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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욕' 숙명여고 쌍둥이 변호사 "왜 그랬는지 알게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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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부장이던 아버지를 통해 시험 답안을 미리 받고 교내 정기고사를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현씨 자매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손가락욕설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핌]

교무부장이던 아버지를 통해 시험 답안을 미리 받고 교내 정기고사를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현씨 자매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손가락욕설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핌]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항소심 법정에 출석하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욕을 했다. 쌍둥이 측 변호사는 “이 재판이 끝날 무렵 그가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정 출석과정에서 해프닝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변호인으로서 취재차 질문하신 기자분께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변호인으로서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이 재판이 끝날 무렵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이른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의 기록과 증거를 검토하면 무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제가 함부로 무죄를 단언하지 않는다는 걸 아실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이 사건은 무죄여야 한다. 이걸 유죄로 한다면 대한민국 형사사법 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 두려움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사건은 몇 가지 선입견, 심각한 오류와 사소한 오해가 결합하면서 결국 사실과 다른 억측과 추정으로 이어졌다”며 “의도한 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 형사사법 제도에 대한 믿음으로 진실이 스스로 드러내길 기대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들이 무죄라면, 오늘 일어난 사건을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또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죄를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 “정답 유출의 증거가 아무것도 없으며 유죄의 근거가 된 정황 증거 또한 허술하다”고 말했다.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교무실에 혼자 있던 15분 동안 정답을 유출했다는 것인데, 복사기나 사진을 찍은 디지털 기록은 전혀 나오지 않았으며 수기로 짧은 시간에 정답을 적어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쌍둥이의 실력이 부족한데 어떻게 갑자기 성적이 오를 수 있겠느냐는 의혹에서 시작된 사건으로, 이들이 유죄가 된다면 대부분의 형사 사건은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2017~2018년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아버지는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재판이 끝난 후 손가락 욕을 한 이유를 묻자 자매는 “달려들어서 물어보는 게 직업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예의가 없는 행동이고 교양 없는 행동”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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