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부의 품격⑥] 재산 1조, 그 절반은 내놔야 한다···김범수도 가입한 이 클럽

중앙일보

입력 2021.04.16 11:00

업데이트 2021.04.16 12:25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등 젊은 기업인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초고액 기부’가 이어지며 고액 기부 클럽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사진은 억만장자의 기부 캠페인 사이트인 '기빙 플레지'에 맥켄지 스콧과 그의 남편 댄 스웻의 서명이 올라가있다. 제공 기빙 플레지 캡처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등 젊은 기업인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초고액 기부’가 이어지며 고액 기부 클럽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사진은 억만장자의 기부 캠페인 사이트인 '기빙 플레지'에 맥켄지 스콧과 그의 남편 댄 스웻의 서명이 올라가있다. 제공 기빙 플레지 캡처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등 젊은 기업인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초고액 기부’가 이어지며 고액 기부자 모임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최초의 고액기부 클럽 '아너 소사이어티' 

우리나라 최초의 ‘고액 기부자 클럽’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가 만든 ‘아너 소사이어티’다.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억원 이상을 일시·누적으로 기부하거나 5년 안에 1억원 기부를 약정해야 한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처음 만들어졌으나 첫 회원은 설립 다음 해인 2008년 5월에서야 나왔다. 1호 회원의 주인공은 유닉스코리아의 남한봉 회장이었다. 13년이 지난 현재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은 2561명(익명 회원 250명 포함)이 됐고, 누적 약정 금액은 약 2763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총회를 개최한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14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총회를 개최한 모습. 중앙포토

이후 다른 비정부기구(NGO)도 각각 운영모델을 만들어 냈다. 대한적십자사는 창립 111주년이던 지난 2016년 고액 개인기부자 클럽인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을 출범했다. 아너소사이어티처럼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약정하면 가입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러한 아너스클럽을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등 해외 적십자사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 2017년 1억원 이상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을 만들었고 2019년에는 유산기부를 공증하거나 서약하는 후원자 모임인 ‘그린레거시 클럽’도 발족했다. 이밖에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에서도 ‘아너스 클럽’이라는 고액 기부자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고액 기부 클럽 '원조' 토크빌 소사이어티

해외에도 고액 기부자 클럽이 있다. 미국 공동모금회인 유나이티드웨이아메리카가 운영하는 ‘토크빌 소사이어티’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벤치마킹한 곳이다. 1984년 처음 설립 당시 회원 20명, 기부금 총액 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현재 2만70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도 토크빌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오른쪽) 대표가 우리나라 최초로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됐다. 이후 지난달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공식 서약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오른쪽) 대표가 우리나라 최초로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됐다. 이후 지난달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공식 서약했다. 중앙포토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 클럽’으로 알려진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도 있다. 이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 환원 약속을 하며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과 세계인을 상대로 한 선언의 형태로 가입 의사를 밝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하려면 ▶재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우리나라 최초로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됐다. 이후 지난달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공식 서약했다.

현재 25개국 220명(부부·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기빙 플레지를 통해 기부를 약속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커스 감독,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참여했다.

‘고액 기부’ 문화 되려면 사회적 노력 필요 

전문가는 최근 이어진 개인의 초고액 기부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고액 기부가 아직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 트랜드로 널리 퍼진 상태는 아니다”며 “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기간에는 고액 기부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는데 이때 얻은 기부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계속 기부를 이어갈 수 있다. 기부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용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젊은 기업인이 재산의 50%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현상은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인물이 나온 셈이다”며 “고액 기부가 정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기부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가 하는 투명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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