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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야 효도한다? 집값보다 비싼 中 묏자리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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묏자리, 집값보다 비싸요!  

랴오닝(遼寧)성의 한 묏자리 판매업체 앞에 선 54세 위안(袁)씨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배우자는 그에게 "정 안 되면 선양 말고 주변의 톄링(鐵嶺) 쪽으로 가보자"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공동묘지. ⓒchina daily

?베이징의 한 공동묘지. ⓒchina daily

랴오닝성만의 일이 아니다. 광시(廣西)좡족(壯族)자치구 난닝(南寧)시의 집값은 ㎡당 약 1만 4천 위안(약 240만 원)인데, 묏자리는 4만 위안(687만 원)이 넘어간다. 중국에서 묘지 가격이 가장 높은 상하이의 고급 납골묘 가격은 30만 위안(약 5천만 원)에 달할 정도다.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 교외의 한 공동묘지. 이곳의 수목장 한 그루당 가격은 4천~8천 위안(68만~137만 원)으로 바로 옆 묏자리의 3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100그루도 채 팔리지 않아 전체 구역의 5%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공동묘지. ⓒchina daily

베이징의 한 공동묘지. ⓒchina daily

최근 수년간 중국은 장례 문화 개혁을 통해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장(海葬), 인터넷 제사 등 새로운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전통 관념에 부합하는 화초장·수목장 등의 '토지 절약형 친환경 묘지' 장례 방식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땅을 파내지 않고, 비석 없이 유골을 나무와 꽃 아래에 묻어 기존 방식보다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chin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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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여전히 값비싼 매장, 비석 등 기존의 묏자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랴오닝·광시·상하이 등지의 일부 공동묘지에 친환경 장례 구역이 새로 마련돼 있었지만, 기존 공동묘지 구역은 인산인해인데 비해 친환경 묘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묫 값.
왜 비싼 돈을 주고서까지 기존 방식의 묏자리를 살까.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공동묘지 책임자는 "사람들이 아직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장례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여전히 '장례를 정중하게 치러야 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방식대로 묘비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야만 효도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바이두

ⓒ바이두

그뿐만 아니라 '비싸야 효도한다'는 마케팅 전략도 문제다. 구매자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일부 장례 업자들은 기존의 '값비싼' 장례관을 고착화하고 있다.

안산시 훙롄(弘蓮) 공원묘지의 책임자는 "어떤 공동묘지에서는 화환 판매업자, 풍수지리가 등을 고용해 묏자리 판촉을 하는데, 이들은 고액의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일부러 고가의 묘지를 추천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례 업계의 담합, 봉건적인 미신을 퍼뜨리는 현상 등이 사람들의 맹목적인 '묏자리' 쇼핑을 부추겨 새로운 장례 문화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우한(武?)시에서 진행된 화단 장례식. ⓒ신화통신

지난 2018년 우한(武?)시에서 진행된 화단 장례식. ⓒ신화통신

한편 여러 지방 정부에서는 모든 공동묘지에 필수적으로 친환경 장례 구역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랴오닝성 안산(鞍山)시의 경우 현재 친환경 장례 구역이 전체 묘지공원 면적의 10% 정도이며 2025년까지 이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에서는 친환경 장례 면적이 이미 공동묘지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광시좡족자치구 내의 12개 현(縣)∙시(市)도 친환경 장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해장(海葬), 화초장 등 친환경 방식으로 안장된 유골이 전년보다 15% 증가한 2천457구에 달했다.

지난 2018년 우한(武?)시에서 진행된 화단 장례식. ⓒ신화통신

지난 2018년 우한(武?)시에서 진행된 화단 장례식. ⓒ신화통신

그러나 강제성을 띤 정책으로 뭇매를 맞기도했다.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성 싱타이(邢台)시 정부는 100% 화장 목표를 달성하고자 지난해 초부터 사망자의 매장을 금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며, 해당 조치를 어긴 공무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조상을 매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매장 문화의 역사는 2천 년이 넘는다. 수천 년을 이어 온 이들의 문화를 단 순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까.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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