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갑질"…개별택배 중단 첫날, 주인 기다린 택배 800개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4.15 18:55

업데이트 2021.04.15 19:49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개별택배 배송이 중단됐다. 15일 인근 상가 도보에서는 택배노조측이 주민들에게 택배들을 나눠줬다. 최연수기자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개별택배 배송이 중단됐다. 15일 인근 상가 도보에서는 택배노조측이 주민들에게 택배들을 나눠줬다. 최연수기자

15일 오후 3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대단지 아파트 인근. 정문에서 350m가량 떨어진 상가 도보에 택배들이 구역별로 쌓여 있었다. 옹기종기 나뉜 택배 더미 사이에서 자기 택배를 찾으려는 주민들이 기웃대며 다가가면, 대기하고 있던 택배 직원이 “어느 동에서 오셨냐”고 물으며 물건을 찾아 건넸다. 5000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에 하루 동안 도착한 택배는 총 800여개. 이중 100여 개 남은 택배들이 주인들을 기다렸다.

아파트 측이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단지 지상 출입을 막자 개별택배가 중단되며 벌어진 ‘택배 대란’ 광경이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의 안전, 아파트 시설물 훼손 등을 이유로 지하주차장을 통해 택배 배송을 하라고 요구했다.

아파트 측 “지상 출입 금지”에 택배노조 “개별 배송 안 해” 맞불

하지만 제한 높이가 2.3m인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저상차량이 필요한 상황. 저상차량이 아닌 택배 기사는 그동안 아파트 정문부터 손수레를 이용해 택배상자를 싣고 각 세대까지 배송해야 했다. 이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측에서 전날 개별배송 중단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택배 갑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개별택배 배송이 중단됐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공원형 아파트로 산책로 공원 등으로 이뤄져있다. 아파트입주자회의 측에서는 입주자의 안전 등의 이유로 지상택배를 반대했다. 최연수기자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개별택배 배송이 중단됐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공원형 아파트로 산책로 공원 등으로 이뤄져있다. 아파트입주자회의 측에서는 입주자의 안전 등의 이유로 지상택배를 반대했다. 최연수기자

‘아파트 내 택배 지상 출입금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다산 신도시의 한 공원형 아파트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택배 차량이 후진 중 아이를 칠 뻔한 사고가 발생하자 대책회의를 통해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통제하면서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기존 ‘2.3m 이상’이던 지상공원형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 기준을 ‘2.7 m 이상’으로 상향하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고덕동의 아파트는 2016년에 건설을 시작해 바뀐 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아이들 안전 우려” vs “속도 지키면 돼”

고덕동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엇갈린다. 택배 차량 통제에 찬성하는 측은 공원형 아파트로 만들어진 대단지 특성상 단지에서 산책하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아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논란이 발생한 대단지 내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민과 자전거를 타고 노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70대 주민 장모씨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뛰어놀고 있는데 택배 차량이 들어오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안전의 문제를 이야기한 건데 택배노조 측에서는 ‘입주민 갑질’ 프레임을 씌우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입주자들은 신청한 택배들을 반품하는 지경이다”며 “나이 든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상가까지 매번 걸어 나오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갑질 프레임’에 제대로 된 대화가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 장모(46)씨는 “언론에서 ‘갑질 택배’라고 보도하면서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대화로 풀면 되는 상황인데 지금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이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입주자 대표회의 측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주민 이모(35)씨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주민들 투표도 하지 않고 지상 출입통제를 시켰다”며 “단지 내 주행 제한속도만 지키면 사고 날 일도 없는데 시간이 금인 택배기사들이 수레까지 끌고 들어와서 개별배송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 “일부 기사들, 오늘 직접 배송도”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개별택배 배송이 중단됐다. 15일 인근 상가 도보에서는 택배노조측이 주민들에게 택배들을 나눠줬다. 최연수기자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개별택배 배송이 중단됐다. 15일 인근 상가 도보에서는 택배노조측이 주민들에게 택배들을 나눠줬다. 최연수기자

한편 택배 노조 측은 “개별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 일부 택배기사는 오늘 오전 중에 직접 배송에 나서기도 했다”며 “내일 다시 택배노조 측 입장을 정리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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