다 자주 모인 만양정육점. [사진 JTBC]

촬영과 함께 미술과 음악도 호평을 받았다. 극 중 만양이라는 공간이 주는 폐쇄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충북 옥천에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만양 정육점으로 꾸몄다. 드라마에 문주경찰서나 만양파출소보다 자주 등장하는 공간으로 연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판타지와 리얼리티가 공존하는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특히 OST는 동식이 얼굴 위로 깔렸을 때 말하지 않아도 지난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연륜이 느껴지면서도 올드하지 않은 최백호 선생님의 목소리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나이트’가 만양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의 김희원 PD와 맞붙으면서 화제를 더하기도 했다. 예능 등 다른 장르와 달리 드라마는 유독 여성 연출이 적은 분야인 탓이다. 심 PD는 “성별로 인해 힘든 부분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 팀만 해도 총괄 프로듀서, 작가, 편집, 음악감독 등이 여성일 정도”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남녀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시선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인상 깊게 봤다며 “‘괴물’도 훗날 재미도 있고 사회적 메시지도 지닌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한국만의 레트로한 정서를 가진 정통 스릴러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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