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손해용의 시시각각

갑질·내로남불 끝판왕, 공기업 낙하산

중앙일보

입력 2021.04.16 00:51

업데이트 2021.04.1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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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손해용 기자 중앙일보 팀장
막말 및 측근 채용 파문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이후 김 회장은 15일 사내 게시판에 '금번 사태에 대한 회장 입장문'(오른쪽)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막말 및 측근 채용 파문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이후 김 회장은 15일 사내 게시판에 '금번 사태에 대한 회장 입장문'(오른쪽)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여당 3선 의원 출신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의 막말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마사회 노조 자료를 보면 새X·X·씨X 등의 욕을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했다. 점심때 본인이 싫어하는 메뉴를 물어보지 않았다고, 자신이 바쁜데 보고하러 왔다고 “XXX끼야”라는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지면의 한계로 그의 다채로운(?) 폭언을 소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전 정권 낙하산 비판하던 그들
'알박기'에 안하무인 갑질까지
이참에 ‘낙하산 근절법’ 만들자

더 큰 문제는 그의 사고방식이다. 이번 욕설 갑질은 김 회장이 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특채하려고 한 게 발단이다. 채용 비리를 우려한 국민권익위에서 이런 특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는데도 말이다. 본인 뜻대로 안 되자 해당 측근을 월 700만원을 받는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개방형 직위 공모 형태의 채용을 검토하라’는 추가 지시까지 내렸다. 그는 마사회 주요 보직을 ‘정권 전리품’ 정도로 여긴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 마사회의 낙하산 인사와 자문위원 채용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그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낙하산 비난에도 불구하고 마사회장으로 취임하더니, 이젠 자신이 욕하고 비판하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KS드림의 김남수 사장은 ‘안하무인’ 행태로 비난을 사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을 지낸 그는 골프 금지령을 어겨 물러났다. 이후 공기업 감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근무시간에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후 별다른 일을 맡지 않다가, 이 정부에서 한 해 1억8000만원을 받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자회사 사장을 꿰차며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이 회사 직원 평균 연봉(3600만원)의 5배다. 지난해 7월 연임에 성공한 그는 국회의 각종 자료 제출 요구를 6개월 넘게 거부하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사장은 고급 승용차에 법인카드까지 펑펑 쓰면서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요청한 자료인 업무차량 운행 일지, 하이패스 기록 등을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문 정권의 낙하산 잡음은 이번 정권이 끝나더라도 계속 들릴 것이다. 이른바 ‘알박기’ 낙하산을 투하하고 있어서다. 기관장의 임기가 보통 3년임을 감안하면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2년간은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에서 반성하는 게 아니라, 이를 다음 정권에서 버틸 안전판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정책을 설계하는 국책 연구기관들에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 홍장표(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차기 원장으로 유력하다. 실패한 소주성을 정당화하고 학문 연구에 정치색을 입히는 식으로 연구기관의 순수성과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DI에 재직했던 원로 학자 19명은 “망국적 경제정책 설계자가 대한민국 최고 싱크탱크 수장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는 국가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국가ㆍ국민에게 타격을 준다. 폐해는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이런 낙하산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다.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규정하고 비판하던 문 정부에서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더 클 뿐이다.

이참에 '낙하산 근절법'을 만드는 것을 정부·여당에서 검토해 보기 바란다. 대표, 상임·비상임 이사, 감사 등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식이다. 정당이나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은 일정 기간 지원을 금지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실천하기 위한 시늉은 해야지 않겠는가.

경제정책팀장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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