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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예방 효과? 2배 팔린 불가리스 '셀프 발표' 역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뉴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기업 사무실. 사무실 TV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 저감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나오자 직원들이 부산해졌다. 한 직원이 바로 근처 마트로 달려가 20여개를 사와 한 병씩 나눠먹었다. 또 다른 직원은 “불가리스가 코로나를 막아준다니 얼른 사 먹어라”라는 부모님 전화도 받았다. 남양유업은 이날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내용을 언론에 배포했다. “불가리스 발효유가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시키고,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도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골자였다. 질병관리청은 즉각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불가리스 어딨어요?”…진열품 20% 늘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선 13일에 이어 14일에도 불가리스가 평소의 두 배 수준으로 팔렸다. 롯데마트는 14일 하루 매출이 전년보다 65.0% 늘었고, 일부 매장은 “불가리스가 어디에 있냐”고 찾는이가 몰려 진열 물량을 평소보다 20% 늘렸다. 편의점 CU에서도 이날 불가리스 매출은 심포지엄 내용이 발표된 전날보다 50% 늘었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에선 주로 낱개로 사 가는 경우가 많은데 13일부턴 한 줄을 통째로 사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수퍼마켓도 있었다.

불가리스는 '항 코로나바이러스' 논란에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남양유업은 역풍을 맞고 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의 심포지엄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한 당사자가 남양유업 소속 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조작 논란에까지 휩싸이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발표 당일인 13일 10% 이상 급등해 52주 고점(48만9000원)을 찍었다가 38만원으로, 다음날엔 이보다 5.13% 내린 36만50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자 인터넷에선 “남양유업의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거래소, 주가 조작 관련성 조사 방침 

논란이 커지자 관계 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남양유업 관계자들이 미공개정보를 호재로 보고 매매했는지,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부실 정보를 제공해 오인하게 한 부정거래(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세종경찰서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이날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점을 확인했다”며“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한 것으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전한 식품 거래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 광고 행위는 적극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성과는 연구를 진행한 충남대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사정상 불참해서 자사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완제품으로서 식품에 대한 항바이러스 연구는 드물었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만큼 그에 대한 학술적 의의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이었다”며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 단계에서도 충분히 성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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