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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 뭐가 급했길래…김진욱, 출근하자마자 뽑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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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이 취임 엿새 후인 지난 1월 27일 이찬희 당시 대한변협 회장을 예방해 악수를 하고 있다. 김 처장의 이날 대한변협 예방에는 이 전 회장이 추천한 김모 공수처장 비서관이 동행했다.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취임 엿새 후인 지난 1월 27일 이찬희 당시 대한변협 회장을 예방해 악수를 하고 있다. 김 처장의 이날 대한변협 예방에는 이 전 회장이 추천한 김모 공수처장 비서관이 동행했다.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자녀 5급 비서관의 ‘밀실 추천' 의혹에 이어 ‘채용 시기’까지 논란을 빚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 취임과 김모 5급 비서관의 임용 시기가 사실상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김 전 처장 취임 전에 김 비서관의 채용까지 약속돼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진욱 “변협 추천” vs. 변협 “안 했다”…‘밀실 추천’ 논란

1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비서관은 김 처장 취임 당일 아침 5급 비서관 특채 지원서류를 내고 이튿날인 지난 1월 22일 임용됐다. 김 처장과 김 비서관의 공수처 입사 시기가 거의 같다는 뜻이다. 김 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공수처장에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 김 비서관의 채용을 부탁 받았고 처장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5급 비서관에 특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 비서관의 채용을 추천한 사람은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라고 한다. 김 비서관을 추천한 이찬희 전 회장은 지난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으로서 김진욱 처장 본인을 추천했고 이후 여운국 차장도 개인 자격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여운국 차장과는 대한변협 부회장으로 함께 일했으며 서울 용문고 동문이다. ([단독]이성윤 모셔온 운전사, 김진욱 비서관은 '이찬희 추천')

김 처장은 이날 이찬희 전 회장 추천 보도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에선 친·인척이나 학교 선·후배를 비서로 뽑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식의 연고 채용을 하지 않기 위해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았다"라고 해명한 것도 '밀실 추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한변협이 "전임 집행부가 개인적으로 추천했을 수 있지만 대한변협이 공수처장 비서관을 추천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기 때문이다.

김대광 대한변협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에 "공수처와 같은 국가기관이 대한변협에 인사추천을 의뢰할 때에는 반드시 공문을 통하여 추천의뢰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비서관은 물론 (당시 대한변협 부회장이던) 여운국 공수처 차장의 경우도 대한변협은 공수처로부터 추천의뢰를 받은 사실도 없고, 대한변협이 공수처에 두 사람을 추천한 기록도 없다"라고 확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법조계에선 이를 놓고 "공수처와 대한변협 기관 사이에 공식적인 인사추천 절차를 밟지 않고 이찬희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김 처장에게 김 비서관 추천했다는 뜻"이라며 "밀실 추천이자 김 처장 본인을 공수처장에 임명되도록 기여한 추천권자의 인사 청탁"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특정인이 개인을 단수 추천한 것 자체가 특혜 채용”이라며 “주요 수사기관의 총수가 사인 간 주고받기 식 공직거래를 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했다.

설사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공정’의 외관을 해치는 절차라는 지적도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처장을 추천한 이 전 회장을 의식해 편의를 봐준 것 아니겠느냐”며 “‘공정’이 화두인 시기에 갓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를 변협회장 개인 추천으로 채용했다면 ‘검찰개혁’을 위해 생긴 수사기관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 대통령령인 ‘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 제3조의4(채용 절차)에 따르면 공수처가 비서관을 채용할 땐 공고와 심사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특혜채용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김진욱 공수처장은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불쾌한 속내를 내비쳤다.

공수처 비서관 특혜 채용 논란, 수사까지 번졌다  

김진욱 공수처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중앙포토공수처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중앙포토

김진욱 공수처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중앙포토공수처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중앙포토

김 비서관은 지난달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당시 휴일에 출근해 운전기사 대신 공수처장 관용차를 운전해 이 지검장을 모신 것으로 논란을 촉발했다. 특히 김 비서관의 아버지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군수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특혜 채용’ 의혹이 커졌다.

김 비서관 능력을 검증할 자료가 없다는 점 등까지 거론되자 시민단체는 김 처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 김재하)에 배당됐다.

앞서 공수처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요청한 김 비서관 채용 관련 문답에서 “공수처장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 제3조의 4 제 1항 1호에 따른 비서관(비서)에 해당하고, 다만 수사기관이므로 처장 비서관의 경우에도 변호사 유자격자로 채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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